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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 (46) 당신은 꼰대인가요?(전성호 베르나르도, 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1848년 미국 버몬트 주의 철도건설 공사 현장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철도 건설 감독관이었던 25세 피니어스 게이지씨는 쇠파이프가 그의 오른쪽 눈 밑을 뚫고 앞 뇌를 지나 머리 위를 관통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으나 사고 이후 온화하며 외향적이던 그의 성격과 행동은 극단적으로 변해 참을성이 없고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이 사건은 19세기 신경과학 분야에서 큰 이슈가 되었고 인성과 성격이 뇌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피니어스 게이지씨는 사고로 대뇌 앞부분인 전두엽이 심하게 손상되었는데, 이마 쪽에 있는 전두엽은 대뇌겉질을 구성하는 부위로 사람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조절·통제해 인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두엽이 손상되면 심각한 인격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늦게까지 발달하는 부위로 20대까지의 발달 과정이 성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흔히 ADHD(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라 부르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는 전두엽 발달의 지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 뇌세포 수가 감소하고 전두엽의 기능은 떨어진다. 이는 곧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수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 자기가 알고 생각하는 것만 고집하는 행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언행으로 나타날 때 그들을 비하하는 말로 흔히 ‘꼰대’라는 은어를 사용한다. ‘나 때는 말이야’ ‘내가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로 대표되는 일명 꼰대짓은 일부 나이 많은 사람이나 직장 상사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젊은 사람에게서도 나타난다.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와 함께 발표한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는 한국의 후진적 기업문화 요소로 습관적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 방식을 꼽았다. 이러한 기업문화 개선점 중 하나로는 사회 초년생인 젊은 신입 사원들을 힘들게 하는 바로 윗선배들인 이른바 ‘청바지 입은 꼰대’를 지적했다.
이제 젊꼰(젊은 꼰대), 늙꼰(늙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꼰대 같은 사람들의 언행에 대한 거부감은 세대를 초월한다. 생물학적으로 대뇌의 전두엽이 손상되거나 노화되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꼰대짓 같은 사회적 행동이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 마음의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어 사고의 유연성이 경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종교의 신자든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그들의 처지를 공감하지 않으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자신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서만 타인을 대한다면 가정과 직장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그는 꼰대다. 이번 주일 복음 말씀에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16,31)라고 언급된 그들과 다를 바 없다.
공자는 논어(論語) 양화(陽貨)편에서 하우불이(下愚不移 : 어리석고 못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 하였다. 뇌의 전두엽이 아닌 정신의 전두엽이 심하게 손상된 하우가 바로 나 자신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