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쓰기 느낌 나누기

제목 말씀과 함께한 6개월의 행복
작성자권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16 조회수1,844 추천수10 반대(0)
 

아주 먼 길을 달려왔다. 마라톤 같은 긴 레이스였다.

처음에는 그 먼 길을 완주한다는 것이 내 힘에는 버거울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래서 이 복희 크리스티나가 해 내고, 남희경 레오가 레이스를 시작했을 때도 나는 “그래, 젊음이 좋다!”하며 부러워만 했었다.

그러다 결국 도전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90 노인이신 최계월(崔桂月) 회장께서 향후 200년 동안 사하라 사막을 개발하여 지구의 마지막 농토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으로 일본 동경에서 세계 여러나라 석학들을 초청하여 세미나를 개최하셨다는 전화를 받고서.....

또한 그 며칠 전부터 본당에서 매 미사 전에 전 신자가 하루에 한 장씩 신약성서를 읽기 시작한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우선은 떠벌리지 말고 남이 모르게 조금씩 시작을 하기로 하고, ‘매일성경쓰기’를 하면서 워밍업을 했다. 그리고 1 주일 뒤 창세기를 펼쳤다.

약 6%쯤 진도가 나갔을 때 남희경 레오 검색망에 걸려서 들통이 나고 말았지만 그가 “선생님은 10%만 써도 대단한 거지요.” 하기에

“뭔 소리? 노인네라고 깔보지 마라. 내 사전에는 처음부터 안 했으면 안 했지 중도 포기란 없는 거니까 1년이 아니라 2년이 걸려도 해낼 테니까. 한번 두고 보라니까”하며 약속을 했는데 결국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 그것도 정확히 반년인 183일 만에.


나는 지금까지도 독수리 타법이다. 그러기에 자판 위를 구르는 젊은이들에 비해서 몇 배의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레이스 중반쯤에 타법을 바꾸어 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오탈자가 많이 나와 오히려 진도가 더디게 나가자, “에라 관둬라. 내가 이 나이에 컴퓨터 해서 먹고 살 일도 아니고...” 하며 접어 버렸다.


73- 4627. 천국의 전화번호라고 외우며 살았던 구약 46복음, 신약 27복음을 이번 기회에 완독을 한 셈이다. 젊은이처럼 손가락이 자판 위에 도르르 굴러가면 글씨가 톡톡 톡 튀어나오는 빠른 속도가 아니어서 한 절 한 절 입으로 읽는 데는 오히려 좋았다.

먼저 성경 구절을 읽어서 머리 속에 입력을 시키고 나서, 다시 자판을 보고 한 글자 한 글자 치는데. 육십 중반을 넘은 나이다 보니 손가락이 머리하고 따로 놀아 애를 먹였다.

ㄴ을 친 줄 알았는데 ㅇ자가 되어 있고 ‘에’ 자로 쳤는데 ‘애’ 자가 되고, 구약에는 왜 또 그리 어려운 이름들이 많은지 크르세스크세스 같은 7자 이름들... 그 중에 한 글자만 틀려도 엔터 키가 안 먹혀 애간장을 태웠다. 어쨌든 이번에 신구약을 처음으로 완독한 셈이다.


약 20%쯤 왔을 때 하기 싫은 때가 잠시 있었다. 아마도 토비트기 유딧기 쯤이었을 것 같다. 1절이 보통 3칸이고 심지어 6칸이나 되는 절이 있었다. 오자나 탈자가 있으면 그 한 두 글자를 찾으려고 1분 이상 6칸을 뒤지면서 짜증이 났다. 그만 덮어두고 푹 쉬었다 할까도 싶었다.

그때 굿자만사 모임에 가서 고도남 세라피나 자매님한테 코치를 받았다.

“그럴 땐 섞어서 잡숴요.” 섞어서 먹다니? 하는데

“시편이나 잠언은 절이 짧거든요. 그걸 먼저 치다가 가끔씩 토비트기를 치시면 되요.” 섞어가면서 치라는 얘기였다.

나는 그때까지도 컴맹답게, 창세기에서 탈출기. 신명기 순서대로만 쳐야만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경험자에게서는 배울 점이 있었다. 그렇게 해보니 정말로 좋았다. 그 슬럼프를 그 방법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약 40절을 쳐놓고, 낮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에서 30절, 저녁 때 집에 와서 60절, 저녁 먹고 연속극 보고 뉴스보고, 잠자기 전에 또 60절, 아주 규칙적으로 했다. 그 바람에 6시 땡 하면 집에 일찍 들어와서 아내한테 “우리 범생 아저씨”란 호칭도 처음 들어보고....


그 사이 백두산이 있는 용정 땅에 행사가 있어서 4박 5일. 그리고 가을에 제주도에 2박 3일, 약 1주일은 컴 앞에 앉을 수가 없었지만 그 밖의 날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매일 규칙적으로 썼다.


이제 골인 지점에 서서 그간의 힘든 레이스를 돌이켜보니 참으로 감회가 무량하다.


완필 소감이 어떠냐는 물음에 나는 그랬다.

“오직 주님께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첫째 성서 쓰기를 하는 동안 주님께서는 내게 건강을 허락하셨다. 기관지 천식으로 오래 동안 약을 먹고 있는데도 환절기만 되면 감기 때문에 곤욕을 치렀는데 올겨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크게 주님께 감사할 일은 성서쓰기를 하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불뱀에 물린 자가 구리뱀을 바라보고 독이 풀려서 낫고, 요나가 고래 배속에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오는 것이 모두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된 암시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뒤늦은 깨달음의 기쁨에 나 혼자 행복해 했다.


때때로 새벽이나 밤늦게 사위가 조용할 때 성경을 치면서 몰입하다 보면 나와 주님하고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내가 쓰는 성경말씀이 마치 나를 야단치는 음성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동안 세상 살아오면서 워낙 지은 죄가 많다보니 연자매에 매달릴 일도, 눈을 빼 버릴 일도, 수족이 잘려 보이고, 지옥불이 느껴지고 “나는 너를 모른다.”는 주님 음성이 들리는 것도 같고....

내 죄를 내가 알기에 어떨 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울 때도 있었지만 그 또한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서 내게 회개하고 올바른 길로 빨리 돌아서라는 깊은 사랑의 메시지이시기에 오로지 감사할 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주님한테는 죄스럽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기독교계통 학교를 다녔으니 그렇게 따지면 말씀을 접한 지 무려 50년이 지났고, 그 말씀을 받아들여 주님을 믿고 따르기로 영세를 한 것이 25년이 되어가건만 성경책 한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적이 없다니....한심하기 이전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레지오 단장만 8년을 넘게 했고, 사목회며, 울뜨레아며, 거기다 장애자 봉사까지 딴에는 바쁘게 살면서도 내 할 만큼의 몫은 했다고 여겼었는데, 알고 보니 순 엉터리로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본인 성경을 한번도 읽지 않고 귀로만 듣고 신자입네 행동하며, 또 활동했으니 말씀이 가슴 깊이 새겨질 까닭이 없지...........


말씀을 꾸준히 읽어서, 그 말씀이 내 속에 각인 되고, 각인된 그 말씀에서 뿜어 나오는 기를 받아 그 당시 내가 전교활동을 했더라면 효과가 100%였을 것을, 귀로 들은 말씀만 가지고  겨우 10%도 채 못하고서 내 몫을 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뒤늦은 후회 이제 와서 하면 뭐하겠나만....뼈 아픈 후회로 후배들에게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앞으로는 성경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특히 신약성경은 틈나는 대로 다시 읽고 다시 쓸 결심이다.


누군가 그랬다. 비유문학의 최고의 걸작품이 바로 성경이라고.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돌아온 탕자, 겨자씨, 누룩, 버려진 모퉁잇돌, 떨어진 씨앗, 밀알, 등불, 열 처녀, 포도나무와 가지, 잃어버린 양과 잃어버린 동전, 약은 청지기, 탕감 받은 종, 주인한테 받은 달란트. 포도밭 소작인과 관리인 등, 참으로 다양한 비유들.

생각하면 할수록 이 세상의 그 어떤 작가가 창작으로 비유를 만들어낸다 하더라도 그토록 이해하기 쉽고 또 적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비유를 들어 그 오묘하고 깊은 뜻의 진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이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결코 이 세상 섭리를 주관하시는 진리의 주체이신 주님이 아니시고는,

아니, 만물의 이치며, 인간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꿰뚫어 보시는 주님이 아니시고는 도저히 그런 비유로 풀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리라.


그래서 지순(至純) 지고(至高) 지선(至善)의 우리 주님은 창조주시다.

“말씀이 곧 사람이 되시어”란 구절이 이제야 감이 잡힌다. 말씀이 곧 지혜이고 지혜의 근원이 곧 하느님이시란 점도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진리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기쁨과 행복 속에 보낸 지난 6개월이었다.


내가 성공적으로 이 일을 끝마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움을 전한다.

또한 노익장인 내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성경쓰기를 하는 것을 보고서 본인도 용기를 내서 시작했다고 하는 실비아, 소피아, 유스티나, 그리고 사도요한 그 외에도 많은 이들, 모두가 나처럼 행복한 체험을 하며 명예의 전당에서 꼭 만나기를 바란다.


특히 복희 크리스티나 자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쓰기를 한 차례 마쳤음에도 2차로 또 시작을 해서, 나보다 보름 뒤에 시작해 놓고서는 바짝 따라붙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빨리 가라고 떠밀어 젖히는데 나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다.

“숨차서 못 가겠소. 본인 페이스로 가서 저만치 서서 기다리시든지.”하고 쪽지를 보내면 “뒤따르는 게 좋은데요. 공부도 되구요,”하면서 계속 붙어오는데.... 생각해 보면 얄밉기(?)도 하고, 또 예쁘기도 하고....여튼 정상까지 좋은 길동무를 해준데 대해서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보낸다.


당분간 컴퓨터마저 켜지 않고 푹 쉬고 싶다. 나는 성격 탓에 무엇이든 중독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마약을 제외하고 다른 것은 다 한 번씩 중독증세를 느껴본 셈이다. 중독은 자유를 구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중독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 왔다. 나는 언제나 자유인이고 싶다. 다만 신앙 안에 구속된다면 그거야 피할 도리가 없겠지만....(끝)


꼭 빼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인사가 빠졌다.

신자들이 더욱 성경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제공해 주신 굿뉴스 운영진에 대한 감사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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