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 부 “저는 믿나이다” - “저희는 믿나이다”
-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제 2 장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나이다
- 제2절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 II. 그리스도
제 2 부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
- 436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기름부음받은이’를 뜻하는 히브리 말 ‘메시아’의 그리스 말 번역에서 온 것이다. 예수님께서 ‘그리스도’가 의미하는 신적 사명을 완전히 수행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이는 예수님의 고유한 이름이 된다. 실제로 이스라엘에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사명을 위해 봉헌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으로 기름을 부었다. 왕과(25) 사제들의(26) 경우가 그랬고, 간혹 예언자들도(27) 그런 경우가 있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결정적으로 세우시기 위해 파견하시는 메시아의 경우는 그중 가장 특출한 예이다.(28) 메시아는 왕이며 사제로서,(29) 또한 예언자로서(30) 주님의 성령을 통해 기름부음을 받아야 했다.(31) 예수님께서는 사제, 예언자, 왕의 삼중 임무 안에서 메시아에 대한 이스라엘의 희망을 채워 주셨다.
- 437 천사는 예수님의 탄생이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메시아의 탄생이라고 목자들에게 알려 주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그분은 처음부터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요한 10,36) 분이며,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거룩하신 분”으로 잉태되신 분이다.(32) 하느님께서는 요셉에게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마태 1,20)하고 명하신다. 그리하여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메시아 가문, 곧 다윗 가문에서 난 요셉의 아내에게서 태어나게 된다(마태 1,16).(33)
- 438 예수님의 메시아 축성(祝聖)은 그분의 신적 사명을 드러낸다. “이는 그분의 이름 자체가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라는 이름은 기름부은이, 기름부음받은이, 그리고 예수님께서 받으신 기름부음 그 자체까지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부음 자체이신 성령 안에서, 성부께서는 기름을 부으시고, 성자께서는 기름부음을 받으시는 것이다.”(34) 예수님의 영원한 메시아 축성은, 지상 생활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느님께서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심으로써”(사도 10,38)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이스라엘에 알려지시게 하려는 것이었다”(요한 1,31). 예수님의 업적과 말씀으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심이(35) 드러난다.
- 439 많은 유다인들, 그리고 그들과 같은 희망을 가진 몇몇 이방인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메시아, 곧 ‘다윗 자손’의 근본적인 특징들을 알아보았다.(36) 예수님은 당신의 권리인 메시아라는 칭호를 받아들이지만,(37) 당시 일부 사람들이 이 칭호를 지나치게 인간적인 개념으로, 특히 정치성을 띤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38) 이 칭호를 매우 조심스럽게 받아들이셨다.(39)
- 440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메시아로 인정한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받아들이신 다음 곧바로 사람의 아들에게 닥쳐올 수난을 예고하신다.(40) 이로써 그분은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요한 3,13)의(41) 천상적 신분 안에서, 그리고 고통 받는 종으로서 맡은 구속 사명 안에서 메시아 왕권의 참내용을 밝히셨다.(42)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8). 그분께서 누리시는 왕권의 진정한 의미가 오직 십자가 위에서만 밝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43)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에야 비로소 그분의 메시아 왕권은 베드로를 통하여 하느님 백성 앞에서 선포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온 집안은 분명히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 박은 이 예수님을 주님과 메시아로 삼으셨습니다”(사도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