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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사설/칼럼
2024.07.0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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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봉사하는 할아버지들
이지혜 보나(신문취재팀 기자)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남는 게 시간이라고 하잖아요. 정년 후에 남아도는 시간에 하는 봉사가 아닌, 내 소중한 시간과 돈이 들어간 진정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키니스장난감 김종일 이사장)

인천 미추홀구 한 지하상가. 평균 나이 75세 어르신들의 손에 장난감이 들려있다. 부품이 교체되고, 끊어진 전자회로가 연결되자 소리 나는 장난감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노래를 멈췄던 콩순이가 노래를 시작하고, 짖지 않던 강아지 인형이 꼬리를 흔들며 뱅글뱅글 돈다. 이 순간에 흐뭇해지는 이들은 장난감 고치는 할아버지들이다. 이 장난감들 덕분에 한숨 돌릴 부모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들은 전국에서 택배로 도착하는 장난감들을 고치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사이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장난감이 많은 아이일수록 더 많은 장난감을 갖게 되고 가난할수록 덜 갖게 된다는 것. 장난감 없이 크는 아이들이 없게 하는 것이 김종일 이사장의 목표다.

40년 가까이 행려인들을 무료 진료해온 김정식 치과의사는 요셉의원에 갈 때 항상 쪽방촌이 밀집해 있는 뒷골목으로 돌아서 간다. 요셉의원이 있는 골목의 맞은 편은 대형 쇼핑몰로 번화하다. 오갈 곳 없는 노숙인들 곁에서 그들의 구강을 들여다보고 치료해오기를 37년. 김정식 치과의사는 노숙인들이 밥을 제대로 씹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자신의 개인 치과는 30년 전 문을 닫고서도, 그가 진료 봉사를 멈추지 못한 이유다.

장난감 하나 겨우 물려받았는데, 그마저도 고장나 고쳐 쓰고 싶어하는 아이들. 제대로 된 치아가 없어서 미음이나 죽을 대충 넘겨야 하는 이들. 김종일 이사장과 김정식 치과의사가 숨은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게 한 이웃들이다. 우리는, 나는 누구의 어려움에 눈과 마음을 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