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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일반기사
2025.06.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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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추모하고 희망하며
박민규 가롤로(신문취재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그에 앞서 두봉 주교, 그리고 최근 유수일 주교까지. 가톨릭교회의 큰 어른들이 연이어 선종했다. 슬픔 속에 추모하면서도 곧바로 과거 이들의 삶과 발자취를 다시 찾고 취재해 업적을 기렸다. 교황과 주교 선종 보도는 교계 기자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이기에 이런 시기의 보도는 추모 예식과 같다.

마지막 순간 살아온 발자취가 조명되면서 크든 작든 울림을 남긴다. 높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두드러지고 감동을 주는 업적은 생전 드러나지 않았던 일들이다. 남모를 선행과 꾸준한 기도가 생이 끝나고 알려질 때 더 마음을 움직인다.

인간적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니 그만큼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있었으리라 판단할 수 있지만, 취재하다 보면 그런 모습들은 자리와는 상관없었다. 큰 어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든 하느님을 기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었다.

지난 5월 29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가 100번째를 맞았다. 그 자리에서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신자와 잠시 대화를 나눴다. 흔히 하는 취재 과정 중 하나였다. 미리 약속을 잡지 않았기에 많은 얘기는 나눌 수 없었지만, 짧은 순간에도 밝은 웃음과 또렷한 눈빛에 압도당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지체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미사 중 예수님에게서 힘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멘트도 그리 특별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 자매에게서 최근 연이어 다뤘던 큰 어른들과 비슷한 내공이 느껴졌다. 훗날 그의 삶이 사람들에게 조명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울림을 남기고 간 이들처럼 우리의 삶 안에 하느님께서는 분명 함께하고 계시며,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참 생명과 참 사랑의 가치를 알려주신다.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다. 그럼에도 희망을 간직하는 이유는 그분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