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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 등록
성인(聖人)이 되는 첫 단계
[월간 꿈CUM] 경청
한자(漢字)로 한 방면에서 더할 수 없이 뛰어난 사람을 말할 때, 성스러울 ‘성’(聖)자를 쓴다. 그래서 음악에서 아주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악성(樂聖)이라 하고, 바둑이나 장기에서 최고의 고수를 기성(棋聖)이라 하며, 비길 데 없이위대한 시인을 시성(詩聖)이라 한다. 그리고 인생 전체에서 지혜와 덕이 출중해 만인이 길이길이 우러러볼 만한 사람을 성인(聖人)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는 늘 성스러울 성(聖)이 있다.
성(聖)은 귀와 입, 그리고 임금을 뜻하는 세 글자의 뜻이 함축된 말이다. 그 뜻은 ‘성’(聖)자를 쓰는 순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귀 ‘이’(耳)를 쓰고, 다음에 입 ‘구’(口)를 쓰며, 마지막에 임금 ‘왕’(王)을 쓴다.
이(耳)자를 먼저 쓰는 이유는 남의 마음을 얻고 알기 위해 먼저 귀로 잘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로 듣고 난 다음에 새겨서 말을 하기에 구(口) 자를 나중에 쓰게 하며, 마지막에 왕(王)자를 쓴다. 그것은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나중에 말을 잘하는 일이야말로 임금 노릇 잘하는 일보다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방법은 그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는 것이다. 얼굴에 귀가 두 개이고 입이 귀 아래 하나만 있는 것도 남의 말을 양쪽으로 잘 들으라는 것이며, 또 말은 듣는 것보다 되도록 적게 하라는 뜻이다.
공자는 60이 되어서야 이순(耳順)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순에 도달함은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깨닫는다는 뜻이다. 그 깨달음은 남의 어떤 말도 귀에 거슬리지 않으며, 무슨 말을 들어도 이해를 하고, 또 너그러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포용하는 경지이다. 그리하여 공자는 70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법도를 넘는 일이 없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말을 배우는 것은 2년이면 족하나, 경청(敬聽)을 배우는 것은 60년 이상의 긴 세월이 걸리는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경청할 것은 많다. 남의 말도, 진리의 깨우침도, 역사의 교훈도, 자연의 소리도 잘 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신앙인은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주변에 대체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살펴보라. 그런 사람들은 꼭 들어야 할 말을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말에 실수가 있어 말한 것에 대한 책임도 못 진다. 그리고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어, 자기중심적으로 살려고 한다.
신자들은 신부들에게 성인 신부가 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솔직히 신부로서 그런 말을 들으면 부담이 많이 된다. 신부만 성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자들도, 신자들도 모두 성인이 되어야 한다.
성인이 되는 일이 그렇게 쉬운가? 자기를 수련하여 덕도 쌓아야 하고, 많이 베풀면서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소홀하고, 자기가 먼저 말을 많이 해서도 안 되겠다. 이것이 성인(聖人)이 되는 첫 단계일 것이다.
이런 ‘성’(聖)자의 의미를 따라, 모두 잘 듣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 성인이 되는 삶을 살도록 하자.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