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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4 등록
김치부터 생채까지, 고구마의 ‘무한 변신’
[지구밥상] <4> 고구마 생채

숙성될수록 맛있는 고구마, 1월이 제철
상상력 발휘하면 풍부한 맛의 세계 경험만약 내게 무인도에 꼭 가져가고 싶은 씨앗이 뭐냐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구마’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고구마를 좋아한다. 한때 고된 노동으로 피곤한데도 계속 일하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물었다. 뭘 먹고 그렇게 힘을 내느냐고. 곰곰이 생각하다 ‘군고구마’라고 말했다. 그 뒤로 날 만나면 다들 그렇게 고구마를 구워줬다. 참 ‘달달한 시절’이었다.
고구마는 10월 수확을 시작해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마쳐야 한다. 음식의 제철은 보통 수확한 시기를 말한다. 그러나 고구마를 만나고 제철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확하는 때와 좋은 맛을 내는 시간이 그것이다.
아토피를 앓는 작은아이 덕에 음식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하게 됐다. 농민과 조합원을 연결해 생활의 협동을 만드는 조직이다. 이곳에서 농가 체험으로 홍성에 있는 고구마 농장에 갔다. 보드라운 땅을 파니 고구마 덩이가 주렁주렁 딸려 나와 신기했다. 어린이 체험 행사였는데, 내가 더 신나서 고구마를 캤다. 캔 고구마를 찌거나 구워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고구마를 안 주는 거다.
기다리다 칼을 들고 고구마를 잘라 먹었다. 한 입 베어 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달던 고구마는 어디 가고 아무 맛이 없는 게 아닌가? 내가 그만 인상을 찌푸리고 “윽, 이게 무슨 맛이지”라고 소리를 내자 그제야 생산자님이 설명하셨다. 고구마는 후숙이 필요한 뿌리 식품이라고, 감자처럼 캐자마자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아니라며 껄껄 웃으신다.
그럼 고구마는 도대체 언제 먹어야 맛있단 말인가? 생산자님은 최소 한 달은 숙성시켜야 한다셨다. 두고 먹을수록 단맛이 강해진단다. 수확하는 때가 아닌, 제대로 맛이 든 시간이 고구마의 제철임을 배웠다. 1월부터 2월까지다.
수확한 고구마는 바로 먹기보다 숙성해서 먹기에 대신 줄기를 부지런히 먹는다. 나물과 고구마순 김치를 담근다. 이 김치는 남쪽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먹던 별미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모두 벗겨야 보드랍고 아삭한 김치를 만날 수 있다.
고구마 농사를 지은 첫해, 고구마순이 토실토실하니 김치 담그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내심 고구마도 튼실하니 잘 자랐겠지 기대하고 땅을 팠지만, 고구마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다른 풀에 치여 뿌리는 못 만들고 잎만 무성했다. 그렇게 첫 고구마 농사는 ‘고구마순 농사’로 마무리됐다.
나는 겨울 동치미와 군고구마를 아침식사로 자주 먹는다. 요즘은 다들 당뇨에 민감해 고구마를 굽는 대신 찌거나 생으로 먹는단다. 고구마는 무처럼 생채로 무쳐 먹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을 처음 알고 시도했을 때, 무생채의 그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아니라 질긴 듯하고 입안에서 겉도는 맛이 났다. 한 접시 무친 고구마 생채를 아무도 먹지 않아 혼자 해결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생각해보니 고구마의 전분을 빼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전분을 빼려고 물에 담가뒀다가 생채를 무치니 아삭하고 단맛이 나는 별미 반찬이 됐다.
고구마를 먹을수록 배우는 것이 늘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상상력을 발휘하면 더 풍부한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고구마는 감자와 다르게 생으로 먹어도 맛있고, 껍질째 먹어도 안전한 식품이다.
오랜 인연으로 고구마를 주문하는 농부가 있다. 내 손에 든 고구마를 보면 떠오르는 얼굴, 손정희 여성 농민이다. 본인도 채식하고, 고구마도 채식으로 건강하게 키운다. 유기농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땅의 힘을 길러야 한다. 대표적 유기퇴비인 동물 똥을 이용해 만든다. 그러나 손정희 농부는 자연 발효시킨 식물성 퇴비를 만들고 구운 소금과 목초액, 숯으로 땅에 미네랄과 유기산을 공급한다. 그는 늘 밭에서 노래한다. 노랫소리 듣고 자란 행복한 평화노래농장의 꿀고구마로 올 겨울도 달곰하고 따뜻하게 보낸다.

레시피
재료 - 고구마 2개(250g 정도), 쪽파 3줄, 고춧가루 1/2큰술, 간장 1/2큰술, 통깨 1/2큰술
사전 준비
1. 고구마는 깨끗이 씻어서 준비한다.
2. 쪽파는 껍질을 벗기고 씻어서 준비한다.
조리 순서
1, 고구마는 껍질째 얇게 채를 친다.
2. 채를 썬 고구마는 물에 한 번 헹군다.
3. 씻은 고구마는 물을 받아 10분간 담근다.(전분을 빼는 과정)
4. 쪽파는 송송 썬다.
5. 간장에 고춧가루를 넣고 불려준다.
6. 물기를 뺀 고구마를 양념에 넣고 버무린다.
7. 쪽파와 통깨를 넣고 마무리해 접시에 담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