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찰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녀들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을 한 한 힌두 지도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지난해 3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졌고, 당시 교회에서는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20개월 넘게 수사를 지연시켰다.
인도 구자라트주 경찰청은 11월 11일 이 사건을 정식 접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 영상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람을 특정하지 못했고, 세계힌두평의회 지도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혐의자가 2023년 3월 3일 구자라트주 메사나 지역 카디 마을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종교적인 감정을 상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조장했다"고 덧붙였다.
인권운동가인 예수회의 세드릭 프라카시 신부는 경찰이 이 사건을 20개월 넘게 지연시킨 것을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조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지만, 이 혐오 발언이 나온 지 20개월 후에야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형사법 변호사인 도미니코 수녀회의 만줄라 투스카노 수녀는 지난해 4월 13일 구자라트 고등법원에 이 혐오 발언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투스카노 수녀는 법원에 진정하기 전 수녀 100명의 서명을 모아 경찰에 고소를 했지만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 구자라트 법원은 지난해 10월 15일 메사나 경찰서에 이 사건을 조사하라고 명령했고, 최근에야 정식 수사를 시작했다.
소셜 미디어에 퍼진 영상에 따르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인물이 집회에서 구자라트어로 교황과 수녀들을 모욕하고 지역에서 그리스도인을 몰아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는 교황이 전 세계 수천 명의 수녀들의 남편이라면서 수녀들은 입회식에서 교황을 받아들이겠다고 서약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간통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황에 대한 비난이 이뤄진 무대와 배경은 세계힌두평의회 행사였고, 세계힌두평의회는 인도에서 그리스도인을 공격하고 있다.
간디나가르대교구장 토마스 이그나티우스 막완 대주교는 11월 13일 "경찰이 이 땅의 법에 따라 그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우리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다"면서 "정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완 대주교는 지난해 이 사건이 주목을 받자 구자라트주 부펜드라 파텔 총리에게 이 발언을 한 사람에게 즉각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막완 대주교는 "발언자는 교황을 비하하고 천박한 언어로 모욕해 14억 명의 가톨릭신자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지만, 주 정부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