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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2021.09.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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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6주일 - 기쁜 소식 전하려 한 발이라도 더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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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말에는 개인주의를 넘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우리'에 속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 말이 무서운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그 둘레에 높은 장벽을 만들고 자신들과 '다른' 그 어떤 존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배타주의'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당신 백성인 우리가 그런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우리'를 만들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함으로써, 나와 다른 이를 보살피고 위해줌으로써 모두가 '함께' 번영하기를 바라십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 안에서 그런 주님의 뜻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제1독서인 민수기에서 하느님은 모세의 청에 따라 그의 짐을 나눠서 질 70명의 원로를 임명하십니다. 그리고 그 원로들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백성을 다스리는 권한이 주어졌음을 드러내지요. 그런데 "명단에 들어있으면서 천막으로 나가지 않은", 두 사람에게도 성령이 내려 예언을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자 모세를 따르던 이들은 모세를 통해 전해진 하느님의 메시지에 순명하지 않은 그들이 그런 특별한 권한을 받게 된다면 이스라엘 공동체의 내부 기강이 해이해질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그 말을 들은 모세는 이렇게 답합니다. "주님의 온 백성이 예언자였으면 좋겠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영을 내려 주셨으면 좋겠다." 모세는 자기 권위를 내세우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을 통해 하느님의 뜻과 영광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 두 사람에게 성령을 보내신 게 하느님의 뜻이라면 자신은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와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제자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 것입니다. 그 일이 윤리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이라 저지한 게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일은 그분의 제자인 자신들만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하는 게 자기 권한을 침해당한 것 같아 기분 나쁘고 화가 나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사칭하는 사람을 저지한 게 예수님을 위한 일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그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저희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 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뒤에서 그분의 뒤를 따라야 할 그들이 어느 순간 예수님 앞에 서서는, 자기들의 뜻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포장해 권력처럼 휘두르려고 든 것입니다. 예수님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공동체가 되고 만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제지하십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그 사람을 "막지 마라"고 하십니다. 그 사람이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자비와 능력이 그에게 흘러들어 가는 것을 막지 말라는 것입니다. 모든 이를 공평하게 사랑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과 의지를 나의 편협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감히 막아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교만과 이기심을 따르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내 부족한 말과 못난 행동으로 하느님의 뜻과 선의를 왜곡하여 보는 이들을 하느님과 그분의 뜻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면, 그것은 그보다 더 큰 '대죄'이며 자기 자신을 멸망의 바다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배척하고 분열시키는 게 아니라, 모든 이를 주님의 뜻과 사랑 안으로 모아들이는 일입니다. 내 눈이 주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으로부터 자꾸만 시선을 돌린다면, 단호한 의지로 무관심을 끊어버리고 따뜻한 사랑으로 주위를 둘러봐야 합니다. 내 손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의 손을 차갑게 밀어낸다면, 단호한 의지로 이기심을 끊어버리고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내 발이 이 세상의 작고 약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을 외면하고 자꾸만 제 자리에 눌러앉으려고 한다면, 단호한 의지로 나태함을 끊어버리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한 발이라도 더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천국에서 받을 상을 잃지 않습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함승수 신부의 카카오스토리(https://story.kakao.com/_0TX0X5)에 가시면 매일 '생활 속 복음'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