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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일반기사
2025.06.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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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된 목자 유수일 주교의 선종을 애도하며
수도회와 군종교구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유수일 주교가 지상 순례를 마쳤다. 그는 수도자로서 가난과 겸손의 삶을 살아온 참된 목자였으며, 제3대 군종교구장으로 10년 6개월 동안 군 복음화에 헌신했다. 말보다 행동으로 신앙인의 삶을 보여준 그의 선종 소식은 한국 교회에 깊은 슬픔을 안겼다.

몇 번이나 꿰매 신은 양말, 낡고 무거운 가방,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걸어다닌 유 주교의 검소한 삶은 일상에서 드러났다. 평생을 수도자의 자세로 살았던 그는 주교가 된 후에도 따뜻하고 친근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2010년 군종교구장에 착좌한 이후 판문점과 연평도, 남수단·레바논·동티모르 등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누볐다. 신자 장병들에게는 직접 묵주를 채워주고, 새벽 초소를 찾는 군종신부를 격려하며, 장병들에게는 햄버거를 들고 다가가 미소 지었다.

그의 문장에는 방패 아래 뒤집힌 방탄모가 그려져 있다. 이는 지상의 모든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 홍수를 대비하는 강한 ‘군종 방주’를 의미하며, 군인의 현실 속에서도 생명과 희망을 품으려는 상징이었다. 특히 JSA성당 건립은 군 복음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판문점과 멀지 않은 최북단에 세워진 JSA성당은 그 존재 자체로 평화의 메시지였다.

유 주교의 신앙 철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세주로 받아들이는 것, 삼위일체 신앙을 흔들림 없이 지키는 데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삶의 족적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한국 교회의 군 사목 역사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의 선종 앞에 우리는 고인이 남긴 신앙 유산을 되새기고 복음화 사명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