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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K-청정 온라인 국가를 기다리며
정준교 (스테파노, 다음세대 살림연구소 소장)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1코린 12,26)
요즘 보이스피싱과 해킹 시도로 많은 사람이 일상적 불안을 겪고 있다. ‘우체국 택배 도착’ ‘아들 휴대폰 고장’ 등 가족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나 전화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알고 접근하는 방식이 늘어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카드입니다. 배송 주소 확인차 전화 드렸습니다”와 같이 실제 사용하는 카드사 이름으로 걸려오는 전화나, ‘내용증명 재방문’ 안내문이 한밤중에 대문에 붙어있는 경험은 단순한 사기를 넘어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유발한다.
이러한 사기 시도는 SKT·KT·롯데카드 등 연이은 해킹 사건들과 맞물려 사람들의 경계심을 더욱 높이고, 일상적인 연락에도 의심부터 하게 만드는 등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신종 사기 수법들은 개인의 안전과 사회 전반의 신뢰를 위협하고 있다.
통계개발원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액이 3조 8681억 원이었고,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2024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 6870억 원에 달한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2조 3000억 원 규모라고 한다. 그런데 경찰청의 전화 금융사기 피해자 연령 현황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대와 그 이하 세대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전체 피해자의 47가 20대와 그 이하 세대였다.
정부가 침체된 경기의 회복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사기범들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9월 14일 정부는 22일부터 시작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지급 시기와 맞물려 정부·카드사·은행 등을 사칭한 스미싱 공격이 예상됨에 따라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금융감독원·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통해 스미싱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 신고 시 즉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신속 대응체계도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이용한 신종 범죄가 등장하는 등 실로 목불인견의 사태에 이르렀다. 이렇게 심각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공약자료집에서 민생침해범죄·금융범죄를 발본색원하여 금융소비자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지금 우리는 정보혁명 이후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온라인 세계와 오프라인 세계는 마치 입술과 이처럼 서로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땅이 싱크홀처럼 꺼지면 그 위에 지은 집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온라인 세계가 붕괴하면 오프라인 세계도 그 충격으로 인해 제 기능을 잃고 취약해진다. 그 피해는 청년 세대에 가장 크게 닥칠 것이다.
우리나라는 K-청정 치안국가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 언제나 너무나 당연하게 외출하고 싶으면 외출할 수 있지만, 날이 어두워지면 치안 문제로 외출이 쉽지 않은 국가도 적지 않다.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K-청정 치안국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 세계를 걱정하지 않고 접할 수 있어, 청년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K-청정 온라인 국가의 도래를 기다린다.
정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