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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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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쪽방촌 에어컨은 누가 켤 수 있나요?

[앵커] 기상 관측 이래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폭염으로 인한 쪽방촌 주민의 고통은 극심한 상황입니다.

서울시가 3년 전부터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쪽방촌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정민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기 광명과 파주의 낮 기온이 '40도'를 넘은 7월 8일.

서울의 한낮 기온도 37도를 웃돌며, 기상 관측 이래 7월 상순 기준 가장 뜨거운 날로 기록됐습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쪽방촌 주민들의 일상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순철 / 서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더워서)잠을 못 자니까. 기껏 자야 한 30분, 1시간 자는데 또 깨고 깨고 하루에 몇 번씩 깨니까."

더위를 피해 일부 주민은 오히려 야외로 나와 더위를 식히는 상황입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숨도 못 쉬어. 숨이 칵칵 막혀. 1층에만 에어컨 두 대 달았잖아. (2층)복도에라도 달아도 괜찮은데 그것도 원하지 않고. 주인이 원하지 않고 그러니까." 

서울시는 폭염 대책으로, 최근 3년 동안 쪽방 밀집 지역에 에어컨 200여 대를 설치했습니다.

에어컨 옆에는 '주민 자율 사용 시 전기요금 지원'이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주민들이 스스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건물에서는 집주인이 리모컨을 가지고 주민들의 에어컨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그건 몰라요. 우리가 리모컨을 안 가지고 있으니까. 쟤가 켜져 있으면 켜져 있는 것이고, 꺼져 있으면 꺼져 있는 것이고."

서울시는 사용한 전기량을 바탕으로 전기요금을 차등 지원하고 있지만, 에어컨 가동 여부는 여전히 집주인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실정입니다.

<박주혜 주무관 / 서울시 자활지원팀>
"서울시에서 전기요금 지원할 거고, 올해는 얼마나 지원할 거니까 이제 관리인분께서는 좀 더우니까 (주민들이) 에어컨 틀 수 있도록 해줘라라고 안내는 계속 해드리거든요."

서울시에서 갖가지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민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공공개발"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가 2021년 추진한 공공주택사업은 지구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4년째 답보 상태입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이 건물 자체가 너무 오래됐으니까 벌레 같은 게 너무 많아. 그래서 그런 것도 싹 철거하고 새로 짓고 해야지. (문 여는 건) 그래도 더우니까 어쩔 수 없지."

기후위기로 폭염이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쪽방촌 주민들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김순철 / 동자동 쪽방촌 주민>
"더워도 참고 한번 견뎌보자 그렇게 좀 견디는데, 올해는 워낙 덥다 그러니까 이게 벌써부터 시작돼가지고. 정말 고민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진짜로 걱정거리고, 어떻게 견뎌 나가야 될지..."

폭염 속 쪽방촌 주민들의 하루는 누구보다 길고 더디게 흘러갑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