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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93 이 성사의 예식 중에서 도유의 표징과, 이 도유가 가리키고 새겨 주는 것, 곧 영적 인호를 숙고해 보아야 한다.
  • 성경과 고대 사회의 상징체계에서 기름부음은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름은 풍요와(107) 기쁨의(108) 표징이다. 기름은 정화시키고(목욕 전후에 기름 바름) 유연하게 하며(육상 경기 선수와 씨름 선수에게 기름을 바름), 깨지고 상처 난 곳을 낫게 하므로 치유를 상징하고,(109) 아름다움과 건강과 힘이 넘치게 한다.
  • 1294 기름 바름의 이 모든 의미는 성사 생활 안에서도 발견된다. 세례 전에 예비 신자에게 기름을 바르는 의식은 정화와 강화를 뜻하고, 병자들에게 기름을 바르는 것은 치유와 위안을 의미한다. 세례 직후와 견진과 서품 때에 축성 성유를 바르는 것은 축성되었다는 표징이다. 그리스도인, 곧 견진의 도유를 받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과, 그분이 가득히 지니신 성령의 충만에 더 깊이 참여함으로써, 삶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110) 풍기게 된다.
  • 1295 견진성사를 받는 사람은 이 도유를 통하여 ‘표지’, 곧 성령의 인호를 받는다. 사회에서 사용하는 인장은 그 사람을 상징하며,(111) 그 사람의 권위를 나타내고,(112) 어떤 사물에 대한 소유권을 표시한다.(113) ─ 그래서 병사들에게는 대장의 인장을 찍었으며, 노예한테는 주인의 낙인을 찍었다. ─ 인장은 법률 증서나(114) 문서에(115) 권위를 부여하며, 때에 따라서는 문서의 비밀을 보장하기도 한다.(116)
  • 1296 그리스도께서는 성부께서 당신에게 날인하셨다고 선언하신다.(117) 그리스도인들 역시 날인받았다. “우리를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굳세게 하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우리에게 인장을 찍으시고 우리 마음 안에 성령을 보증으로 주셨습니다”(2코린 1,21-22).(118) 성령의 이 날인은 전적으로 그리스도께 속해 있고 그분을 영원히 섬기겠다는 표시인 동시에, 종말의 큰 시련 때에 하느님께서 보호해 주시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119)
  • 견진성사의 거행
  • 1297 축성 성유(크리스마)의 축성은 견진성사의 거행에 앞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일이며, 어느 면에서는 견진성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주교는 성목요일의 성유 축성 미사 중에 교구 전체에서 사용할 축성 성유(크리스마)를 축성한다. 일부 동방 교회에서는 성유 축성이 총대주교에게만 유보되어 있다.
  • 안티오키아 전례는 크리스마(그리스 말로는 myron) 축성을 위한 성령 청원 기도를 다음과 같이 한다. “(아버지……성령을) 우리와 여기 놓인 이 기름 위에 보내 주시고 이를 거룩하게 하시어, 도유와 날인을 받은 모든 사람들을 위한 거룩한 향유, 사제의 성유, 왕의 성유, 환희의 도유, 빛의 옷, 구원의 외투, 영적 선물, 영혼과 육신의 성화, 불멸의 행복, 지워지지 않는 인호, 신앙의 방패가 되고 마귀의 모든 활동에 대항하는 무서운 투구가 되게 하소서.”(120)
  • 1298 로마 예법처럼 견진성사를 세례성사와 분리해서 거행하는 경우, 견진성사 전례는 견진 받는 사람들의 세례 서약 갱신과 신앙 고백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하여 견진성사가 그리스도교 입문 전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121) 어른이 세례성사를 받을 경우에는 즉시 견진성사를 받고 성체성사에 참여하게 된다.(122)
  • 1299 로마 예법에서는 주교가 전체 견진자들 위에 두 손을 펴는데, 사도 시대부터 이 안수는 성령을 준다는 표징이다. 그리고 주교는 다음과 같이 성령을 부어 주시도록 청원하는 기도를 드린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전능하신 하느님, 여기 있는 이 교우들을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게 하시고 죄에서 해방시키셨으니, 이 교우들에게 파라클리토 성령을 보내 주소서. 지혜와 통찰의 영, 의견과 용기의 영, 지식과 공경의 영, 주님을 두려워하는 경외의 영을 보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123)
  • 1300 그다음에 성사의 핵심 예식이 이어진다. 라틴 예법에서 “견진성사는 (주교가) 한 손을 얹고 이마에 축성 성유를 바름으로써, 그리고 ‘성령 특은의 인호를 받으시오.’(Accipe signaculum Doni Spiritus Sancti)라는 말로써 수여한다.”(124) 비잔틴 예법의 동방 교회에서는 성령 청원 기도 다음에 성유(myron)를 몸의 중요한 부분, 곧 이마, 눈, 코, 귀, 입술, 가슴, 등, 손과 발에 바르며 그때마다 “성령 특은의 인호.”(Sphragis doreas Pneumatos Hagiou)(125) 라고 말한다.
  • 1301 견진성사의 예식을 끝맺는 ‘평화의 인사’는 주교와 모든 신자들이 이루는 교회의 친교를 가리키고 표현한다.(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