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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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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성매매 피해자 지원, 경기도의회 예산 삭감으로 ‘벼랑 끝’
5개 시·군 12개 시설 직접 영향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공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이 2일 경기도의회에서 ‘성매매피해자 지원 예산 전액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 제공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폐쇄와 피해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파주시(시장 김경일)의 행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의회가 성매매 피해자 직접 지원 사업에 필요한 도비를 대폭 삭감하면서, 벼랑 끝에서 자활의 희망을 키워가던 피해자들의 안전망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파주시는 2023년 1월 성매매 집결지 정비 합동팀(TF)을 구성하고 집결지 폐쇄와 성매매 피해자 자활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왔으나,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12월 26일 본회의에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도내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관련 2026년도 도비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 자료에 따르면 파주시 관련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 가운데 총 1억 1355만 원 규모의 도비가 삭감됐다. 문제는 삭감된 예산이 상담·구조·현장지원 등 피해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핵심 사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들 사업은 국비·도비·시비를 정해진 비율로 함께 편성해야 하는 법정 매칭 사업으로, 도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국비와 시비 역시 집행할 수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를 비롯해 평택·성남 등 5개 시·군 12개 피해자 지원시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로 인해 단순한 도비 삭감을 넘어 도 전체 성매매 피해자 지원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한다. 도비 삭감으로 매칭 구조가 붕괴되면서 국비와 시비까지 묶이게 돼, 상담·의료·주거·자활 지원은 물론 시설 운영 전반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설 종사자 인건비와 운영비는 물론, 사회 복귀를 준비 중인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던 각종 지원금도 중단될 상황에 놓였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공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수도자들이 2일 경기도청앞에서 피켓을 들고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있다.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 제공


이에 성매매 피해자 보호와 공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경기도의회에서 ‘성매매 피해자 지원 예산 전액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의 결정을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행위”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성매매를 그만두고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피해자들의 자활 지원금과 치료·회복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성매매 피해자들에게는 ‘자활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고, 상담원들에게는 ‘노동의 가치를 부정한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경기도가 쌓아온 성매매 피해자 보호 정책의 역사 자체를 부정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예산 심의 과정에서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논리가 반영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삭감 사유 공개 △외부 개입 여부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예산 복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파주시 여성인권센터 ‘쉬고’ 관계자는 “20년 이상 지속해오던 피해자 지원 업무가 예산 삭감으로 1월 2일부터 올스톱 됐다”며 “당장 시급한 상담과 의료 지원 조치조차 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인 만큼 지원이 조속히 복원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파주시는 2023년 5월 전국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의 내용을 담은 ‘성매매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탈성매매를 결심한 피해자에게 최대 2년간 생계·주거·직업훈련을 지원해왔다. 현재 용주골 정비사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14차례의 행정대집행을 통해 전체 건축물과 시설물의 95가 철거된 상태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을 추진해온 김경일(토마스) 파주시장은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보호와 자립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할 피해자”라며 “이들을 정상적으로 사회에 복귀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이자 직접 현장을 점검한 도의원이라고 밝힌 이인애(국민의힘·고양2) 의원은 5일 입장문을 통해 “도비 전액 삭감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이번 사안의 본질은 경기도의 예산 문제가 아니라 파주시의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성평등가족부 등 관계기관과 국비 확보를 포함한 실질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