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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 사랑나눔
2021.03.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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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아들 부부 먼저 보내고 손주들 보살펴야 하는데…
아들 부부, 빚 때문에 극단적 선택.. 남겨진 어린 두 손주들 도맡아 양육.. 쓰레기 분리수거 일로 생계 어려워
▲ 아들 이야기를 하는 이정희씨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흘렀다.

▲ 김영태 신부



"아들이 평소 생선을 먹지도 않는데 갈치를 한 마리 구워주니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갔어요. 그게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었어요. 나한테 말이라도 한마디 했으면…."

인터뷰 내내 이정희(가명, 안젤라, 제주 남원본당)씨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이씨는 둘째 아들과 며느리를 가슴에 묻었다.

둘째 아들과 며느리는 10살 딸과 5살 아들을 남겨둔 채 2019년 12월 2일 세상을 등졌다. 며느리가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써서 생긴 빚 때문이었다. 회삿돈을 왜 썼는지, 돈을 어디에 썼는지 함께 사는 아들도 몰랐다. 빚이 얼마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들 부부가 살던 서귀포 집을 팔고 아들의 화물 면허까지 팔아도 갚을 수 없는 액수인 건 분명했다.

이씨의 아들은 조금만 고생하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어려움이 있어도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는 믿음직한 아들이었다. 그런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리라고 이씨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씨는 그 날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에게 듣고 나서야 기억을 떠올렸다. 이씨 아들은 2019년 11월 30일 저녁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갔다. 생선 좀 먹으라는 엄마를 위한 아들의 마지막 마음이었을까. 평소 생선을 먹지 않는 아들은 "너무 맛있다"며 밥을 남김없이 먹고 돌아갔다.

주말이 지나고 큰 며느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도련님이랑 동서가 전화를 받지 않아요." 이씨는 서둘러 아들 부부가 사는 집에 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씨는 아들 부부를 찾아 헤맸다. 집 안에도, 창고에도, 차 안에도 없었다. 그런데 닫혀 있어야 할 비닐하우스 문이 열려 있었다. 비닐하우스에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아들 부부를 찾았다.

이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씨에게는 10살 손녀와 5살 손자가 남겨졌다. 손녀는 이씨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할머니 없어질까 봐. 할머니 없으면 우리 어떻게 살아." 손녀가 이런 말을 할 때면 이씨는 무너진다. "손주들 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잘되지 않아요." 손자는 이씨가 울 때마다 "울지마"라며 이씨 손을 잡는다.

이씨는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다.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지만 여력이 없다.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손주들을 돌볼 사람도 없는 이유가 더 크다. 이씨는 현재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일을 한다. 하루 일을 하고 나면 받는 돈은 4만 원. 손주들과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씨는 손주들을 잘 돌볼 수 있게 자신도 건강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

"하느님이 아니었으면 저도 같이 갔을지 몰라요. 하느님이 저를 살려주셨다고 생각해요. 하느님 믿고 용기를 내보려고요. 내가 움츠러들면 아이들은 어떡해요."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후견인 / 제주교구 남원본당 주임 김영태 신부

오랫동안 가난의 아픔을 겪고 있으면서도 빈첸시오회에서 봉사하고 있는 자매입니다. 갑자기 아들 부부를 떠나보내고 슬퍼하기도 전에 어린 손자, 손녀를 돌봐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들에게 희망의 천사가 되어주세요.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이정희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1일부터 27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