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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느님께서 정하신 계획대로 넘겨지신 예수님”
  • 599 예수님께서 죽임을 당하신 일은 불행한 상황들 때문에 생겨난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베드로 사도가 성령 강림 날의 첫 설교 때부터 예루살렘의 유다인들에게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계획과 예지에 따라” 예수님이 넘겨지셨다(사도 2,23)고 설명했듯이, 예수님의 죽음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신비에 속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성경의 이러한 어법은 예수님을 넘겨준(440)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미리 써 놓으신 각본을 수동적으로 실행에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600 하느님께는 시간의 모든 순간이 실제적으로 현재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그 ‘예정’의 영원한 계획을 수립하실 때 거기에는 당신 은총에 대한 각 사람의 자유로운 응답도 포함된다. “과연 헤로데와 본시오 빌라도는 주님께서 기름을 부으신 분, 곧 주님의 거룩한 종 예수님을 없애려고,(441) 다른 민족들은 물론 이스라엘 백성과도 함께 이 도성에 모여, 그렇게 되도록 주님의 손과 주님의 뜻으로 예정하신 일들을 다 실행하였습니다”(사도 4,27-28).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시기 위하여(442) 그들의 무지에서 나온 행동을 허락하셨다.(443)
  •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
  • 601 “의로운 종”의(444) 죽음을 통한 하느님의 이 구원 계획은 보편적인 속량, 곧 사람들을 죄의 예속에서 해방시키는 속량의 신비로서(445) 성경에 예고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전해 받았다.”고(446) 말하는 신앙 고백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셨다.”(1코린 15,3)는 것을 고백한다.(447) 속량을 위한 예수님의 죽음은 특히 고난 받는 종에 대한 예언을 성취한다.(448) 예수님께서도 스스로를 고난 받는 종에 비추어(449) 당신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제시하셨다. 부활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엠마오의 제자들에게 성경을 이렇게 해석해 주셨고,(450) 다음으로 사도들에게도 그렇게 해 주셨다.(451)
  •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그분을 ‘죄’로 만드셨다”
  • 602 그러므로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사도적 신앙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다. “여러분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헛된 생활 방식에서 해방되었는데, 은이나 금처럼 없어질 물건으로 그리된 것이 아니라, 흠 없고 티 없는 어린양 같으신 그리스도의 고귀한 피로 그리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이미 뽑히셨지만, 마지막 때에 여러분을 위하여 나타나셨습니다”(1베드 1,18-20). 원죄의 결과인 인간의 죄는 죽음으로 처벌을 받는다.(452) 당신 아들을 종의 모습으로,(453) 곧 죄 때문에 타락하고 죽을 수밖에 없게 된 인간의 모습으로 보내시어,(454)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2코린 5,21).
  • 603 예수님께서는 죄를 지었다 하여 버림받은 적이 없으시다.(455) 그러나 그분께서는 언제나 성부와 일치시키는(456) 속량하시는 사랑으로, 하느님께 죄를 짓고 헤매는 우리를 떠맡으심으로써,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457) 이처럼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인들과 연대를 이루게 하시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셨고”(로마 8,32) 우리가 “그분 아드님의 죽음으로 그분과 화해하게”(로마 5,10) 하셨다.
  • 하느님께서는 속량하시는 보편적 사랑을 먼저 보여 주신다
  • 604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 때문에 당신 아들을 넘겨주심으로써, 당신의 계획이 우리의 어떤 공로보다도 앞서 존재하는 관대한 사랑의 계획이라는 것을 드러내신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1요한 4,10).(458)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8).
  • 605 이 사랑은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랑을 예수님께서는 잃었던 양 비유의 결론을 통해 상기시키셨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 18,14). 예수님께서는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마태 20,28) 오셨다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이 “많은 이들”이라는 말은 무엇인가를 한정하는 말이 아니다. 이 말은 인류를 구하기 위하여 당신을 내어 주시는 구세주 오직 한 분과 인류 전체를 대비시킨다.(459) 사도들의 뒤를 이어,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아무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다고 가르친다.(460) “그리스도의 수난 공로에서 제외되는 사람은 없고, 전에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