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9일 서울 성 베네딕도 수도회 피정의집에서 열린 한국그리스도인 일치포럼 참석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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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도교와 결합한 민족주의적 극단주의 세력,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가 한국 교회와 정치를 위협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 교회가 이같은 극단적 성향을 자정하기 위해 하느님 나라로 향한 길을 다시금 성찰하고, 사랑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5월 29일 서울 장충동 성 베네딕도회 서울수도원 피정의집에서 제24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포럼을 열었다. 한국 그리스도교와 극우의 위험한 동행을 주제로 정치 어젠다로 떠오른 광화문과 여의도 중심 개신교와 결합한 극단적 정치 세력 극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신앙과직제협 신학위원 정경일 성공회대 교수는 기독교 국가와 하느님 나라란 발제에서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한 국가"라며 "분단의 상처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적 계층화가 심해 극우화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스팔트 극우 세력이 비상계엄과 탄핵을 지나오며 체제 전쟁으로까지 진화했다"면서 "미국의 복음주의 정치세력과 한국 극우세력의 연대도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의 정치적 양극화와 교회 내 혐오를 자정하기 위해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정 교수는 "우리는 극우 목사들의 발언이 신앙의 한 표현이 아니라 세속적인 정치적 수사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운 말씀과 정치적 선택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고 약자와 소수자를 품는 따뜻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장로회신학대 고재길 교수는 히틀러의 파시즘과 본회퍼의 저항을 주제로 발표했다. 디트리히 본회퍼(1909~1945) 목사는 과거 독일 나치 세력에 적극 저항하다 사형된 인물이다. 고 교수는 "독일 나치가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것은 루터교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민족주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독일 국민의 강대국을 향한 목마름을 해소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제국을 계승했다고 인식한 독일 그리스도인들은 히틀러를 메시아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한국 극우 세력이 보인 혐오와 폭력성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그리스도인은 이웃을 위해 책임을 지닌 행동을 해야 한다. 행동의 옳고 그름은 주님 손에 맡겨야 한다"면서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에만 교회이며, 사회에 관여할 때 지배가 아닌 도움을 주고 섬김으로써 함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앙과직제협 공동의장 이용훈 주교는 인사말에서 "포럼이 학문 토론을 넘어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시대 징표 속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성찰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동의장 김종생 목사는 "이제는 민주주의 헌정질서가 세워지면 좋겠다"며 "교회가 마음을 모아 신학적으로 현 세태를 정리하고 다음을 준비해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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