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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해외교회 > 세계교회
2025.08.2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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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대피 명령, 성가정성당 “갈 곳이 없다”
20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한 팔레스타인인 여성이 파괴된 집 잔해에 갇혀 있다. OSV


이스라엘이 20일 가자지구 공세를 앞두고 약 6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18일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알자이툰 지역에 대피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 명령은 가자지구 내 유일한 가톨릭교회 성가정성당이 있는 가자지구 북부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남부 특정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년간의 전쟁으로 식량·물·의료품 부족과 같은 인도적 위기에 처한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다.

이달 초 이스라엘이 발표한 가자지구 점령을 위한 5단계 계획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장해제, 남아있는 전쟁 포로 석방,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임시 통제권 수립,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행정부로 팔레스타인 정권 교체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성가정본당 주임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가자지구의 230만 주민을 이주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의 대피를 돕기 위해 텐트를 배포하고 있지만, 이 모든 주민을 수용할 공간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성가정성당에는 학교와 수녀원, 다목적 센터, 구호기관 등이 모여 있다. 이곳은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래 주민들의 중요한 피난처가 되고 있다. 이에 본당은 대피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의 ‘모순된 징후’ 아래 주민들에게 채소와 같은 식료품을 계속 배급하는 중이다.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의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계획을 비판했다. 니콜스 추기경은 성명을 통해 “저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울고 있다”며 “그들이 겪는 엄청난 고통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더욱 심화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장 단체를 무찌르기 위해 무고한 이들이 살아가는 가자지구와 그 주변 지역을 파괴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태”라며 “우리는 무고한 수많은 민간인에게 더 이상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지 않을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