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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특집기획
2026.04.2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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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수 600만 돌파에도 축배를 들 수 없다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한국교회 현 주소
3월 11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레오 14세 교황 선출 1주년 기념미사에서 한국 주교단이 강복하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1955년 총인구의 1에 불과했던 19만여 명의 신앙공동체가 70년 만에 신자 수 6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1975년 100만 명, 2008년 500만 명을 넘은 데 이어 17년 만의 새 이정표다.

그러나 축배를 들긴 어렵다. 2025년 군종교구를 제외한 신자 수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신자 증가율은 전년도 0.5에서 0.2로 떨어졌고, 노령화와 성소 감소, 주일 미사 참여율 정체라는 구조적 위기가 통계 곳곳에서 경고등을 밝히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5 분석 보고서’를 통해 주요 지표를 항목별로 분석하고 교회가 직면한 과제를 짚었다.



신자 수 600만 시대, 빛과 그림자

2025년 신자 수는 총인구 5272만여 명의 11.4다. 수치만 보면 전년과 같은 비율이지만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비교하면 11.38에서 11.39로 미세하게 올랐다. 10년 전인 2015년(10.7)과 비교하면 0.7p 상승이다. 전체 신자 수는 전년 대비 9178명 증가했지만, 이 중 군종교구 신자가 8만 8763명에서 9만 9759명으로 1만 996명 증가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면 오히려 줄어든 수치다.

2023~2024년 신자 증가율이 각 0.3, 0.5로 반등하면서 일각에서 팬데믹 회복을 기대했지만, 2025년 0.2 재하락했다. 장기 추세는 뚜렷한 하강 곡선이다. 2015년 1.7였던 신자 증가율은 코로나19가 덮친 2020년 0.1로 최저점을 찍은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공동화

교구별로 보면 서울대교구(25.4)·수원(16.1)·인천(8.8)·의정부(5.5) 등 수도권 4개 교구에 전체 신자의 55.9가 집중돼 있다. 반면 안동교구 신자는 5만 2487명으로 전체의 0.9에 불과하고, 춘천(1.6)·원주(1.4) 등 비수도권 교구들은 정체 또는 감소 국면이다. 교구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서울대교구(16.4)가 가장 높고, 마산(7.9)·안동(8.0)·춘천(8.4) 등이 최하위권으로 교구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고령화 가속

한국 교회의 고령화는 한국 사회 전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현재 65세 이상 신자 비율은 28.9다. 한국 전체 고령 인구 비율 21.2를 7.7p나 웃돈다. 교회는 이미 2019년에 65세 이상 신자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 임계치를 통과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2024년보다 5년 앞선 일이었다.

신자 노령화 지수(14세 이하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814.7명으로 한국 전체(199.9명)의 4배를 훌쩍 넘는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신자 연령대는 65~69세에서 9.5다. 50대 이상이 신자 구성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지표다.

안동(36.3)·춘천(34.9)·원주(33.0) 등 비수도권 교구들이 특히 고령화가 심하다. 이 교구들은 신자 수도 적고 사제도 부족하며 고령 신자 비율도 높은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사제·신학생 위기, 성소 감소

2025년 성직자는 총 5797명(추기경 2명, 주교 37명, 신부 5758명)으로 전년 대비 46명 증가했다. 그러나 2025년 교구 소속 새 신부는 70명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5년 121명과 비교하면 42.1 감소했다. 2019년까지 100명 이상을 유지하던 새 신부 수는 2020년부터 100명 아래로 내려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에서 28명(40)이 나왔고, 수원(10명)·대구(7명)·대전(6명) 순이다. 춘천·원주·안동·제주교구에서는 새 신부가 한 명도 없었다.

신학생 수는 854명(교구 671명, 수도회·선교회 183명)으로 2015년 대비 41.9 감소했다. 2022년 처음으로 입학생이 100명 아래로 내려간 뒤 최근 4년간 80~90명대에 머물고 있다. 2025년 입학생은 87명으로 전년보다 4명 늘었지만 2015년 158명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에 6개 신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 추세라면 통폐합 논의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직자 고령화도 심각하다. 65세 이상 신부 비율이 2015년 11.0에서 2025년 19.7로 치솟았다. 원로 사목자는 636명으로 전체의 13.3를 차지한다. 2021년 처음 10를 넘은 뒤 매년 증가하고 있다. 본당 사목 신부 비율은 2015년 51.5에서 2025년 46.2로 낮아졌다. 활동 가능한 사제의 절대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자 현황, 외국인 비중 늘어

2025년 수도자 수는 1만 1170명(남자 1532명, 여자 9638명)으로 전년 대비 187명 감소했다. 수련자 수는 남자 35명, 여자 129명으로 2015년 대비 각각 40.7, 61.5나 줄었다.

한국인 성소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자리를 외국인 입회자가 메우고 있다. 교구 설립 여자 수도회의 경우 2025년 수련자 중 외국인 비율이 83.3에 달한다. 2015년에는 한국인 70.7, 외국인 29.3였다. 10년 만에 비율이 완전히 뒤집혔다. 해외 선교지에서 현지인 입회자를 통해 명맥을 이어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수도자들의 사도직 활동에서는 ‘기타 활동’ 비율이 남자 42.5, 여자 32.3로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타 활동의 대부분은 수도회 내부 소임이다. 전교 활동, 교육, 의료 등 외부 사도직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성사 활동

2025년 영세자는 6만 4073명으로 전년보다 9.8 늘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회복됐다. 2019년 대비로는 79.1 수준이다. 여기서도 군종교구 역할이 크다. 군종교구 영세자는 1만 4897명으로 전체의 23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67.1 급증했다. 특히 20~24세 남자 영세자 1만 2283명 가운데 약 96.8인 1만 1889명이 군종교구 소속이다. 군종교구를 빼면 2025년 전체 영세자는 전년보다 오히려 0.5 줄어든다.

유아세례가 심각하게 줄고 있다. 2025년 유아세례는 1만 1854명으로 2019년의 66에 불과하다. 0~9세 신자 수는 2015년 대비 51.5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이 연령대 주민등록인구 감소율 35.7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이다. 출산율 저하뿐 아니라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일 미사 참여율 15.5

주일 미사 평균 참여자는 92만 8195명, 신자 수 대비 참여율은 15.5다. 전년보다 0.4 올랐고, 2019년 대비 85.9까지 회복됐다. 수치는 개선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교적 신자 600만 명의 84 이상이 주일 미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견진성사와 병자성사, 고해성사는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특히 병자성사는 2019년 대비 101.7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유일하게 회복했다. 반면 첫영성체는 1만 4251건으로 전년보다 4.4 감소했다. 교회 혼인은 1만 1102건으로 전년보다 3.2 늘었으나, 한국 전체 혼인 증가율 8.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래 세대의 공백

주일학교 대상자 대비 학생 비율은 초등부 55.9, 중등부 30.7, 고등부 15.5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학생 수 자체도 빠르게 줄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해 초등부 34.6, 중등부 19.0, 고등부 18.8가 줄었다. 단순한 인구 감소만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교회를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끼는 문화적 이탈이 가속되고 있다는 신호다.

신앙 교육 이수자도 성령 쇄신 운동을 제외하면 2019년보다 모두 감소했다. 신앙 강좌 이수자는 2019년 대비 63.7, 성서 사도직은 45.1, 피정은 39.7 줄었다. 반면 가톨릭대학교 신학교에서 공부하는 평신도는 89명으로 10년 새 3.8배 늘었다. 성소자가 줄어드는 시대에 한국 교회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줄어드는 교회 내 사회 복지

한국 교회 사회 복지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 2025년 사회 복지 사업 수는 1161개로 전년보다 31개, 2019년 대비 190개 감소했다. 아동·청소년 복지 사업은 2019년보다 71개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노인 복지, 노숙인 복지, 여성 복지 모두 감소했다. 한국 전쟁 이후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돌봐온 교회 복지 활동의 외연이 사제·수도자 고령화와 팬데믹 이후 운영난이 겹치며 축소되고 있다.



600만의 책임

‘202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 인구 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적상 600만이라는 숫자는 하나의 이정표인 동시에 교회가 직면한 과제의 출발점으로 읽힌다.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성직자 중심의 양적 확장 모델은 한계에 달했다. 신학생과 수도 성소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교회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 교회가 과거의 성장 모델, 곧 성직자 중심의 확장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음을 의미한다”며 “이는 위기인 동시에 하느님 백성 모두가 교회의 사명에 함께 참여하는 시노드 교회로 전환할 수 있는 역설적인 기회이기도 하다”고 내다봤다. 또 “모든 구성원이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을 실현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600만 신자 시대를 맞이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들에 충실히 대응하며 시노드 ‘최종 문서’를 창조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