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1 장 천주 성부를 믿나이다
- 제1절 “전능하신 천주 성부, 천지의 창조주를 저는 믿나이다”
- 제4단락 창조주
- IV. 창조의 신비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하느님께서는 지혜와 사랑으로 창조하신다
- 295 우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지혜로 세상을 창조하셨다고 믿는다.(124) 그러므로 세계는 어떤 필연성이나, 맹목적 운명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피조물들을 당신의 존재와 지혜와 선에 참여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세계가 생겨났음을 우리는 믿는다. “주님께서는 만물을 창조하셨고, 주님의 뜻에 따라 만물이 생겨나고 창조되었습니다”(묵시 4,11).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셨습니다”(시편 104[103],24).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신 분, 그 자비 당신의 모든 조물 위에 미치네”(시편 145[144],9).
-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신다
- 296 하느님께서는 창조를 위하여 이미 존재하는 아무것도 아무런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우리는 믿는다.(125) 창조가 신적 실체의 필연적인 유출은 더욱 아니다.(126) 하느님께서는 자유로이 ‘무에서’ 창조하셨다.(127)
- 하느님께서 이미 존재하는 물질로 세계를 만드셨다면 특별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인간 장인(匠人)도 재료를 주면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듭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전능은 바로 무로부터 당신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을 만드신다는 데서 드러납니다.(128)
- 297 성경은 ‘무에서’ 창조하신다는 신앙을 가능성과 희망이 넘치는 진리로서 증언한다. 이를테면 일곱 아들의 어머니는 그 아들들에게 순교의 용기를 이렇게 북돋아 준다.
- 너희가 어떻게 내 배 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준 것은 내가 아니며, 너희 몸의 각 부분을 제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생겨날 때 그를 빚어내시고 만물이 생겨날 때 그것을 마련해 내신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비로이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너희가 지금 그분의 법을 위하여 너희 자신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이다.……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보아라.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미 있는 것에서 그것들을 만들지 않으셨음을 깨달아라. 사람들이 생겨난 것도 마찬가지다(2마카 7,22-23.28).
- 298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창조하실 수 있으시므로, 성령을 통하여 죄인들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심으로써(129) 그들에게 영혼 생명을 주실 수도 있으며,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시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불러내시는”(로마 4,17) 하느님께서는 죽은 이들에게 부활을 통하여 육신 생명을 주실 수도 있다. 또, 당신의 ‘말씀’을 통하여 어둠에서 빛이 생기게 하실 수 있으므로(130) 당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빛을 주실 수 있다.(131)
- 하느님께서는 질서 있고 선한 세상을 창조하신다
- 299 하느님께서는 지혜로 세상을 창조하시기 때문에 만물에는 질서가 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재고 헤아리고 달아서 처리하셨습니다”(지혜 11,20).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 1,15)이신 영원한 ‘말씀’ 안에서 그 ‘말씀’을 통하여 이루어진 창조는, 하느님과 맺는 인격적인 관계로 부름을 받은, “하느님의 모습”을(132) 닮은 인간을 위하여, 인간을 향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하느님 지성의 빛을 나누어 받은 우리의 지성은 하느님께서 창조를 통하여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다.(133)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겸손의 정신과, 창조주와 그분의 업적에 대한 존경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134) 하느님의 선에서 태어난 피조물은 이러한 선을 나누어 받는다(“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참 좋았다.”, 창세 1,4.10.12.18.21.31).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것은 이를 인간에게 선물로 주시고, 인간을 위하여 인간에게 맡기실 유산으로 삼고자 하셨기 때문이다. 교회는 물질세계를 포함한 창조계가 선하다는 것을 수없이 반복해서 변호해야만 하였다.(135)
-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을 초월하시며, 또 그 안에 현존하신다
- 300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업적보다 무한히 위대하시다.(136) “주님께서는 하늘 위에 당신의 엄위를 세우셨습니다”(시편 8,2), “그 위대하심은 헤아릴 길 없어라”(시편 145[144],3). 그러나 그분께서는 지고하고 자유로우신 창조주이시며, 존재하는 모든 것의 첫 원인이시므로, 당신의 피조물들 안에 가장 깊숙이 현존하신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8).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내 머리보다 높이 계시고 내 깊은 속보다 더 깊이 계십니다.”(137)
-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을 지탱하고 이끌어 가신다
- 301 창조하신 뒤에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을 그대로 버려두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단순히 존재와 실존만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 피조물을 매 순간 존재하도록 지탱해 주시고, 행동할 수 있게 하시며, 완성으로 이끌어 가신다. 창조주에 대한 이러한 완전한 의존성을 깨닫는 것은, 지혜와 자유, 기쁨과 신뢰의 원천이 된다.
-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존속할 수 있었으며, 당신께서 부르지 않으셨다면 무엇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겠습니까-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지혜 11,2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