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등록
사람들은 신성로마제국 레오폴트 1세(1640~1705)의 이름 LEOPOLDVS를 재배열해 DEUS APOLLO라고 불렀다. 글자를 해체해 재배열하는 말놀이 애너그램(anagram)을 통해, 황제는 음악의 신 아폴로가 되었다. 이는 과장된 수사가 아니었다. 그는 손수 작곡했으며, 현존 작품만 70여 곡에 달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했다. 부친 페르디난트 3세, 아들 요제프 1세까지 3대가 작곡했을 정도로 신성로마제국 황제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고, 레오폴트 1세는 그중 두드러지는 존재다.
그의 작품 <아브라함의 희생 제사(Il Sagrifizio dAbramo)>는 유독 눈길을 붙든다. 빈(Wien) 궁정은 사순시기와 성주간에 세속극을 중단하고, 세폴크로(sepolcro)라는 고유한 성음악극을 발전시켰다. 무덤이라는 단어 그대로, 황실 경당 제대 앞에 그리스도의 무덤을 형상화한 임시 무대가 마련되었다.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에 공연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무덤에 안치되심을 묵상하게 했고, 경당은 검은 천과 휘장을 둘러 통회와 슬픔을 시각화했다. 즉 세폴크로는 엄숙한 전례의 연장에 가까웠으며, 관객은 관람자라기보다 수난 감실의 성체조배자에 가까웠다.
대본이 다루는 주제와 대화 역시 깊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시고 외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신 창세기 사건은, 교부 시대부터 그리스도의 희생을 비추는 예표로 해석되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교육자(Παιδαγωγ??)」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사악은 주님의 예형입니다. 그는 아브라함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그는 주님과 마찬가지로 희생 제물입니다."
이사악의 장작은 십자가를, 아브라함의 칼은 수난을, 멈추어 선 손과 대체된 제물 숫양은 하느님께서 친히 마련하시는 구원을 암시한다. 여기서 레오폴트는 익숙한 사건을 내면의 전장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를 쓴다. 대본에는 두 의인화된 인물이 아브라함 곁에 선다. 순명(Ubidienza)과 인간성(Humanit?)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과 인간이 붙들고 싶은 것이 맞부딪칠 때, 믿음은 결단의 문제가 된다. 이는 아브라함만의 영적 갈등을 넘어 청자에게 자신의 영혼 상태를 응시하도록 이끈다. 이런 맥락에서 〈아브라함의 희생 제사〉는 단순한 구약 서사 재현이 아니다. 이사악의 희생과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신구약을 연결한 드라마이며, 하느님에 대한 순종과 미약한 인간성의 충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혼 속에서 벌어지는 영적 전투를 표상한다.
작품은 빈 궁정이 공적으로 드러내던 표어, 경건한 오스트리아(Pietas Austriaca)를 드러낸다. 그리스도교 세계의 수호자라는 그들의 정체성은 법령이나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성주간에 울리는 극음악은 이를 장려한 의식으로 만들었고, 촛불과 검정 장막은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 세폴크로는 합스부르크 가문이 제국의 신앙을 공적으로 내보이던 자리였다. 성삼일의 밤, 세폴크로 음악과 무대는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와 신앙 언어를 동시에 내포했다. 스무 살 황제가 쓴 <아브라함의 희생 제사>. 이는 그리스도의 죽음 앞에서 젊은 군주가 바친 가장 공적이면서도 가장 사적인 신앙고백이었다.
글 _ 박찬이 율리아나(음악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