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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히브리어 산책: 라메드(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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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03 조회수2,726 추천수0

[주원준의 히브리어 산책] 라메드


하느님 따르는 올바른 길 인도하다

 

 

오늘은 히브리어의 12번째 알파벳 라메드를 배워보자.

 

- 원셈어 람두. 가장 오래된 원셈어의 형태로서, ‘람두’로 발음되었을 것이다. 지팡이의 방향이 제각각이다. 현대 히브리어 필기체(보라색)와 ‘주교 지팡이’에서 가장 고대의 형태가 남아있다.

 

 

목자의 지팡이

 

양떼를 치는 목자의 지팡이는 쓰임새가 많다. 아래로 땅이나 바위 등을 두들겨 양들에게 신호를 보낼 수도 있고, 옆을 가리키면서 저 언덕 넘어 새 풀밭을 가리킬 수도 있다. 길을 벗어난 양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바른길로 인도할 수도 있다. 때로는 들짐승을 쫓아서 양떼를 지키는데 쓸 수도 있다. 지팡이를 하늘로 치켜들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가리킬 수도 있을 것이다.

 

라메드의 가장 오래된 이름은 원셈어의 ‘람두’였을 것이다. 람두는 목자의 지팡이를 형상화한 것인데 애초부터 방향이 무척 다양하게 출토된다. 제각기 아래나 위나 옆을 가리키는 이유는 그만큼 지팡이가 쓸모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가장 고대의 지팡이와 가까운 모습을 현대에서 볼 수 있다. 바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주교 지팡이’(baculus pastoralis) 형태가 이와 매우 비슷하다. 주교 지팡이는 윗부분 끝이 휘어져 있어서 때로는 갈고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양을 치는 목자의 가장 오래된 지팡이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팡이의 모습에서 고대의 양치기 냄새가 난다. 또한 현대 히브리어 알파벳 필기체에서도 이 람두의 모습이 보존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히브리어의 10번째 알파벳인 요드가 손과 팔을, 11번째인 카프가 손바닥과 손가락을 형상화한 것임을 보았다.(Ouaknin) 그러므로 요드(팔-손)와 카프(손바닥-손가락)와 라메드(지팡이)는 긴밀하게 이어지는 문자들이다. 지팡이는 몸의 일부와 같은 것이다. 지팡이를 쓰는 일은 몸을 쓰는 일이다.

 

라메드 발전. 라메드는 다양하게 발전했다. 손잡이보다 막대기를 강조한 글자들(왼쪽 붉은색 계통)은 라틴어와 우가릿어 알파벳에서 볼 수 있다. 반대로 손잡이를 강조한 글자들은(가운데 초록색 계통) 아람어와 히브리어 문자로 발전했다. 한편 ‘꺾임’을 강조한 글자들은(오른쪽 파란색 계통) 그리스어 람다로 이어졌다. 이는 역사적 발전순서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위해 필자가 형태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라메드의 세 가지 발전

 

독자를 위해서 라메드의 발전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축약해 보았다. 첫째는 위로 치켜든 형태인데, 점차 발전하여 현대 라틴어 알파벳의 L이 되었다. 둥근 손잡이 부분이 짧고 단순하게 꺾인 것을 알 수 있다. 소문자 l은 아예 손잡이 부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어, 그냥 단순한 막대기 모양만 남았다. 손잡이보다는 막대기를 강조한 발전이다. 우가릿어 쐐기문자는 그저 막대기 세 개나 네 개를 나열한 것인데, 손잡이보다는 막대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같은 계통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아람어 계통의 문자에서는 전혀 다르게 발전했다. 오히려 손잡이 부분이 점차 강조되어 오히려 막대기보다 더 크게 보이게 되었다. 막대기보다 손잡이가 뚜렷이 남았다.

 

세 번째 방향은 에트루리아어 계통이다. 라메드의 방향이 무척 다양하게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자세히 관찰하면 공통적으로 지팡이와 손잡이의 ‘꺾임’이 강조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 계통에서 그리스어의 람다가 나왔다. 꺾임이 더 강조되어 마치 한글의 시옷(ㅅ)과 비슷하다. 람다의 소문자는 아예 지팡이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리스인들은 이 알파벳의 모양은 퍽 변형시켰지만, 이름은 거의 그대로 보존했다.(람두 → 람다)

 

 

배우고 가르치다

 

라메드는 배우고 가르치는 의미와 깊이 연관된다. 라메드와 어근이 같은 라마드라는 동사의 기본형은 ‘배우다’는 뜻이다. 라마드의 강화형(피엘형)은 ‘라마드 시키다’는 뜻인데, ‘가르치다’로 옮긴다. 목자의 지팡이(라메드)를 통해 올바른 길을 배우고(라마드하고) 가르치는(라마드시키는) 의미가 이 말에 깃들어 있다. 시편에 “제가 악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라마드시켜서) 죄인들이 당신께 돌아오리이다”(시편 51,15)는 노래가 라마드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유다인들의 지혜를 집대성한 ‘탈무드’(배움)도 같은 어근에서 나온 말이니 그 의미가 퍽 깊다고 할 수 있다.

 

* 주원준(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 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학자다.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의정부교구 사목평의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3일, 주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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