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에 대한 메시지를 내고 “교황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움직여 행동으로 조금 더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다”면서 한국 교회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교황의 생전 업적을 기억하며 함께 추모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추기경은 22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에 보내온 메시지에서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이 지상에서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우리는 그분의 죽음에서 희망과 부활을 보았으며, 우리 자신이 또 다른 부활의 모습으로 이웃과 사회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교황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영원의 삶을 보여주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영원한 안식을 청하며, 한국의 교형자매 여러분, 동포 여러분도 같은 마음으로 애도하였으면 한다”고 교황을 위해 기도해 줄 것을 거듭 청했다.
유 추기경은 또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이셨다”며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시며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셨다”고 생전 한국에 대해 각별했던 교황의 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접하면서 “저는 슬픔과 고통,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평화를 본다”면서 “그분은 슬퍼하기보다 우리가 평화롭길 바라셨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추기경 스스로도 “사제의 쇄신없이 교회의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황님을 가까이 보좌하면서, 그분이 바라는 교회와 성직자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21일 교황 선종 이후 보편 교회 추기경단으로서 추기경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교황청은 회의를 거쳐 로마 현지시각으로 26일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평화의 사도로서 지상 순례를 마치고 하느님 품에 안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거행한다. 이후 유 추기경은 사도좌 공석 이후 최대 15~20일 이내에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열리는 교황 선출 콘클라베(conclave)에 참여하게 된다. 다음은 유 추기경의 교황 선종 관련 메시지 전문.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관련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 메시지 전문]
교형 자매 여러분, 동포 여러분
Farrell(케빈 패럴) 추기경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늘 아버지의 집으로 가셨습니다”라는 선종 소식을 알리셨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저는 슬픔과 고통,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평화를 봅니다. 그분은 슬퍼하기보다 우리가 평화롭길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멋있게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교황님에 대한 큰 부러움도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20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 미사 후 발코니에서 전 세계인에게 교황님이 마지막으로 전한 메시지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랑이 증오를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복수를 이겼습니다. 악은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고, 부활의 은혜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권세를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들은 그들의 연약한 손을 그분의 크고 강한 손에 위탁하여,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희망의 순례자가 되고, 사랑의 승리를 증명하는 증인이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말로만이 아니라 몸소 움직여 행동으로 조금 더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멈추지 않은 그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미 이 지상에서 부활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영원의 삶을 보여주신 교황 프란치스코의 영원한 안식을 청하며, 한국의 교형자매 여러분, 동포 여러분도 같은 마음으로 애도하였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죽음에서 희망과 부활을 보았으며, 우리 자신이 또 다른 부활의 모습으로 이웃과 사회로 나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한국의 대전이라는 지방 교구의 교구장을 전 세계 성직자와 부제, 신학생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관으로 임명하셨습니다. 사제의 쇄신없이 교회의 쇄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교황님을 가까이 보좌하면서, 그분이 바라는 교회와 성직자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늘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으셨던 교황님의 발자취를 본받으려고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한국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특별히 안타까워하시며 형제와 가족이 갈라진 이 크나큰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당신께서 직접 북에도 갈 의향이 있다고 하셨을 만큼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분이셨습니다. 교황님의 기도 가운데 한국에 관한 기도에는 남과 북이 모두 포함된 기도였음을 기억합니다.
화해와 평화가 있는 곳에 하느님의 선이 있다고 믿으셨던 교황님의 다음 말씀이 오래 우리 안에 살아있길 함께 기도합시다.
“선을 행하는 일에 지치지 말아 주십시오.”
희망을 잃지 않고 선을 행하는 여러분의 부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입니다.
2025년 4월 22일, 바티칸에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