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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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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교회 자유 위해 폐쇄된 장소에서 진행
‘콘클라베’ A부터 Z까지
2013년 3월 제266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가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이때 추기경 115명이 콘클라베에 참석해 투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출했다. OSV

선거인 추기경들의 회합 장소와 숙소
선출된 교황 공식 발표될 때까지 폐쇄

신문이나 TV 등도 일체 접할 수 없어
오직 성령께 의탁해 기도·묵상하고 선출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각본상,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각색상 등을 수상한 영화 ‘콘클라베’(감독 에드워드 버거)가 5일 국내 개봉한다.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콘클라베’는 제목 그대로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 선출에 얽힌 허구의 이야기다. 러닝타임 120분 동안 바티칸 내 선거장을 중심으로 특별한 투·개표 방식과 함께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큼 신앙인은 물론이고 일반 영화 팬들도 콘클라베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발표된 교황령 따라 선출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를 의미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베드로의 후계자를 지명하는 방법을 정하지 않았다. 성경이나 성전에서도 이에 관한 말씀이 발견되지 않았다. 처음 3세기 동안 로마의 주교, 곧 교황의 선출 방법은 다른 교구장 주교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로마의 성직자들이 후임 주교를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교황 선거를 규제하는 첫 번째 교령은 499년 심마구스 교황이 반포했다. 이후 관련 규정은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해 조금씩 변화를 거듭했고, 지금의 방식은 1996년 발표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교황령 「주님의 양 떼」에 따른다.



전세계 추기경 로마에 도착하면 ‘교황 선거 봉쇄 회합’ 시작

‘콘클라베(conclave)’의 사전적 의미는 ‘열쇠로 잠근다’는 뜻으로, ‘외부와 차단된 교황 선거 장소’를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으로 사도좌가 공석이 되면 15일, 길게는 20일까지 전 세계 추기경이 로마에 도착하기를 기다린 다음 ‘교황 선거 봉쇄 회합’이 시작된다. 선거인 추기경은 80세 미만이며 최대 120명이다. 80세 미만 추기경이 120명을 넘을 경우 연장자순이다. 회합 장소는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이며, 선거인 추기경들의 숙소는 인근 성녀 마르타의 집으로 제한된다. 이들 장소는 선출된 교황이 공식 발표될 때까지 폐쇄된다.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장을 지낸 한영만(라디오바티칸 담당) 신부는 이에 대해 “근대에 와서는 ‘교회의 자유’를 위한 부분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교황을 선출하는 데 있어 세속적 권력이나 세력으로부터 선거인단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즉 오직 하느님과 교회의 선익을 위해서만 필요한 분을 교황으로 선출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전 세계 보편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대리자로서 활동할 교황이 향후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바탕이 된다.

그런가 하면 선거인 추기경들은 교회법에 따라 이 기간 신문이나 TV 등도 일체 접할 수 없다. 서신이나 전화 등 통신 수단을 통해 외부와 연락할 수도 없다. 투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선거에서도 관련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등의 결과를 알리지 않는 기간이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콘클라베는 후보나 공약·선거운동 등이 없다는 점에서 교회 밖 선거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한 신부는 “오직 성령께 의탁하면서 하느님이 알려주시는 분을 선출한다”며 “교황님이 선종하시기 전에 다음 교황 선출을 위해 추기경들과 논의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전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장 한영만 신부


출석한 선거인 2/3 이상의 득표 요구

콘클라베는 직접·비밀 투표로 진행된다. 콘클라베 기간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시행되며, 교황으로 선출되려면 출석한 선거인 2/3 이상의 득표가 필요하다. 투표가 끝날 때마다 투표지를 불태우는데, 교황이 선출된 경우 흰 연기, 미결일 때는 검은 연기를 통해 외부에 알린다.

그러나 쉽게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다. 인물에 대한 정보나 사전 선거운동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투표에 임하는 추기경단 2/3의 의견을 모을 수 있단 말인가.

한 신부는 “사회의 기준으로 교회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은 도구일 뿐이고 모든 것은 성령께서 인도하신다”고 강조했다. 다만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까지 추기경들의 회합을 통해 교황청이나 보편 교회, 세계적으로 우선 처리해야 할 사안을 논의하며,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느님께 의탁하고 적합한 인물을 뽑도록 기도하고, 묵상을 지도하는 별도의 성직자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청하오니 내 표가 반드시 교황이 되어야 할 분께 가도록 이끄소서’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선거 방식이 현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제도에 영향을 주었듯 콘클라베만의 독특한 선거 방식도 서로 다른 배경을 넘어 공동선을 추구하는 지금의 여러 국제기구에 선례가 되지 않을까.

한 신부 역시 “콘클라베는 굉장히 공정한 방법이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위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명을 수행하는 좋은 표본”이라며 “실제 교회는 국제기구들 안에서 교황 대사들을 통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가 로버트 해리스는 콘클라베 관련 특별법을 면밀히 살피고, 교황청 국무원장과 소통하며 콘클라베 기간 추기경들이 머무는 성녀 마르타의 집과 투표가 이뤄지는 시스티나 소성당 등을 직접 방문하며 소설을 썼다고 한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이들 장소를 스튜디오에 재현하고 건축과 의상 등에 있어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내용 역시 픽션이기에 극적인 여러 장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가 담고 있는 깊은 메시지는 신앙인 여부를 떠나 성별과 인종·국경을 넘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콘클라베에 참석한 우리나라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이 유일하다. 1978년 제262대 바오로 6세 교황 선종 이후 열린 콘클라베와 이때 선출된 제263대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의 선종으로 한 달여 만에 다시 열린 콘클라베에 참석했다. 2005년 제264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종으로 열린 콘클라베에는 80세를 넘겨 참석하지 못했다. 2006년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은 2013년 제265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사임할 당시 81세였고, 염수정 추기경은 한 해 뒤인 2014년 서임됐다. 2022년 서임된 유흥식 추기경도 콘클라베 경험은 없다.

윤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