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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하원 조력자살 법안 통과에 교회 강력 비난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성명 발표… 소중한 생명 지킬 의무 강조

영국 하원이 말기 환자의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잉글랜드·웨일스 가톨릭교회가 우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영국은 조력자살을 돕는 행위가 불법이지만 이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함에 따라,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에서 조력자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BBC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6월 20일 찬성 314표·반대 291표로 말기 환자의 조력자살 허용 법안을 상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6개월 미만 시한을 선고받은 성인 말기 환자에게 조력자살을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에 대해 영국 상원은 가을 이전 승인을 마쳐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법안은 폐기될 수도 있다.
영국 하원이 조력자살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의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하원이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사회의 오랜 가치관과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우리나라 역사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결정으로 발생할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스 추기경은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할 의무는 상·하원 의원을 포함해 신자와 비신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있다”며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개인 자율에 맡기는 것 이면에 자연사를 택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돌봄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콜스 추기경은 이어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로서 공동선을 건설하는 데 계속 우리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생명은 결코 단순한 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에 레오 14세 교황 역시 우려의 뜻을 밝혔다. Crux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6월 15일 ‘영국·아일랜드 생명의 날’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고 “진정한 사랑과 연민에 기초한 문화를 지켜가는 데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번 생명의 날 주제인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다’는 인간 삶에 퍼져있는 고통이 어떻게 주님 은총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며 “하느님께서는 항상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시며 사랑과 친밀함 속에서 삶의 더 깊은 의미를 인식하도록 우리를 인도하심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영국·아일랜드 생명의 날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스코틀랜드·아일랜드 주교회의가 공동으로 매년 6월 셋째 주 주일로 정해 생명의 가치를 수호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