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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서의 해: 요한 복음서 (2) 표징의 책, 그리고 영광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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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09 조회수1,458 추천수0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Ⅱ’ 특집] 요한 복음서 (2) 표징의 책, 그리고 영광의 책

 

 

요한 복음서의 마지막 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21,20.24)가 이 책을 기록했다고 밝힙니다. 교회의 오랜 전통은 이 제자를 요한 사도와 동일시하고, 그를 요한 복음서의 저자로 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학자들은 복음서의 형성과정이 훨씬 복잡했음을 지적합니다. 하나의 예로 요한 복음서에는 ‘맺음말’ 역할을 하는 단락이 두 번 나오는데(20,30-31; 21,24-25), 이는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 말고도 이를 최종적으로 편집한 인물(21장을 첨가한 인물)이 따로 있음을 암시합니다. 우리는 넷째 복음서인 요한 복음서 저술에 관여한 인물을 셋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넷째 복음서에 담긴 신학적 사상의 기틀을 제공한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아마도 사도 요한)”, 그리고 그의 전승을 물려받아 실제로 복음서를 기록한 ‘저자(요한계 저자)’, 마지막으로 이것을 지금 우리가 보는 형태로 완성시킨 ‘최종 편집자’입니다.

 

요한 복음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전반부(요한 1-12장)는 이른바 ‘표징의 책’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말하는 ‘표징’(σημεῖον)은 공관복음서의 ‘기적’에 상응하는 표현입니다. 표징은 어떠한 실체를 가리키는 표지라고 할 수 있겠죠. 요한 저자는 예수님의 기적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의 이면(裏面)에 있는 다른 무엇, 즉 기적 사건을 통해 알게 되는 그 무엇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무엇은 바로 빛이며 생명이신(1,4) 예수님,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20,31) 그분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서가 소개하는 일곱 개의 표징은 모두 전반부(1-12장)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 표징들을 중심으로 전반부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2,1-11), 왕실 관리의 아들을 살리심(4,46-54), 벳자타 못가의 병자를 고치심(5,1-9), 오천 명을 먹이심(6,1-15), 물 위를 걸으심(6,16-21),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이를 고쳐주심(9,1-41), 죽은 라자로를 살리심(11,1-44). 그러나 모든 이가 표징을 통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요한 1장에서 이미 예고한 대로, 예수님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이름을 믿는 이들이 있는 반면에(1,12),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1,10-11). 표징의 책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 앞에서 그토록 많은 표징을 일으키셨지만, 그들은 그분을 믿지 않았다”(요한 12,37). 빛과 어둠이 구분되듯이 예수님을 믿는 이들과 믿지 않는 이들이 갈라지는 모습을 서술하면서, 요한 저자는 빛이신 그분을 받아들여 영원한 생명을 얻으라고 독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복음서의 후반부(13-21장)는 ‘영광의 책’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주로 예수님의 ‘수난-죽음-부활’을 다룹니다. 부활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수난과 죽음이 어떻게 ‘영광’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복음서 전반부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다고 자주 말씀하십니다(요한 2,4; 7,6.8.30; 8,20 참조). 그런데 후반부로 넘어갈 무렵부터 이제 그때가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12,23);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13,1). 이 “때”는 수난과 죽음의 시간임에도 역설적으로 영광의 시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그분의 영광을 온전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3,14);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12,32). 이 말씀들은 십자가와 영광을 하나로 엮는 요한 복음의 신학적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이 높이 들어올려지시는 그 순간이야말로 아버지 하느님께서 말씀이신 아드님을 영광스럽게 하시는 때이며, 동시에 아버지 하느님께서도 아들을 통해 영광스럽게 드러나시는 때입니다(요한 17,1 참조).

 

결국 예수님을 믿는 우리 모두는 그분의 십자가로 영원한 생명을 보증받고, 아버지 하느님과 그 아드님이 누리시는 영광에 참여하게 됩니다. 다만 우리가 누리게 될 영광도 마찬가지로 십자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그 길을 걷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먼저 그 길을 걸으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2020년 8월 9일 연중 제19주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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