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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해외교회 > 세계교회
2025.06.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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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에서 포프모빌까지, 교황 이동수단의 진화
교황 전용 이동수단의 변천



10여세기 동안 진화
성대한 예식 때는 휴대용 의자 이용
장거리 이동할 때 마차 사용
벤츠사 포프모빌은 1930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기차 사용




5월 18일 새 교황의 즉위 미사 거행 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레오 14세 교황이 ‘포프모빌’(Popemobile)에 올라타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에게 인사했다. 근현대 교황들은 주로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작한 의전차량에 탑승해왔는데, 레오 14세 교황도 같은 브랜드의 포프모빌 위에 섰다.

교황의 전용 이동수단은 10여 세기 동안 진화해왔다. 교황 전용 가마에서 전기차까지. 포프모빌의 변화는 교회 및 기술 역사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세기까지는 대부분 전용 가마가 쓰였다. 교황은 성대한 예식이 있을 때면 ‘휴대용 의자’(sedia gestatoria)에 앉아 이동하며 신자와 방문객을 맞았다. 이때 좌우 양쪽에서 남성들이 이 의자를 들어 그야말로 사람의 힘으로 교황의 이동을 도왔다. 가장 마지막으로 이 의자에 앉은 이는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이다.

교황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엔 마차가 이용됐다. 바티칸 박물관에 따르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마차는 그랜드 갈라 베를라이너(1826년 제작)로 레오 12세 교황이 탔다. 왕관 모양의 캐노피가 덮여 있고 비둘기 문양이 장식됐다. 비둘기는 교황청을 상징한다. 현재 바티칸 박물관에는 레오 13세·비오 6세 교황이 탔던 마차 등이 5대 이상 전시돼 있다.

기술발전과 함께 동력원이 탑재된 이동수단은 1929년에 등장했다. 비오 11세 교황은 교황 전용 의전차량에 최초로 탑승한 교황이다. 바티칸 시국이 이탈리아와 라테라노 조약을 체결한 후 이탈리아로부터 선물 받은 미국제 그레이엄 페이지 837이다. 내부는 교황의 사도좌와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다. 해당 차량은 10년 넘게 사용됐다. 1870년 로마 함락 이후 처음 바티칸을 떠난 이동수단으로 기록됐으며, 비오 12세 교황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폭격이 이어지자 피란을 떠날 때 이 차를 타고 바티칸을 빠져나갔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벤츠 제작 포프모빌은 1930년부터 교황청에 보급됐다. 프리미엄 모델 G클래스 기반 차량이 널리 쓰였다.

시간이 흐르며 포프모빌은 현대화를 거듭했다. 1975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천장이 뚫린 ‘오픈카’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순례객을 만났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오픈카를 이어받았고, ‘포프모빌’이란 단어도 이때부터 쓰였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피격됐을 때 탑승한 차량은 이탈리아 피아트가 제작한 캄파뇰라다. 피격 후 외관은 방탄유리와 두꺼운 차벽으로 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픈카 스타일을 계승했지만, 평소 검소한 성품답게 방탄차량을 거부했다. 방한 당시에도 방탄차량이 아닌, KIA 쏘울에 탑승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말인 지난해 12월 전기차를 최초로 선물 받은 교황이 됐다. 교황청 공식행사에서도 전기차에 올랐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타던 포프모빌 한 대가 가자지구에 기부된 사실도 화제를 모았다. 의료차량으로 개조돼 폭격 피해를 본 이들을 도울 예정이다.

한편 교황에게 후원된 고성능 슈퍼카들은 곧장 어려운 지역을 돕는 마중물이 됐다. F(포뮬러)1 페라리 스쿠데리아 팀의 팬으로 알려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5년 페라리로부터 붉은색 ‘엔초 페라리’를 선물 받았다. 교황은 이 차량에 축복한 뒤 경매에 넘겼고 수익금은 인도네시아 지진해일 희생자들에게 전달됐다. 2017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선물 받았다. 교황은 슈퍼카 자리에 한 번도 타보지 않고, 사인만 남긴 뒤 이듬해 경매에 넘겼고, 역시 95만 달러(약 13억 원)에 낙찰돼 이라크 재건에 쓰였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