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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해외교회 > 해외교회
2021.10.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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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공동합의적 여정 강조… “성령의 목소리에 열린 교회 체험하자”
제16차 시노드 ‘참여·경청·식별’ 강조 지역교회 단계의 시노드 중요성 역설 사목자들에게 엘리트 의식 탈피 요구
▲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마련한 성찰의 시간에서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CNS】



"세례받은 모든 이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시노드에 참여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개막 미사를 통해 "시노드는 하느님과의 말씀과 대화를 통해 일어나는 영적 분별의 여정"이라며 "성령께서는 교회가 갖는 질문과 걱정, 희망에 귀 기울이시며, 세계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듣길 원하신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공동합의적 여정이 될 이번 시노드에서 가장 중요한 참여와 경청, 식별을 거듭 요청했다. 교황은 하느님 나라와 부자에 관한 마르코 복음(10, 17-30)을 언급하면서 "예수님께서는 부자인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그들 마음속에 숨어있는 우려들에 귀를 기울이는지 예시를 보여주셨다"면서 "하느님은 현실과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언제나 서로 곁에서 걷고 계시다"며 성령께 끊임없이 묻는 시노드가 되길 당부했다.

교황은 또 "시노드 여정은 의견 조사나 집회, 행사를 치르는 시간이 아니다. 만남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힘을 지녔던 예수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각자의 만남은 열린 마음, 용기, 의지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교황이 밝힌 의지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교황청은 이번 시노드의 출발인 지역 교회의 교구 단계 시노드가 경청과 수렴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개막 미사에는 추기경과 주교단, 평신도 등 3000여 명이 참여해 교황이 전하는 함께하는 여정, 공동합의성의 의미를 되새겼다.

교황은 2015년 주교 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시노드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에도 "시노드는 교회 생활의 모든 차원에서 진행된 경청의 역동성이 수렴되는 지점"이라면서 "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하는 교회이고, 경청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교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황은 개막 미사 전날인 9일 성찰의 시간을 통해서도 "이번 시노드 여정을 통해 일치의 선물을 받고 살아가며, 성령의 목소리에 열려 있는 교회를 체험해 보자"고 거듭 촉구했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발간한 예비 문서와 편람은 교구 단계 시노드가 수행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편람은 △여정의 동반자 △경청 △발언 △거행 △공동 사명을 위한 공동 책임 △교회와 사회 안에서의 대화 △교회 일치 △권위와 참여 △식별과 결정 △공동합의성 안에서 이루는 우리의 양성이란 10가지 대주제를 논의하도록 안내한다. 교구는 이 대주제에 속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중심으로 본당, 단체, 수도회, 청년 등 다양한 그룹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도록 돕고 있다.

편람은 코로나19 시기에 시작하는 시노드인 만큼 온-오프의 통합된 형태의 모임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교황은 9일 개막 연설을 통해 시노드 여정에서 피해야 할 요소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교황은 "우리가 수행하는 영적 분별의 과정이 우리 자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하느님 사업을 위해 효과적으로 협력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라며 "성직자와 평신도들 사이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촉진할 내용과 수단,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사목자들을 향해 "성직자들 사이에는 때때로 평신도와 거리를 두는 일종의 엘리트 의식이 존재하곤 하는데, 이는 목자가 아닌 주인처럼 만드는 행태가 될 수 있기에, 지나치게 수직적이거나 자칫 편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모습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