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성사의 경륜
- 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 제 1 장 그리스도교 입문 성사들
- 제1절 세례성사(洗禮聖事)
- VII. 세례의 은총
제 2 부 교회의 일곱 성사
- 1262 세례의 다양한 효과들은 성사 예식의 감각적 요소들을 통하여 표시된다. 물에 잠김은 죽음과 정화의 상징이지만 재생과 갱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두 가지 중요한 효과는 죄의 정화와 성령 안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60)
- 죄의 용서
- 1263 세례를 통하여 모든 죄, 곧 원죄와 본죄, 그리고 모든 죄벌까지도 용서받는다.(61) 세례로 새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가로막을 아무런 죄도 남아 있지 않다. 곧 아담의 죄도, 본죄도, 죄의 가장 중대한 결과인 하느님과의 단절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 1264 반면에 세례 받은 사람에게는 고통, 질병, 죽음 등 죄의 현세적 결과 그리고 연약한 기질과 같은, 인생에 내재한 나약함이 남아 있다. 그리고 교회 전통이 ‘사욕’(邪慾)이라 부르고, 은유적으로는 ‘죄의 불씨’라고 부르는, 죄로 기우는 경향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으로 남아 있는 사욕은,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용감히 맞서는 사람들에게는 해를 끼칠 수 없다. ‘경기를 하는 사람도 규칙대로 경기를 하지 않으면 승리의 화관을 얻지 못한다’(2티모 2,5).”(62)
- 새사람이 됨
- 1265 세례는 모든 죄를 정화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 신자를 “새사람”이 되게 하며,(63)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는”(64)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고,(65) 그리스도의 지체,(66)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67) 성령의 성전이 되게 한다.(68)
- 1266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께서는 세례 받은 사람에게 성화하는 은총, 곧 의화하는 은총을 주신다. 이 성화 은총은,
- - 향주덕(向主德)을 통하여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께 바라고,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하며,
- - 성령의 은혜를 통하여,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고 행동할 수 있게 하며,
- - 윤리덕을 통하여 선이 성장하도록 해 준다.
- 이처럼 그리스도인의 초자연적인 삶 전체가 세례에 뿌리를 두고 있다.
-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한 몸이 됨
- 1267 세례는 우리를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일원이 되게 한다. “우리는 서로 지체입니다”(에페 4,25). 세례는 교회와 한 몸이 되게 한다. 세례대에서 국가와 문화, 인종과 성별 등, 모든 자연적 인간적 한계를 초월하는, 신약의 유일한 하느님 백성이 탄생한다. “우리는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1코린 12,13).
- 1268 세례 받은 사람들은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고, 거룩한 사제단”(1베드 2,5)이 되었다. 그들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한다.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놀라운 빛 속으로 이끌어 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1베드 2,9). 세례를 받으면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에 참여하게 된다.
- 1269 교회의 일원이 된 세례 받은 사람은 이제 자신의 것이 아니고(69)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그리스도의 것이다.(70) 그러므로 세례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고,(71) 교회의 친교 안에서 그들에게 봉사하며,(72)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복종하고 순종하며(73)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74) 세례를 받으면 이처럼 책임과 의무가 생기지만, 동시에 세례 받은 사람들은 교회의 품 안에서, 성사를 받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양육되며 교회의 다른 영적인 도움으로 지원받을 권리도 누린다.(75)
- 1270 세례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쓰고”,(76) 하느님 백성의 사도적, 선교적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77)
- 그리스도인들을 일치시키는 성사적 유대
- 1271 세례는 아직 가톨릭 교회와 완전히 일치하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루는 일치의 기초가 된다. “그리스도를 믿고 올바로 세례를 받은 이들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가톨릭 교회와 친교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세례 때에 믿음으로 의화된 그들은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고 마땅히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가지며, 가톨릭 교회의 자녀들은 그들을 당연히 주님 안에 형제로 인정한다.”(78) 그러므로 “세례는 세례를 통하여 새로 태어난 모든 사람을 묶어 주는 일치의 성사적 끈이다.”(79)
- 지워지지 않는 영적 표지
- 1272 세례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이들은 그리스도와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다.(80) 세례는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께 속해 있음을 나타내는 지워지지 않는 영적인 표지(인호)를 새겨 준다. 비록 죄 때문에 세례가 구원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 표지는 그 어떠한 죄로도 지워지지 않는다.(81) 한 번 받은 세례는 다시 받을 수 없다.
- 1273 신자들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았다.(82) 세례의 인호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거룩한 전례에 활기 있게 참여하여 하느님을 섬기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세례에 의한 그들의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게 하며 이를 촉구한다.(83)
- 1274 “주님의 인호”(84) 는 성령께서 “속량의 날”(에페 4,30)을 위하여 우리에게 찍어 놓으신 표지이다.(85) “과연 세례는 영원한 생명의 보증이다.”(86) 끝까지 “인호를 간직한”, 곧 자신이 받은 세례가 요구하는 것에 충실한 신자는, “신앙의 보람을 지니고”,(87) 세례 때에 고백한 그 신앙을 보존하고, 신앙의 완성인 지복 직관을 바라면서 부활에 대한 희망 속에서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