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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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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 지켜달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미래 주제 심포지엄




문규현 신부 “자연의 한계를 존중하고 그 한계와 더불어 살 수 있어야”





“지금 새만금 갯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온갖 생명의 집으로 비옥하던 갯벌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방조제로 가로막힌 담수호는 시꺼멓게 썩어가고. 반면 방조제 외측 바다는 육지의 영양물질이 공급되지 못하는 영양 부족 사태가 계속되어 서해안 해양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하얀 껍데기만 남은 백합의 시체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해마다 물고기의 떼죽음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5월 30일 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평화의전당 시청각실. 마이크를 잡은 문규현(전주교구) 신부는 스크린에 부안 계화도 갯벌에서 ‘붉은어깨도요’ 한 마리가 썩은 채 죽어 있는 사진을 띄웠다. 문 신부는 2003년 4대 종단 성직자들과 함께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를 위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진행하며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인물이다.



“삼보일배하는 동안 전라북도를 지날 때 더욱 큰 핍박을 받았습니다. 제일 참기 어려운 것은 썩은 젓갈로 얻어맞는 것이더라고요. 할머니들이 썩은 젓갈을 퍼부으면서 ‘교회에서 미사나 할 일이지 길바닥에 나와서?’라는 무서운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문 신부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박현동 아빠스)가 주최하고, 전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위원장 길성환 신부)가 주관한 정기 심포지엄 ‘기후위기 시대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묻다’ 발제자로 나섰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 생태론 관점에서 새만금 사업의 문제를 성찰했다.



문 신부는 “바다와 갯벌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갯벌 주민들에게 새만금 간척사업은 삶 터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재난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공동의 공간인 갯벌이 정부와 기업의 매립으로 사유화되면서 새만금은 탐욕의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밝혔다. 문 신부는 “풍요와 축복의 땅과 바다였고 창조주의 신비로 빛났던 이곳은 이제 죽음의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그럼에도 정부와 전라북도는 죽음의 매립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까지 없애려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 신부는 “통합 생태론은 사회 윤리에서 핵심적이고 통일된 원리인 공동선의 개념과 분리될 수 없다”며 해수 유통량을 늘려 수질과 생태계를 개선하고 새만금의 마지막 남은 수라 갯벌은 반드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만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전망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자연의 한계를 존중하고 그 한계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교종 프란치스코는 이를 자연이 스스로 내어주는 것을 받고, 또 그 한계 안에서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문 신부는 “우리가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합리적 활용 방법을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다”라며 “그 효용과는 별도로 생태계가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새만금의 고통에 눈을 뜨면서 우리는 생명평화의 세상,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사회로의 전환을 희망하게 되었다”며 “이는 우리의 의식이 전적으로 전환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문 신부에 앞서 오창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가 ‘생태적 회개를 위한 새만금 해수유통 확대’를 주제로, 권봉오(군산대학교 새만금환경연구센터장) 교수가 ‘새만금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기후위기 해법’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