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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의 영혼 존중: 악한 표양
  • 2284 악한 표양(스캔들)은 악을 저지르도록 타인을 이끄는 태도나 행위이다. 악한 표양을 보이는 사람은 이웃을 악으로 이끄는 유혹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덕과 정의에 해를 끼침으로써, 그의 형제를 영적 죽음으로 이끌어 들일 수 있다. 만일 어떤 행위나 부작위로 일부러 타인이 심각한 과실을 저지르게 한다면, 그 악한 표양은 중죄가 된다.
  • 2285 악한 표양은, 그것을 보이는 사람의 권위나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의 약함 때문에 특별한 중대성을 띠게 된다. 이 악한 표양은 우리 주님께 다음과 같은 저주를 불러일으켰다.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달고 바다 깊은 곳에 빠지는 편이 낫다”(마태 18,6).(59) 본성이나 직무에 따라 다른 이들을 가르치고 교육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악한 표양을 보인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악이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점에 대해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신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양의 탈을 쓴 이리로 비유하신다.(60)
  • 2286 악한 표양은 법이나 제도, 유행이나 여론 등으로 유발될 수 있다.
  • 그러므로 풍속의 퇴폐나 종교 생활의 타락, 또는 “고의적이건 아니건 계명에 합치되는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을 어렵게 하거나 실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들”(61) 로 이끄는 법이나 사회 구조를 촉구하는 사람들은 악한 표양을 보이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부정 행위를 조장하는 규칙을 정하는 기업주들이나,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성나게 하는”(62) 교사들, 그리고 여론을 조작하여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나게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죄를 짓는 것이다.
  • 2287 다른 사람들이 악을 행하도록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는 사람은 악한 표양을 보이는 죄를 짓는 것이며, 직접으로든 간접으로든 자기가 조장한 악에 책임이 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그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루카 17,1)
  • 건강 존중
  • 2288 생명과 신체의 건강은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값진 재산이다. 우리는 타인의 필요와 공동선을 참작하면서 이 재산을 분별 있게 돌보아야 한다.
  • 시민들의 건강을 돌보려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게 해 주는 생활 여건, 곧 의식주, 보건, 기초 교육, 직업, 사회복지 등이 갖추어지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 2289 윤리적으로 육신 생명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신 생명이 절대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윤리는 육신의 숭배를 촉진시키고, 육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시키며, 완벽한 육체와 스포츠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경향의 새로운 이교도적 정신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강한 자와 약한 자 중에서 선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타락시킬 수 있다.
  • 2290 절제의 덕은 음식, 술, 담배, 약물의 남용 등 온갖 형태의 과잉을 피하게 한다. 술취한 상태에서나, 속도에 대한 무절제한 취미로 도로나 바다, 하늘에서 타인과 자신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들은 중죄를 짓는 것이다.
  • 2291 마약 사용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마약 사용은 다만 직접 치료를 위한 처방의 경우가 아니면 중죄이다. 마약의 밀조와 밀매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이는 도덕률을 심각하게 어기는 행위를 조장하기 때문에 범죄에 직접 협력하는 것이다.
  • 인간 존중과 과학 연구
  • 2292 개인이나 인간 집단에 대한 과학적, 의학적, 또는 심리학적 실험은 병의 치료나 공중 보건의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2293 기초 과학 연구는 응용 과학 연구와 함께 만물에 대한 인간 지배권의 중요한 표현이 된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데 사용되고, 모든 사람을 위한 전인적 발전을 촉진할 때, 이는 귀중한 자원이 된다. 그러나 이것들만으로는 인생의 의미와 인간 발전의 의미를 보여 줄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은 그것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의 도덕적 가치에 비추어, 과학과 기술은 그 궁극의 목적과 한계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다.
  • 2294 과학 연구와 그 응용에서 도덕적인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은 환상이다. 반면, 그 방향 결정의 기준들은, 기술의 단순한 효율성이나,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어떤 사람들을 위하는 효용이나, 최악의 경우 지배적인 이데올로기 등 그 어느 것에서도 추론될 수 없다. 과학과 기술은 그 본질적 의미로 보아서, 도덕의 근본 기준들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은 하느님의 계획과 뜻에 따라 인간과 그 양도할 수 없는 권리, 그리고 그의 참되고 전적인 선익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 2295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률에 어긋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와 실험은 그 자체로 정당한 행위일 수 없다. 비록 피실험자들의 동의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들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만일 실험 대상자의 생명이나 그 육체적, 정신적 완전성에 피할 수 없는 지나친 위험을 겪게 하는 것이라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도덕적으로 부당한 것이다. 또 피실험자나 그 보호자의 명백한 동의 없이 행해지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인간의 존엄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 2296 장기 이식은 제공자가 겪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과 위험률이 그 장기를 받는 사람이 얻고자 하는 선익과 균형을 이룬다면 도덕률에 부합된다. 죽은 뒤의 장기 기증은 훌륭하고 칭찬받을 일이며 헌신적인 연대의 표징으로서 장려되어야 한다. 장기 이식은 제공자나 그 보호자의 분명한 동의 없이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라 해도,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적출이나 죽음을 직접 유발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 육체의 완전성에 대한 존중
  • 2297 사람을 납치하고 인질로 삼는 것은 사회 안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피랍자를 위협하여 그에게 견딜 수 없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도덕적으로 부당하다. 폭력 행위(테러리즘)는 사람을 무차별로 위협하고 상처를 입히고 죽인다. 폭력 행위는 정의와 사랑에 크게 어긋난다.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서, 죄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반대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증오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육체적 또는 정신적 폭력을 사용하는 고문은 인간 존중과 인간 존엄성에 어긋난다.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를 위한 처방의 경우가 아니라면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수족 절단, 신체 상해, 불임 수술은 도덕률에 어긋난다.(63)
  • 2298 과거에는 합법적 정부들이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혹 행위들을 다반사로 자행했으며, 이런 경우 흔히 교회의 사목자들은 이에 항의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교회의 사목자 자신들도 교회의 법정에서 고문에 관한 로마법의 규정들을 받아들였었다. 이런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교회는 늘 관용과 자비의 의무를 가르쳐 왔으며, 성직자들에게 피 흘리는 일을 금하였다. 근래에 와서, 그 같은 가혹 행위들은, 공공질서를 위해 필요한 것도 아니었으며 인간의 정당한 권리에 합치하는 것도 아니었음이 명백해졌다. 오히려 그런 행위들은 더욱 나쁜 타락으로 이끌어 간다. 그러므로 그런 관습들을 없애려고 노력해야 하며, 희생자들과 가해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 죽은 이들에 대한 존경
  • 2299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는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품위 있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과 가까운 친지들은 기도로써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친지들은 적당한 때에, 병자들이 살아 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성사들을 받도록 주선해야 한다.
  • 2300 죽은 이들의 시신은 부활에 대한 신앙과 희망 안에서 존경과 사랑으로 다루어야 한다. 죽은 이들을 장사 지내는 것은 신체에 자비를 베푸는 일이며,(64) 이것은 성령의 궁전인 하느님의 자녀들을 명예롭게 하는 일이다.
  • 2301 법률 수사나 과학 연구가 그 동기인 시체 해부는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죽으면 무상으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것은 합법적이고 장한 일이다. 육신 부활의 신앙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교회는 화장을 허락한다.(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