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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46 우리의 죄는 유혹에 동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 청원은 앞서 말한 청원들의 뿌리에 닿아 있다. 우리는 우리 아버지께 우리가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그리스 용어를 한마디로 번역하기란 쉽지 않다. 이 말은 “유혹에 빠지게 허락하지 마십시오.”,(133) “우리를 유혹에 쓰러지게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라는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악의 유혹을 받으실 분도 아니시고, 또 아무도 유혹하지 않으십니다”(야고 1,13). 오히려 그분께서는 우리를 악에서 구해 내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죄로 이끄는 길을 택하도록 우리를 버려두지 마시기를 하느님께 청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육과 영 사이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청원은 분별력과 용기의 영을 주시기를 간청하는 것이다.
  • 2847 성령께서는 우리가 “시련을 이겨 내는 힘”을(134) 다지기 위하여 인간의 내적 성장에 필요한 “시련”과,(135) 죄와 죽음으로 이끌어 가는 “유혹”을(136) 분별하도록 하신다. 또한 우리는 유혹을 ‘당한다’는 것과 유혹에 ‘동의한다’는 것도 분별해야 한다. 끝으로, 분별력을 이용하면, 우리는 유혹의 거짓된 가면을 벗길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 유혹의 대상은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이지만”(창세 3,6), 실제로 그 열매는 죽음이다.
  • 하느님께서는 선을 행하도록 강요하지 않으시며, 자유로운 인간을 원하십니다.……유혹이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우리 자신까지도 우리 영혼이 하느님에게서 무엇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혹은 우리 자신을 알도록 가르치려고 그것을 나타내 보여 주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비참함을 발견하게 하고, 유혹이 우리에게 나타내 보여 준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137)
  • 2848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는 마음의 결단도 포함한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마태 6,21-24). “우리는 성령으로 사는 사람들이므로 성령을 따라갑시다”(갈라 5,25). 우리가 성령께 이렇게 동의할 때,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주신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 2849 이러한 싸움과 승리는 기도로만 가능하다. 처음부터,(138) 그리고 고뇌에 찬 마지막 싸움에 이르기까지,(139)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서 유혹자에 대항하여 승리를 거두신다.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이 청원으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싸움과 고뇌에 결합시키신다. 깨어 계시는 당신과 일치하여, 마음이 깨어 있도록 끊임없이 상기시키신다.(140) 깨어 있음은 ‘마음을 지키는 것’인데,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 아버지께 청하신다.(141) 성령께서는, 우리가 이처럼 깨어 있도록, 끊임없이 우리를 일깨우고자 하신다.(142) 이 청원은 지상에서 우리 싸움의 마지막 유혹과 관련되어 그 극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이 청원은 마지막까지 항구하게 하는 은총을 청하는 것이다. “내가 도둑처럼 간다. 깨어 있는……사람은 행복하다”(묵시 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