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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특집기획
2025.09.2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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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크게 임금 차이는 적게’ 경영 철학 실천
[모두를 위한 경제를 부탁해] (5) KCTi 한국사이버테크

 




KCTi 한국사이버테크를 30년째 운영해온 이준녕 대표는 청년 창업가와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기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성장하고 발전했느냐보다, 내가 얼마나 거룩한 삶을 살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하느님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동안에는 기뻐해야 하는데, 기쁘려면 욕심을 줄이고 사랑이 먼저 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30대 시절 과로로 쓰러졌을 때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만들자’ 다짐



전국 2500개 공공기관·기업에 기술 공급

사업 초기 EoC 무지개 경영 방침 큰 도움

경제·노동·사랑의 문화 조화롭게 경영



통 큰 신혼여행비·출산축하금

직원 아끼는 마음 복지 제도서 드러나



“30년 넘게 IT회사 이어온 비결

포콜라레 정신 실천했기 때문

기업가는 아버지 마음으로 운영해야”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외국계 컴퓨터 회사 한국 지사에서 일하던 30대 청년이 쓰러졌다. 열심히 일한 만큼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던 10년 차 직원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없이 일했지만 하루 아침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전 8시 20분, 출근하고 프린트를 하러 가던 중이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고, 유명한 한의사는 ‘기진맥진’이라고 진단했다.



“힘이 쭉 빠지고, 운전도 못 하고, 지하철도 못 타겠더라고요. 공황장애와 비슷했죠. 몸을 소모한 만큼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리더라고요.”



그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다. 노동력 위에 돈이 있었고, 그 위에 회사가 있었다. 결국 그는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과 국민연금을 깨 홀로 방배역 근처에 9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었다. 거래처 하나 없이 시작한 사업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회사는 30년간 전국 2500개 이상의 공공기관과 회사 등에 기술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직원은 12명. 평균 재직 기간이 14년으로 신입직원이 떠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많은 직원이 이 회사에서 일하며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삶을 꾸리고 있다.



회사가 직원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는 복지 제도에서 드러난다. 직원들에게 신혼여행비, 출산축하금, 법인 차량, 통신비, 교통비, 점심값을 지원한다. 신혼여행비는 유럽 신혼여행도 가능한 수준이며, 출산축하금은 출산 후 조리원 비용과 산후조리에 충분한 비용이다. ‘이윤 극대화’보다 ‘사랑 극대화’를 택한 KCTi 한국사이버테크 이준녕(안드레아, 67, 서울 방배동본당) 대표를 만났다.



“저는 자본주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같아요. 사장 체질이 아니고 초등학교 교사가 딱인데?. 직원들이 이 회사에 와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고 기적 같은 일이죠.”



이 대표의 인상은 자신이 앞서 말한 것처럼 기업인보다는 정년을 앞둔 온화한 초등학교 교사를 연상시킨다.



그는 과로로 쓰러졌을 때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KCTi 한국사이버테크는 IT 분야의 HA(고가용성), DR(재해복구), 백업 및 마이그레이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기업이다. 화재·침수·전산실 마비 등 비상 상황에서 공공기관과 기업의 핵심 업무를 복구해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백업할 수 있도록 전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것.



‘복지는 크게, 임금 차이는 적게’가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이 회사의 연봉 최고액과 최저액 차이는 3배가 채 안 된다. 최근 레오 14세 교황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언급하며, CEO 임금이 노동자 평균의 600배에 달하는 소득 격차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IT 회사는 보통 3~5년이면 문을 닫지만, 30년 넘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포콜라레 정신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에 EoC가 추구하는 무지개 경영 방침이 큰 도움이 됐고, 이를 통해 경제와 노동, 사랑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다.



 




KCTi 한국사이버테크 홍보 리플렛.

 





2024년 협력사를 초청한 세미나에서 이준녕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KCTi 한국사이버테크 제공

 





2023년 전자신문이 주최한 디지털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전략 발표회에서 KCTi 한국사이버테크 이준녕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KCTi 한국사이버테크 제공




 





사업 초기에 혼자 영업과 관리까지 도맡아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통장 잔고가 겨우 50만 원인 적도 있었다.



“사업 초기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업이 망할 수도 있다. 회사가 잘되고 못되는 건 하느님의 계획이다’라고요. 하지만 망함으로써 더 큰 위기를 막아주는 것도 하느님 사랑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 대표는 “사장을 하면 월급쟁이보다 더 불안하고 마음이 좁아지기 쉽다”면서 “사장이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면 직원과의 관계도 돈으로만 연결된다”고 꼬집었다.



“사장이 자기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업하는데, 직원은 칼퇴근하면 마음이 상해요. 내 돈을 낭비하는 것 같죠. 저는 회사의 성장보다 직원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은행 대출을 받지 않는다. 직원 한 명 채용도 인건비가 쌓여야 한다. 2011년부터는 재무 시스템을 구축해 경비, 급여, 수입·지출 내역을 직원 모두가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그가 마음에 품고 있는 성경구절이 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다.



“사장이 법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쓰면 직원들도 이걸 원하지 않을까요? 사장이 회사 법인 차량을 운전하면, 직원들도 법인 차량을 원하지 않을까요? 사장이 법인카드를 이용하면 직원들도 법인카드를 이용하면 좋겠지요.”



직원들은 회사에서 개인 비용을 쓸 일이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배려받고 있다.



이쯤 되면 기업 대표라기보다 한 가정의 가장 같다.



“어떤 전업주부가 제게 ‘사장이 아니고 가장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들으니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기업가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너무 어렵죠. 아버지는 많이 가지려고 하지 않아요.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어려운 일엔 먼저 나서죠.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이런 마음으로 기업을 운영하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교황님은 기업인이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주변에 가난한 사람이 많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이 대표는 EoC운동도 회사에서 가정의 모습을 끌어내 직원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포콜라레 운동 창설자 끼아라 루빅도 가정의 문화를 사회에 전파하라고 하셨습니다. 가정이 아픈 가족을 돌보듯 회사도 직원들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죠.” 그는 아내(이정순 리오바)와 함께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초창기 멤버로 활동 중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이 대표는 이제 후배들에게 회사를 이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KCTi 한국사이버테크는 올해 해외 파트너사(오픈텍스트 사이버시큐리티)로부터 영업·마케팅·기술 3개 부문의 상을 받았다. 오픈텍스트 사이버시큐리티는 75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보유한 글로벌 정보 관리 기업이다. 아시아 태평양 20개국 이상이 참석한 행사에서 3개 부문의 상을 받은 회사는 KCTi 한국사이버테크가 처음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직원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없으면 불행하듯, 직원들도 다니는 회사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없다면 떠나겠죠. 직원들이 회사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낄 때까지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사회와 가정으로 확산되길 바랍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 ‘모두를 위한 경제’를 부탁해



경제를 통해 공동선과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한국 EoC위원회와 함께 사람과 생명을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면서 그 이윤을 사회의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따뜻한 기업들을 탐방합니다. EoC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가난과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1991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사회 운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