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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너를 통해 나를 본다
신선웅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

2023년 6월 중순쯤 병원사목(원목)으로 부임한 후 한 달이 지나서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라는 ‘임상사목교육’을 받았다. CPE란 삶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위해 ‘영적 돌봄’을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4개월 정도 걸린다.
이때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일을 경험했다. 교육받는 주간마다 축어록, 곧 환자와의 대화록을 발표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환자 돌봄’을 해야 한다. 나는 의료진들에게 양해를 구해 많게는 10명에서 적게는 3명 정도의 환자를 종교와 상관없이 만났다.
여러 환자를 만나 육체적 아픔만이 아니라 정신적·영적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는데, 특별히 인상에 남는 환자 한 분이 계신다. 이 분은 개신교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신도였다. 개신교 원목실이 없는 병원인지라 그 환자는 나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개신교 신자가 천주교 사제에게 기도를 해달라’는 게 낯설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분과 육체적 아픔부터 시작해 병실 생활, 인간관계, 더 깊이 들어가 본인의 어릴 적 상처와 아픔까지 나누었다. 환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동안 많은 환자를 만났지만 특별히 이 분을 계속 기억하는 건 그를 통해, 즉 너를 통해 나를 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임상사목교육의 돌봄 대상이 환자이지만 돌봄을 받은 건 환자만이 아니라 돌봄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내담자의 삶 속 이야기에 들어가 내가 보지 못한 모습을 바라보고 일상에서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또 왜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사목교육 덕분에 환자를 볼 때마다 나를 보고, 동시에 환자를 돌보면서 나를 돌보게 된다. 혹여나 독자 중에 ‘정말 나를 보고 싶다’ ‘아픈 이들을 정말로 돌보고 싶다’면 임상사목교육을 듣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다른 무엇보다 나를 돌보는 데, 또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선웅 신부(수원교구 병원사목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