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그리스도인의 삶과 기도
- 제2부 주님의 기도 “우리 아버지”
- 제3절 일곱 가지 청원
- VII. “악에서 구하소서”
제2부 주님의 기도 “우리 아버지”
- 2850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이 마지막 청원 역시 예수님께서 하신 기도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요한 17,15). 이 간청은 우리 각자에게 개인적으로 관계되는 것이나, ‘우리’가 온 교회와 일치하여 언제나 모든 인류 가족의 해방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주님의 기도는 끊임없이 우리를 구원 경륜의 차원에 눈뜨게 한다. 죄와 죽음의 비극에 모두가 관련되어 있는 우리의 상호 관계가 변하여, 그리스도의 신비체 안에서의 연대성과 ‘모든 성인의 통공’으로 전환된다.(143)
- 2851 이 청원에서, 악은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한 위격, 곧 사탄, 악마, 하느님께 대항하는 천사를 가리킨다. ‘악마’(dia-bolos)는 하느님의 계획과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룩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가로막는’ 자이다.
- 2852 “처음부터 살인자로서,……거짓말쟁이며 거짓의 아비”(요한 8,44)인 그는, “사탄이라고도 하는 자, 온 세계를 속이던 자”(묵시 12,9)인데, 그로 말미암아 죄와 죽음이 세상에 들어왔고, 또 그의 결정적인 패배로 온 인류가 “죄와 죽음의 수렁에서 건져질”(144) 것이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그를 지켜 주시어 악마가 그에게 손을 대지 못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이고 온 세상은 악마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을 압니다”(1요한 5,18-19).
- 여러분의 죄를 없애 주시고 잘못을 용서해 주신 주님께서는 여러분과 싸우는 마귀의 계교에서 여러분을 보호하고 지켜 주시어, 언제나 악을 발생시키곤 하는 원수가 여러분을 불시에 공격하지 못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로마 8,31)(145)
- 2853 예수님께서 당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자유로이 당신을 죽음에 내맡기시던 그 ‘시간’에, “이 세상의 우두머리”(146) 에 대한 승리가 한 번에 결정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는 것이며,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쫓겨나는” 것이다.(147) 그는 “여인을 쫓아가지만”(묵시 12,13), 그 여인을 잡지 못한다.(148) 곧, 성령의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새 하와는 죄와 죽음의 부패에서 보호받는다(평생 동정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와 승천). 그러자 “용은 여인 때문에 분개하여, 여인의 나머지 후손들과 싸우려고 떠나갔습니다”(묵시 12,17). 그렇기 때문에 성령과 교회는 “오십시오, 주 예수님!”(묵시 22,17.20) 하고 기도한다. 예수님의 재림은 우리를 악에서 구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 2854 우리는 악에서 구해 주시기를 청하면서, 또한 악의 세력이 주도하거나 선동하는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모든 악에서 해방시켜 주시기를 기도한다. 이 마지막 청원에서 교회는 세상의 모든 괴로움에 대하여 아버지께 호소한다. 인류를 짓누르는 악에서 구원해 주시기를 비는 교회는 평화의 귀중한 선물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꿋꿋한 인내의 은총을 간청한다.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교회는 신앙의 겸손 안에서 “죽음과 저승의 열쇠를 쥐고 계시는”(묵시 1,18),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묵시 1,8)이신(149) 그분 안에, 그분을 머리로 하여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이 이루는 일치에 앞당겨 참여하는 것이다.
-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150)
- 마침 영광송
- 2855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 하는 마침 영광송은, 주님의 기도에서 드리는 첫 세 가지 청원을 포괄적으로 다시 되풀이한다. 곧,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구원 의지가 힘차게 드러나기를 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재청원은 하늘 나라의 전례처럼, 흠숭과 감사의 형태를 취한다.(151) 이 세상의 권력자가 나라와 권능과 영광, 이 세 가지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주장했었는데,(152) 주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아버지이시며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이 세 가지를 돌려 드리신다. 그리고 마침내 구원의 신비가 결정적으로 완성되고 하느님께서 만물을 완전히 지배하시게 될 때, 아버지께 그 나라를 넘겨 드리실 것이다.(153)
- 2856 “그런 다음 기도가 끝나면, 그대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이 기도 안에 포함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fiat)라는(154) 의미인 ‘아멘’이라고 말하여 동의를 표합니다.”(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