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선종한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수필가 고(故) 장영희(마리아) 서강대 교수는 첫돌을 앞두고 발병한 열병으로 1급 소아마비 진단을 받고 평생을 목발에 의지해야 했다. 그런데도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스스로에게도 실의에 빠졌거나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늘 웃으며 괜찮아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웠다.
괜찮아는 신체적인 불편함으로 성장하는 그가 숱한 어려움과 편견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기도 했다. 어릴 적 다른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놀 때 그저 자신은 목발을 세워두고 노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때, 엿장수 아저씨가 깨엿 두 개를 손에 쥐여주며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때 공짜 깨엿이 괜찮다는 것인지, 목발을 짚는 것이 괜찮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장 교수는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만한 곳이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으며,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는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11월 16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장영희 교수 기림미사는 평소에 "유명한 학자나 역경을 이겨낸 신앙인이 아니라 그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던 고인의 삶을 통해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의미를 일깨웠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속에서 나에게, 곁의 친구와 이웃에게 괜찮아라고 먼저 건넬 수 있는 고리가 됐다.
2001년 처음 암에 걸린 후 눈을 감을 때까지 힘든 병상 생활을 했던 고인이 암 치료 중에 써낸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를 다시 펼쳤다. 글 속에서 천형(天刑) 같은 삶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삶은 누가 뭐래도 천혜(天惠)의 삶이라며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나눴던 그를 거듭 떠올려본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