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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동방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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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7-22 조회수863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동방의 지혜

 

 

성경은 “키팀 땅 출신의 마케도니아 사람으로, … 페르시아인들과 메디아인들의 임금 다리우스를 쳐부순” 알렉산드로스를 “많은 전쟁을 치르고 … 땅 끝까지 진격하여 많은 민족에게서 전리품을 차지”한, “마음이 우쭐하고 오만”한 임금으로 평가한다(1마카 1,1-3).

 

한편 유다교 문헌들에서는 알렉산드로스가 지혜를 추구하고 배우는 일에 열성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다음 일화들은 「바빌론 탈무드」 타미드 31ㄴ-32ㄴ에서 간추렸다.

 

알렉산드로스가 남쪽 나라의 원로들에게 열 가지 질문을 던졌다. “하늘에서 땅까지의 거리와 동쪽에서 서쪽까지의 거리 가운데 어디가 더 먼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동쪽에서 서쪽까지가 더 멉니다. 태양이 동쪽에 있을 때는 모두가 태양을 바라볼 수 있고, 태양이 서쪽에 있을 때도 모두가 태양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아무도 태양을 바라볼 수 없습니다. 태양이 하늘에 있을 때가 동쪽과 서쪽 끝에 있을 때만큼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질문하였다. “하늘이 먼저 창조되었느냐, 땅이 먼저 창조되었느냐?” “하늘이 먼저 창조되었습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고 한 대로입니다.”

 

그가 물었다. “빛이 먼저 창조되었느냐, 어둠이 먼저 창조되었느냐?” “어둠이 먼저입니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 어둠이 심연을 덮고 … 있었다. 하느님께서 …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1.2-3)고 한 대로입니다.”

 

그가 물었다. “어떤 이가 현인이라 불릴 만한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미리 예상하는 사람입니다.” “누가 강한 자인가?”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누가 부자인가?”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입니다”(미슈나 아봇 4,1).

 

그가 물었다. “사람이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을 죽여야 합니다.” “사람이 죽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을 잘 지켜서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백성들에게 호의를 얻을 수 있는가?” “왕권과 통치권을 미워해야 합니다.” 그리자 그는 그 대답을 거부하였다. “아니다. 왕권과 통치권을 사랑하면서 사람들에게 호의를 얻어야 한다. 내 말이 맞다.”

 

그가 물었다. “바다에 사는 이가 더 나은가, 뭍에 사는 이가 더 나은가?” “뱃사람들이 뭍에 이를 때까지 불안해하는 것을 보면, 뭍에 사는 것이 더 낫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더 현명한가?” “저희 모두 똑같습니다. 임금께서 질문하신 모든 문제에 저희가 똑같이 대답했듯이 똑같이 현명합니다.”

 

그가 물었다. “너희 유다인은 왜 나에게 반대하는가?” “(정복자한테 무조건 굴복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사탄도 승리합니다.” 그가 말하였다. “임금의 권한으로 너희를 죽이겠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물론 임금님 손에는 그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짓은 임금님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저희를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곧바로 (칼을 거두고는 다시) 자주색 옷을 입고 목에 황금 목걸이를 걸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남쪽 나라 원로들에게 말하였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싶다.” 그들이 말하였다. “그곳은 여행하기 어렵습니다. 어둠의 산들에 가로막혔습니다.” 그가 말하였다. “갈 수 없는 곳이라니, 나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언을 구하겠다. 어떻게 해야 그 산을 넘을 수 있는가?” 그들이 말하였다. “어둠 속에서 길을 인도해 줄 리비아산 나귀를 데려가시고, 새끼줄을 챙겨 그곳에 들어갈 때 한쪽에 그것을 묶어 표시하십시오. 그래야 돌아오실 때 그것을 붙잡고 원래 자리로 오실 수 있습니다.”

 

그는 채비를 갖추어 떠났다. 그는 여인들만 사는 나라에 이르렀다. 그가 전쟁을 하려고 하자 그들이 말하였다. “당신이 우리를 죽인다면 사람들은 ‘그는 여자들을 죽었다.’ 할 것이고, 우리가 당신을 죽인다면 ‘여자들이 죽인 임금이 알렉산드로스다.’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빵을 가져오너라.” 그들이 그에게 금으로 된 탁자 위에 금으로 된 빵을 내놓았다. 그가 물었다. “이곳 백성은 금으로 된 빵을 먹느냐?” 그들이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그저 빵입니까? 빵이 없어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임금께서 군대를 이끌고 고생하여 이곳에 오신 것은 빵을 먹고자 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는 이웃 나라에서 온 두 남자의 재판을 참관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저는 일 년 전에 이 사람한테서 공정한 값을 치르고 땅을 샀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쓰러져 가는 건물을 부수었더니 귀한 상자가 나왔습니다. 그 상자는 제가 산 것이 아니라서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가져가지 않습니다.”

 

땅을 판 사람이 말하였다. “그것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 땅을 팔면서 그곳의 모든 것을 팔았습니다.” 여재판관은 두 사람에게 아들과 딸이 있는지 물었다. 땅을 산 이는 아들이, 판 이는 딸이 있었다. 여재판관이 말하였다. “두 집안이 혼인을 맺으면 보물을 똑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이 판결을 보고 웃으며 말하였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재판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나라에서 그 보물을 가져간다.” 여재판관이 말하였다. “임금님 나라에는 해가 비춥니까?” “물론 잘 비춘다.” “양과 염소 등 가축이 있습니까?” “물론 있다. 그게 이 판결과 무슨 상관이냐?” “태양이 이 땅을 비추는 까닭은 오직 이 땅의 짐승을 위해서입니다. 인간에게는 자격이 없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 나라를 떠나면서 그곳의 문에 이렇게 썼다. “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는 그동안 바보였다. 아프리카의 여인들 나라에 와 그들에게서 한 수 배웠다.”

 

알렉산드로스가 길을 기다가 어느 샘에 앉아 빵을 먹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을 씻었더니 고소한 냄새가 날아가 버렸다. 그는 혼자 생각하였다. ‘이 샘은 에덴 동산에서 흘러나왔구나.’ … 그는 에덴 동산 입구에 이를 때까지 샘을 따라 올라갔다.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문을 열어 주시오.” 문지기가 말하였다. “이것은 주님의 문이라 의인들이나 그리로 들어갈 수 있다”(시편 118,20 참조). 알렉산드로스가 말하였다. “나도 들어갈 만하오. 나는 임금이고 매우 중요한 사람이오. (열어 주지 않겠다면 동산 안의) 아무것이라도 나에게 주시오.” 그들이 그에게 눈알을 주었다. 그는 그것을 가지고 와 (저울 한쪽에) 모든 금과 은을 얹고 무게를 달았다. 그러나 (눈알이 무거워) 저울의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그가 현인들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눈알이 이 모든 것보다 무거운가?” 그들이 말하였다. “이것은 만족할 줄 모르는 살과 피를 지닌 인간의 눈알입니다.” 그가 물었다. “그런데 왜 저울이 균형을 잡지 못하는가?” 그들이 대답하였다. “먼지를 조금 가져와 그 눈을 덮고서 재 보십시오.” 그가 그렇게 하자 저울의 균형이 잡혔다. “저승과 멸망의 나라가 만족할 줄 모르듯 사람의 눈도 만족할 줄 모른다.”(잠언 27,20)고 한 대로이다.

 

성경과 달리 「바빌론 탈무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자신이 정복한 나라의 관습과 문물을 존중하고 그것을 배우려고 애쓴 인물로 소개한다. 그는 질문이 많고 토론을 좋아하며 배우는 데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탐구 정신 덕분에 헬레니즘이 널리 전파되었고, 이스라엘은 이스라엘대로 율법을 지키며 유다인으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었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7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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