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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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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44)

사순 제5주일에 전하는 주님 말씀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이들이라도 한 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물론 인류가 지금까지 출판한 책들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성경임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요한이 전하는 이 복음은 누구나 되뇌게 되는 깊이가 있다.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죽이려는 무리가 예수님께 모세의 율법을 이야기하며 어찌하기를 물으니,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해 하나씩 떠나갔고 결국 아무도 남지 않게 되자 예수님께서는 여인을 돌려보내셨다.

나이 많은 이들부터 하나씩 떠났다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죄악이 쌓인다는 것과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양심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율법을 들며 죄 지은 자를 처벌하라는 이들의 모습은 주님을 시험하려는 얄팍함이지만, 그럼에도 간음한 여자를 돌로 쳐죽이라는 모세의 율법이 죄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예수님께서 여인에게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 8,11)

주님이 주신 말씀은 내면의 근본적인 부분을 일깨워준다. 사실 양심(良心, conscience)은 선악을 판단하는 도덕 의식이다. 양심의 가책은 자기가 행하거나 행하게 될 나쁜 행위를 비판하고 반성함을 의미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양심의 능력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그 주체는 문화의 일부로 학습되거나 각인될 것이라고 간주한다. 양심은 법의 근간을 만드는 기본 요소이며, 변치 않는 선에 대한 갈망이라고 인정받고 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라는 말씀은 수많은 예술가에게 모티브를 제공했다. 안무가 이지현이 2015년 발표한 무용작품은 심도 있는 고민을 던진 수작으로 평가된다. 누구나 독일의 나치 정권이 유다인들을 학살한 사건을 비판하지만 우리 또한 떳떳한지에 대해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충격적인 해석으로 많은 이에게 큰 의미를 남긴 작품이다. 이 작품의 삽입곡인 ‘Run Boy Run’은 하드록 계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들어볼 만한 곡으로, 특히 시작에 울리는 종소리는 강렬한 감성을 폭발시킨다.

이지현 안무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삽입곡 Run Boy Run

//youtu.be/UrdaRrArd_c?si=qsN8uYMVIF2uWGO1

클래식 작품 중에도 양심을 주제로 한 수많은 곡이 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쇼스타코비치의 ‘6개의 노래’ 중 3번 ‘햄릿과 그의 양심의 대화’라는 작품이다. 2분 정도의 짧은 작품이지만 양심의 외침과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햄릿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우리는 항상 고뇌하고 방황하며 양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고민한다는 것이 이미 양심과 싸운다는 의미이니 주님의 길을 따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다.

쇼스타코비치 6개의 노래 중 3번

//youtu.be/J20Ewol5oQU?si=WYblwRJSxxZg-Lll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