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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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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마저 가성비”… 교회, ‘연명의료 중단’ 강력 비판
이재명 대통령, 연명의료 중단 언급 “치료 중단 시 보상 제공 고민해야”
【고양=뉴시스】최동준 기자 = 앞으로 말기암 외에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COPD)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 모습. 2017.08.04. photocdj@newsis.com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기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8년 2월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와 행정기관 등에서 초고령화 사회 해법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지극히 경제성 중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연일 연명의료에 관한 재정 효율화를 강조하면서 교회는 “죽음마저 가성비로 바라본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2월 11일 ‘연명의료, 누구의 선택인가 : 환자 선호와 의료현실의 괴리, 그리고 보완방안’이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사망 전 1년 동안 쓰는 의료비가 10년 새 2배(연평균 1088만 원)로 늘었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들어가는 건강보험 지출이 2070년에는 약 1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12월 16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연명치료 중단 선언 시 보상이나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고, 앞서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명의료 대상을 임종기에서 생애 말기로 전환해야 한다”며 법안을 발의했다.

가톨릭교회는 회생 가능성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과 호스피스 전환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연명의료의 중단은 조력자살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오석준 신부는 “연명의료 비용을 이유로 들며 저소득층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모는 갈라치기”라며 “상급 병원들이 수익성 낮은 호스피스나 완화의료에 대한 상담은 소홀히한 채 기계적 치료만 권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오 신부는 “충분한 설명과 선택지를 주지 않고 환자가 연명의료를 고집한다고 탓하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상을 생애 말기로 확대하는 것은 조력자살 유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오 신부는 “임종기(사망 임박)와 말기(수개월 생존 가능)는 엄연히 다르다”며 “살 수 있는 사람까지 치료 중단 대상으로 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가치를 기능이나 효용성으로 평가해 말기 환자들의 호흡기를 떼는 것을 존엄으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윤형규 교수는 지난해 11월 28일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미나에서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생명 가치보다는 사회·경제적 고려가 우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환자에게 적절한 의료 행위를 중단하도록 허용하는 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교회는 정부의 접근 방식에 “순서가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이자는 방향에는 공감하는 측면이 있지만, 더 앞서야 할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이용률이 20대에 머무르는 현실에서 치료 중단을 경제적 유인책으로 장려하는 것은 환자를 ‘현대판 고려장’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비용을 돌봄이나 호스피스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신부는 “환자가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인프라를 확충하고, 남겨진 가족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을 늘리는 것이 국가의 진짜 역할”이라고 제언했다. 윤 교수는 “생애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보다 돌봄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