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제 2 부 십 계 명
- 제 3 장 하느님의 구원: 법과 은총
- 제2절 은총과 의화
- I. 의화
제 1 부 인간의 소명: 성령 안의 삶
- 1987 성령의 은총에는 우리를 의화(義化)하는 힘이 있다. 곧, 성령의 은총은 우리의 죄를 씻어 주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그리고 세례를 통하여(40)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41) 누리게 해 준다.
-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시어 다시는 돌아가시지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죽음은 더 이상 그분 위에 군림하지 못합니다. 그분께서 돌아가신 것은 죄와 관련하여 단 한 번 돌아가신 것이고, 그분께서 사시는 것은 하느님을 위하여 사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여러분 자신도 죄에서는 죽었지만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살고 있다고 생각하십시오(로마 6,8-11).
- 1988 성령의 권능을 통하여, 우리는 죄에 대해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하고, 새 생명으로 태어남으로써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한다. 우리는 교회인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이며,(42) 참포도나무 곧 그리스도 자신의 가지들이다.(43)
- 성령을 통해서, 우리 모두는 하느님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성령을 나누어 받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본성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머물러 계시는 사람들은 하느님처럼 됩니다.…….(44)
- 1989 성령의 은총이 작용하여 내는 첫 결실은 회개이다. 복음서의 첫 대목에 나오는,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하신 예수님의 선포에 따라, 회개는 우리를 의롭게 해 준다. 은총의 작용으로 인간은 하느님께 향하고 죄에서 멀어져 위로부터 오는 용서와 의화를 받아들인다. “의화는 단순히 죄를 용서받는 것뿐만 아니라, 또한 성화와 내적 인간의 쇄신도 내포한다.”(45)
- 1990 의화는 하느님 사랑을 거스르는 죄에서 인간을 풀어 주고, 인간의 마음을 죄에서 정화시켜 준다. 의화는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주도적으로 베풀어 주신 용서에 뒤이어 이루어진다. 의화는 인간을 하느님과 화해시키며, 죄의 예속에서 해방시키고, 치유해 준다.
- 1991 이와 동시에, 의화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통해 하느님의 의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란 하느님 사랑의 공정함을 가리킨다. 의화와 함께 믿음과 희망과 사랑도 우리의 마음 안에 스며들고, 우리는 하느님 뜻에 순종하게 된다.
- 1992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우리는 의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하느님 뜻에 맞는 거룩한 산 제물로 자신을 바치셨으며, 그분의 피는 모든 사람의 죄를 위한 속죄의 도구가 되었다. 의화는 신앙의 성사인 세례로 주어진다. 의화는 당신 자비의 능력으로 우리를 내적으로 의롭게 하시는 하느님의 의로우심에 우리를 부합하게 한다. 의화의 목적은 하느님과 그리스도께 영광을 드리고, 인간에게는 영원한 생명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46)
- 그러나 이제는 율법과 상관없이 하느님의 의로움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율법과 예언자들이 증언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오는 하느님의 의로움은 믿는 모든 이를 위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아무 차별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속량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속죄의 제물로 내세우셨습니다. 예수님의 피로 이루어진 속죄는 믿음으로 얻어집니다. 사람들이 이전에 지은 죄들을 용서하시어 당신의 의로움을 보여 주시려고 그리하신 것입니다. 이 죄들은 하느님께서 관용을 베푸실 때에 저질러졌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의로움을 보여 주시어, 당신께서 의로우신 분이며 또 예수님을 믿는 이를 의롭게 하시는 분임을 드러내십니다(로마 3,21-26).
- 1993 의화는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의 자유 사이에 협력 관계를 이룬다. 인간 편에서, 의화는 회개를 촉구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신앙의 동의 안에서, 그리고 그 동의에 앞서고 그것을 보전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에 사랑으로 협력하는 행위를 통해서 표현된다.
- 하느님께서 성령의 비추심으로 인간의 마음을 감동시켜 주실 때, 인간은 거절할 수도 있는 이 감동을 아무런 반응 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 없이는 인간은 그의 자유 의지로써 하느님 앞에서 의화를 향해 나설 수 없다.(47)
- 1994 의화는 하느님 사랑의 가장 뛰어난 업적이다. 하느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나며 성령을 통해 주어진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에 따르면, “불경한 사람의 의화는 하늘과 땅의 창조보다도 더 위대한 일”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지겠지만, 선택된 사람들의 구원과 의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48) 때문이다. 그는 또한 죄인들의 의화는 천사들을 의롭게 창조한 일을 능가하며, 그것은 죄인의 의화가 더 큰 자비를 드러내 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1995 성령은 내적 생활의 스승이시다. “내적 인간”을(49) 태어나게 하는 의화는 인간 존재 전체의 성화에까지 미친다.
- 나는 여러분이 지닌 육의 나약성 때문에 사람들의 방식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이 전에 자기 지체를 더러움과 불법에 종으로 넘겨 불법에 빠져 있었듯이, 이제는 자기 지체를 의로움에 종으로 바쳐 성화에 이르십시오. 그런데 이제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는 소득은 성화로 이끌어 줍니다. 또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로마 6,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