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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열 가지 재앙과 파스카(탈출 7,8-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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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2 조회수1,080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열 가지 재앙과 파스카”(탈출 7,8-13,22)

 

 

아홉 개의 재앙 이야기와 열 번째 재앙에 대한 예고(7,8-11,10)

 

탈출기 7장 8-13절에서는 지팡이가 뱀으로 변하는 표징을 통해 앞으로의 재앙을 예고함과 동시에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을 도구로 마침내 파라오에게 승리할 것을 예고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아론의 지팡이가 이집트의 요술사들의 지팡이를 삼켜 버렸다”는 표현은 갈대 바다의 승리를 기리는 모세의 노래에서 “땅이 그들(이집트인들)을 삼켜 버렸습니다.”(탈출 15,12)라고 다시 나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파라오는 마음이 완고해져 모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인간적인 지혜로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하던 파라오는 결국 어리석고 우둔한 통치자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표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파라오로 인해 이집트 사회 전체가 함께 손실과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는 공동체 또는 조직에 있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아홉 재앙들은 각각 세 개씩 묶여 세 번에 걸쳐 ‘반복-상승’하는 구조를 보이는데, 그 상승의 방향은 열 번째 재앙을 향하고 있습니다. 첫째 · 넷째 · 일곱째 재앙은 “아침에 파라오에게 가거라!”라고 하시는 모세를 향한 주님의 명령으로 시작하고, 둘째 · 다섯째 · 여덟째 재앙은 “파라오에게 가서…”라는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한편 셋째 · 여섯째 · 아홉째 재앙에서는 “파라오에게 가라.”라는 명령 없이, 곧장 주님이 모세에게 명령하시고 모세가 이를 실행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재앙을 내리신 뜻은 이집트에 고통을 안기고 그들을 괴롭히고 굴복시키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일찍이 “나는 그 주님을 알지도 못할뿐더러…”(탈출 5,2)라고 말했던 파라오를 비롯하여 이집트 백성과 이스라엘 백성까지도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재앙을 통해 당신의 현존과 권능을 드러내시어 당신을 알게 하고자 하십니다.

 

물이 피로 변하는 첫 번째 재앙(7,14-25)에서는 주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파견할 때처럼(1열왕 17,3; 이사 7,3 참조) 모세에게 어디로 가서 무엇을 어떻게 말하라고 행동 지침을 자세하게 일러 주십니다. 모세는 큰 뱀으로 변하였던 그 지팡이를 손에 쥐고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어 주님을 “예배하게 하여라.”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예배하다’라는 단어가 등장하여 이스라엘 백성이 누구에게 성실해야 하는지를 암시합니다. 개구리 소동의 두 번째 재앙(7,26-8,11)은 “궁궐, 침상 위, 집, 화덕과 반죽 통” 등 이집트인들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너(파라오)에게, 네 백성에게, 너의 모든 신하들에게” 즉, 이집트를 구성하는 세 계급 모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파라오는 모세와 아론에게 “너희는 주님께 기도하여 나와 내 백성에게서 개구리들을 물리쳐다오.”라고 요청함으로써 주님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듯합니다. 세 번째 재앙(8,12-15)은 파라오와의 협상이나 사전 경고 없이 곧바로 주님께서 모세에게 지시하여 아론이 땅의 먼지를 쳐 일으킨 모기 소동입니다. 모기를 만들려고 했으나 실패한 이집트 요술사들은 파라오에게 “이것은 하느님의 손가락이 하신 일입니다.”라고 주님의 신적 개입을 인정합니다. 등에 소동의 네 번째 재앙(8,16-28)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일어나게 될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주님께서 이 땅(이집트 땅 또는 세상)에 있음을 알게 하려고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고센 땅과 이집트인들의 땅을 구분합니다. 여기서부터 파라오는 조건을 내걸고 하나씩 양보하기 시작합니다. “가거라. 그러나 이 땅 안에서 너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려라.”, 광야로 나가는 것까지는 허용하되 사흘 길을 갈 만큼 “너무 멀리 가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또 다시 “나를 위하여 기도해다오.”라고 청합니다. 생명체인 가축들이 죽어가는 다섯 번째 재앙(9,1-7)에서는 이집트의 집짐승들은 ‘모두’ 죽었으나, 이스라엘 자손들의 집짐승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았습니다. 여섯 번째 재앙(9,8-12)은 종기와 관련된 재앙입니다. 종기는 동물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사람, 그것도 모든 이집트인의 몸에만 피해를 입히는데, 이집트 요술사들까지도 종기 때문에 모세 앞에 나오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재앙에서부터 파라오가 자기 마음을 완강하게 하였다고 하지 않고 ‘야훼께서 파라오의 마음을 완고하게 하셨다’라고 처음으로 전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파라오의 완고함을 이제 하느님께서 하신 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지만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신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박을 내린 일곱 번째 재앙(9,13-35)에서는 고센 땅에는 우박이 내리지 않아 이집트 땅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님께서는 ‘온 세상에 나와 같은 신이 없음을 알게 하려고 재앙을 내린다.’라고 밝히십니다. 이때 여섯 번째 재앙까지는 제시되지 않았던 재앙 대비책이 소개되는데, 파라오의 신하들 가운데서 ‘주님의 말씀을 두려워한 자들’은 종들과 집짐승들을 집안으로 피신시켜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이는 이민족이라도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보편성을 보여줍니다. 파라오는 “이번에는 내가 죄를 지었다. 주님께서는 옳으시고 나와 내 백성은 그르다.”라고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서, 세 번째로 주님께 기도해 달라고 청하며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나 비와 우박과 우레가 그치자 신하들과 함께 다시 마음이 완고해진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다시 ‘죄’를 지었습니다. 메뚜기 떼로 인한 여덟 번째 재앙(10,1-20)에서 새롭게 제시되는 내용은 모세가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님의 업적과 기적을 대대로 이야기해 주고 그분이야말로 주님임을 알게 하려는 것으로 제시됩니다. 또 다른 새로운 요소는 파라오의 신하들이 처음으로 태도를 바꾸어 일제히 파라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과 파라오가 재앙이 닥치기 전에 모세와 아론을 불러 ‘예배드리러 갈 사람은 누구누구냐?’ 하고 협상하려는 모습입니다. 모세가 ‘주님의 축제’를 지내는 곳에 남녀노소, 양 떼와 소 떼도 몰고 가겠다고 대답하면서 협상은 깨지고 메뚜기 떼의 소동이 일어납니다. 크나큰 피해를 당한 파라오는 서둘러 모세와 아론을 불러 자기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청하면서, 기도해 달라고 다시 부탁합니다. 파라오에게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온통 짙은 어둠이 이집트 땅을 덮어 사흘 동안 지속되는 아홉 번째 재앙(10,21-29)이 일어납니다. 이에 반해 이스라엘 자손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빛이 있습니다. 빛은 하느님의 함께하심을, 어둠은 그분의 부재를 연상시킵니다. 이제 파라오는 “너희는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다만 너희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어라. 어린것들은 너희와 함께 가도 좋다.”라고 양보합니다. 모세는 양 떼와 소떼를 볼모로 남겨두라는 이 조건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었고, 파라오와 모세는 다시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기로 선언합니다. 아홉 가지의 재앙 앞에서도 파라오의 완강한 마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나는 이제 파라오와 이집트에 한 가지 재앙을 더 내리겠다. 그런 다음에야 그가 너희를 이곳에서 내보낼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파라오에게 열 번째 재앙에 대해 예고합니다.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기 위한 세 가지 예식(12,1-13,16)

 

‘파스카’는 주님께서 이집트 땅을 칠 때에 그 제물의 피를 보고 이스라엘 백성은 죽이지 않은 채 그냥 ‘거르고 지나갔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히브리 말로 페사흐, 아람 말로는 파스하인데, 이것이 그리스 말 ‘파스카’로 음역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유목민들의 연례 축제인 파스카 축제가 이스라엘에서는 이집트에서 탈출한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가 됩니다. 파스카 축제 다음날 무교절이 시작되는데, 무교절은 원래 이집트 탈출 사건과 무관한 햇보리를 거두며 새 삶의 시작을 경축하고 풍성한 수확을 비는 농경 축제였습니다. 아빕(‘보리의 풋이삭’이라는 뜻) 달은 보리 수확기인 3~4월인데, 무교절은 첫째 달 열닷샛날부터 스무하룻날까지 7일간 지냅니다(레위 23,6-8; 민수 28,17-24; 신명 16,3-5.8). 파스카 축제와 무교절 이 두 축제를 합쳐서 해방절이라고 합니다. 해방절, 수확절(주간절 또는 오순절), 추수절(초막절)을 이스라엘의 삼대 순례 축제라고 합니다. 모든 축제와 제사에 관한 규정들의 목적은 주님의 역사를 기억하고 현재화하는 일입니다. 바로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① 파스카 축제의 제정

 

주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에게 “너희는 이달을 첫째 달로 삼아,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달은 히브리 말로는 아빕(신명 16,1)이고, 바빌론 유배 때부터는 바빌론식 이름인 니산으로 불리는데(느헤 2,1; 에스 3,7) 지금의 3~4월에 걸치는 달입니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달력에 대한 언급을 통해 파스카 사건이 이스라엘 자손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시간의 기준이 되는 사건임을 드러냅니다. 탈출기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온 공동체”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의 공동체성을 드러냅니다.

 

“이달 초열흘날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집집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소와 나귀는 큰 가축, 양과 염소는 작은 가축으로 분류됩니다. 이스라엘 가정은 양이나 염소 중에서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으로 제물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것을 이달 열나흗날에 이스라엘의 공동체가 모여 저녁 어스름에 잡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야 합니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이 있는 채로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합니다. 그것을 먹을 때에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날 밤 피가 발린 이스라엘 가정의 집은 치지 않고 ‘거르고 지나가겠다.’(파스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온 공동체는 이날을 기념일로 삼아 영원히 주님을 위한 축제일로 지내야 합니다.

 

피를 바르는 이유는 구약에서 피는 생명을 상징하므로 가축의 생명을 통해 이스라엘 자손들의 생명이 대속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것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 먹기 위한 음식일 뿐 아니라 주님께 바치는 제물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②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

 

‘누룩 없는 빵’은 보리 또는 밀을 재료로 ‘누룩 없이’ 급하게 구운 빵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다급하게 나온 사실을 기억하게 하고, ‘쓴 나물’은 이집트에서의 삶이 쓰디썼음을 기억하도록 돕습니다. ‘허리를 묶는다는 것’은 긴 옷을 띠 등을 이용해 묶음으로써 몸동작을 간편하게 하여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함이며 ‘신을 신은 채로 지팡이를 잡고 식사를 한다는 것’ 역시 식사를 마친 후에 즉시 길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알려줍니다.

 

③ 맏아들과 맏배의 봉헌

 

하느님께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것을 모두 주님께 ‘바친다’.”라는 말은 곧 거룩하게 한다는 뜻으로, 그의 생명이 하느님께 속함을 인정하고 하느님께서 그를 쓰시게끔 준비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주님께서 강한 손으로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신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이것을 네 손에 감은 표징과 네 이마에 붙인 표지로 여겨라.”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바빌론 유배 후에 작은 가죽 상자의 성구 갑 안에 넣고 다닌 성경 본문(탈출 13,1-10.11-16; 신명 6,4-9; 11,13-21)을 적은 작은 두루마리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전통에 충실한 유다인들은 성구갑을 주로 아침기도를 위해 왼팔에 두르고 이마에 맵니다. 또 문설주나 대문에도 성구갑을 달아놓기도 하는데, 이를 메주자라고 부릅니다.

 

 

이집트에서의 탈출(13,17-22)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바다로 가는 길’(이사 8,23)이라 불리는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가장 짧은(대략 290km) 길인 ‘필리스티아인들의 땅을 지나는 길’로 인도하지 않으시고, ‘갈대 바다에 이르는 광야 길’로 돌아가게 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떠나면서 요셉의 유골을 모시고 갑니다. 이는 창세기의 선조 이야기와 탈출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요셉의 유언이 이루어지고(창세 50,24-26), 하느님께서 약속을 지키셨음을(3,16; 4,31) 알립니다.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보인 하나의 기둥이 백성 앞을 떠나지 않았기에 이스라엘 백성은 밤낮으로 행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밤낮으로, 언제나 우리를 이끄시고 돌보시며 함께 계신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3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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