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생명/생활/문화/ > 문화
2025.12.24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백합에 둘러싸인 성모님의 미소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맞아 눈에 띄는 알폰스 무하 ‘백합의 성모’
 
백합의 성모, 1905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맞아 더욱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바로 아르누보의 거장이자 체코를 대표하는 화가 알폰스 마리아 무하(Alphonse Maria Mucha, 1860~1939)가 그린 ‘백합의 성모(Madonna of the Lilies)’. 무하는 세로×가로 각 2m 안팎에 순결의 상징인 백합에 둘러싸인 성모님의 영적인 형상을 담아냈다. 슬라브 민속 의상을 입은 소녀는 성모님의 빛과 긴 베일 자락에 싸여 축복을 받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무하가 1902년 의뢰받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될 예루살렘의 성당 장식으로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과 함께 계획됐다.

이후 프로젝트가 취소돼 스테인드글라스는 현존하지 않지만, ‘백합의 성모’는 국내에서 열린 ‘알폰스 무하 : 빛과 꿈’ 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체코 수교 35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체코 정부로부터 특별 반출 허가를 받은 국보 11점을 비롯해 143점을 선보이고 있다. 무하의 손자인 존 무하가 직접 기획에 참여했다.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크게 장식 예술가로 명성을 얻은 파리에서의 화려한 작품과 민족주의 작가로 전쟁으로 고통받는 동족의 자유와 인류 평화에 대한 염원을 담은 프라하에서의 웅장한 작품으로 나뉜다. 전반부 달력·포스터·표지 등의 작품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장식과 상징적인 모티프가 들어찬 특유의 ‘무하 스타일’이 두드러진다. 이후 상업 예술가로서의 명성을 넘어 체코의 역사와 민족애를 담은 ‘슬라브 서사시’ 연작이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공통적으로 슬라브 전통 복식과 패턴, 슬라브 문명의 기원으로 여겼던 비잔틴 예술에 드러난 후광 등을 사용하고 있다.
 
'성모와 아기 : 자장가', 1920년.

'희망의 빛', 1933년.
 
화합: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미실현), 1904년.
 
'프랑스, 보헤미아를 끌어 안다', 1919년.
 

독실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무하 역시 어릴 때부터 성당이 생활의 중심이었다. 유년기에는 주로 성화를 그렸고, 수도원 학교에서 성가대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백합의 성모’는 물론 ‘성모와 아기 : 자장가’, 체코의 수호성인인 성 벤체슬라오(바츨라프)와 그의 할머니 성 루드밀라, 슬라브 지역에 가톨릭을 전교한 형제 치릴로(키릴)와 메토디오(메토디우스) 성인 등을 묘사한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디자인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액츠매니지먼트 김민희 대표는 “‘무하 패밀리 컬렉션’에서 엄선해, 국내에서 열렸던 기존의 무하 전시회는 물론 프라하 무하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며 “‘민족주의의 사도’로 불린 무하의 예술과 철학도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3월 4일까지 여의도 더현대 서울 ALT.1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