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가음악

성가의 악기 / 오르간(organ)


오르간(Organ)은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전통적인 악기이고 크게 존중하는 악기(전례 헌장 120조)이다. 오르간은 그리스어의 오르가논(Organon, 조립된 가구의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풍금은 조그만 리드 오르간이며 전례 헌장에서 명문화하고 있는 오르간은 아니다. 그러나 현을 치는 악기인 피아노 소리보다는 리드 오르간의 음색이 성당 분위기에 알맞는다.


 

1. 종류 TOP

● 리드 오르간(Reed Organ) : 소리를 내는 발음체가 리드(얇은 철판으로 된 혀)로 된 오르간이며 동력은 발동작에 의하여 바람통에 모아진 공기를 이용한다. (유럽에서는 하모니움이라고도 한다.)
● 전자 오르간(ElectricOrgan) : 전기적 힘에 의하여 발진되는 악기이며 전자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음색이 다양해지고 파이프 오르간과 유사한 소리를 내고 있다. 전자 오르간 중에도 해몬드(Hammond) 오르간은 구조가 좀 다르다.
● 파이프 오르간(Pipe Organ) : 파이프 하나가 한 음을 내는 오르간이며 가톨릭 교회에서 공인한 악기이다.
2. 발달사 TOP

기원 수세기 전부터 이집트 사람들은 갈대의 길이에 따라 다른 음이 나는 것을 알고 여러 개의 길고 짧은 갈대를 한데 묶어 입으로 불어서 원하는 음을 냈다. 이러한 원리에 착안하여 오늘날의 스코틀랜드 민속 악기인 백파이프(Bagpipe)와 비슷한 형태의 원시 오르간이 존재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기원전 265년경 동방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체시비우스라는 사람이 물 오르간을 발명하였다. 이 오르간은 각 파이프가 커다란 공기통(물의 압력으로 얻어진 공기 탱크)이 연결되어 있고 파이프에는 여닫을 수 있는 공기 구멍을 이용하여 파이프 소리가 나는 방법을 썼다. 물 오르간은 그리스-아라비아-영국을 거쳐 불란서(대륙)로 전파되었고 로마 시대에는 이미 상당히 발전되어 네로(Nero,재위 54-68) 황제 때는 운동 경기장에서 사용되었다.

6세기경에 공기를 직접 쓰는 오르간이 등장하였다. 파이프 소리에 필요한 바람은 풍구에서 나오는데 이 풍구는 사람의 힘으로 공기를 공급했다. 이 당시에는 파이프의 수가 불과 15개 정도에 불과하였다.

8세기경 오늘날 풍금이라고 부르는 형태의 오르간이 출현하였다. 757년에 만들어졌고 동로마 제국(비잔틴)에서는 황제의 즉위식 때 사용하였다. 교회에 오르간이 도입된 것이 이때부터이다. 950년에 영국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성당에 설치되었다는 오르간은 파이프 수가 400개이며 26개의 풍구를 가지고 있었다.

11세기에는 건반에 스프링이 장치되어 한 번 누르고 나면 원위치로 돌아가는 발전이 이루어졌으나 건반의 크기가 가로 5인치 세로 1야드였다고 하니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 또는 주먹으로 내려 눌러야 했을 것이다.

13세기에는 자연음 위주였던 건반에 반음(F#, C#, E♭, G#) 등이 추가되었고 크기도 대폭 작아졌다. 오르간 포지티브(Organ Positif)는 고정식인데 2단 건반에 페달까지 있었다. 15세기 후반에는 오르간을 이용한 작곡이 늘어나고 미사에도 사용되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헨리 8세가 가톨릭 교회로부터 갈라져 나간 후 수도원을 해체 하고 오르간의 연주를 금지시켰다. 나중에 정권을 잡은 청교도들은 오르간을 파괴할 것을 입법화하여 교회에서의 오르간 연주는 물론이고 성가도 못 부르게 했다. 성가는 시편가만을 반주 없이 할 수 있다고 하였다(칼빈파의 경우).

17세기에는 교회 음악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되기도 하고 합창에도 사용되었다. 성당의 오르가니스트는 작곡과 지휘를 겸한 성가대장을 의미하였다. 특히 바하와 같은 대가에 의하여 오르간 음악이 독립적인 분야로 발전하였다. 이 기간 중 오르간에 풀무가 완성되어 보다 적은 인력으로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때의 오르간은 바로크 오르간이라고도 하였다.

18세기에는 더욱 발전하여 4단 건반의 오르간이 출현하였고 음을 증폭시켜서 소리를 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19세기에는 전기 송풍 장치가 발명되어(1863) 인력 없이 부드러운 연주가 실현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금속, 기계, 전기 등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정교한 오르간이 제작되고 있다.
3. 구조 TOP

● 파이프 : 소리를 내는 발음체로서 크고 작은(굵기도 다름) 많은 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다. 중세의 오르간 파이프는 굵기가 같고 길이만 달랐으므로 음색의 변환이 어려웠다. 크기는 가장 작은 것이 10센티 정도에서부터 약 20미터 정도까지 있다. 규모에 따라 파이프의 수는 일정하지 않다. 파이프 하나를 놓고 보면 피리와 같다. 온도에 따라 음이 달라지므로 조율 핀이 있는 것도 있다.
[서울 세종 문화 회관에 있는 것은 파이프 수가 8,098개인 초대형이며 명동 성당의 것은 2,577개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오르간은독일 파사우(Passau) 주교좌 성당에 있는데 파이프 수가 17,720개 에 달한다.
● 연주대 : 건반이 있는 부분이다. 손건반과 발건반(페달)이 몇 단씩 있고 음색을 조절할 수 있는 스톱이 수십 개에서 100개가 넘기도 한다. (세종 문화 회관의 그것은 98개) 건반을 누를 때 인력과 스프링 힘에만 의존하면 너무나 힘이 들므로 전기 장치를 도입하여 부드럽게 하였다.
● 송풍 장치 : 전기 모터의 힘으로 압축된 공기를 바람통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4. 교회 음악과 오르간 TOP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한 전례 헌장 제120조는 「라틴 교회에서 파이프 오르간은 전통적인 악기로서 크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 음향은 교회 의식에 놀라운 광채를 더하고 정신을 하느님 및 천상에로 힘차게 들어 올릴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교회 음악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거룩한 전례 안에서의 성음악에 관한 헌장(전례 헌장의 실천을 위한 세부 실천 규정)의 서문 4항 2번에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교회 음악은 아래와 같이 이해되고 총괄된다. 즉 그레고리오 성가, 여러 가지 종류의 고전 및 현대의 종교적 다성 음악들, 파이프오르간과 전례 안에 합법적으로 허용된 그 밖의 악기들을 위한 교회 음악, 그리고 또한 종교적 대중 노래, 즉 전례적이며 종교적인 대중 노래 등이다. ]
이와같이 가톨릭 교회는 파이프 오르간을 교회 음악의 한 분야로서 모든 악기에 우선하여 공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르간이 가톨릭 교회에서 중요시되고 장려되는 이유는 첫째, 오르간의 소리가 어느 악기보다 인성과 잘 융합 되기 때문이며, 둘째, 음색이 무궁 무진하고 음역이 넓어서 효과적인 음악 효과를 낼 수 있고, 셋째, 고요함과 위엄을 모두 갖추어 악기 중의 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 외에도 단일 악기로 대성전에 어울리는 음량을 낼 수 있다든가 조형미가 있다든가 하는 이유가 있지만 오르간이야말로 전례에 가장 알맞는 악기라고 할 수 있다.
5. 한국의 오르간 TOP

우리 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오르간이 존재하였을까? 조선 시대에 박해가 끝난 후 프로테스탄트 선교사들이 입국하기 시작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 1887년경이다. 이 무렵 이화 학당의 음악 시간에 벙커(Bunker) 부인이 풍금으로 반주했다고 하니 19세기 말경에 리드 오르간(풍금)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파이프 오르간이 처음 설치된 곳은 개신교의 정동 교회이고 명동 대성당이 두번째이다. 이 파이프 오르간은 설치 계획, 주문 설치 및 완성에 이르기까지 6년이나 걸렸다고 하며 완성된 시기를 1924년으로 친다. 그 후 중림동 성당에 좀 작은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 연세대학교(1977)와 세종문화회관(1978)에 설치 되었다.

명동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은 첫번째 것이 노후되어 못 쓰게 되었고, 1972년에 중고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었으나 별로 빛을 보지 못하였다. 그 후 당시의 주임 신부(김수창 신부)가 부임 후 세번째 오르간 설치를 추진하여 1985년 7월 드디어 첫 연주회를 갖게 되었다. 이 오르간은 독일 베르트 보쉬 회사 제품이며 파이프 수 2,577개의 대형이며 중량이 4톤에 달한다.

특기할 만한 파이프 오르간 주자로는 고 이문근 신부가 있다. [1955년 12월 21일, 국립 극장에서 로마 유학 귀국 환영 오르간 연주회를 개최한 일이 있다. ]

한국의 파이프오르간 현황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자료로서는 가톨릭성가 홈페이지 "전례음악 자료실" [114]번 글이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