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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일반기사
2025.07.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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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예수님의 마음
강진형 신부(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2004년 7월 2일 서품을 받고 새 사제가 되었습니다. 본당에서 미사를 맡아 봉헌하며, 성사·교리·면담 등을 담당하던 그 무렵 병자성사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처음 거행하는 병자성사라 긴장된 마음으로 봉사자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성유는 챙겼는지’ ‘성체는 잘 모셔왔는지’ 다시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예식서를 꺼내 병자성사 순서를 꼼꼼하게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예식 순서를 되새기며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실에서 환자와 가족들께 인사를 드리고 서둘러 십자고상을 꺼내 환자 머리맡에 세워두고 첫 병자성사를 거행했습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처음 한 것이라 그런지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마도 나름 성공적으로 병자성사를 마쳤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갖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병원사목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많은 환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즘에는 그분들의 얼굴과 입고 있는 환자복에 눈이 갑니다. 그리고 초췌한 얼굴과 구겨진 환자복 뒤에 애써 숨겨진 슬픈 마음과 두려운 떨림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얼마나 힘들고 걱정되실까?” 병자성사 중에 갑자기 환자의 마음이 상상이 되면 제 감정이 북받쳐 오르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아, 이 분의 수술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 “희망적인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의 기도가 저절로 나옵니다.

제가 의사는 아니기에 환자를 치료할 순 없지만, 그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마음으로 있을 때, 그 자리에 주님을 모셔올 수 있음을 압니다. 그러기에 매끄럽게 병자성사를 거행하려고 노력하던 20여 년 전보다 순간순간 감정에 목이 메고 눈물이 핑 도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마음에 듭니다.

지금 이 순간 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모든 분께 측은한 마음으로 병자들을 돌보고 위로하셨던 성경 속의 그 모습처럼 주님께서 오셔서 위로의 손길을 건네시고 치유의 기적을 보여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위원장 강진형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