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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성서의 해: 마태오 복음서 (1) 신약성경의 관문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15 조회수8,362 추천수0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마태오 복음서 I – 신약성경의 관문

 

 

우리가 신약성경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책은 마태오 복음서입니다. 신약성경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책이라 할 수 있겠죠. 마태오 복음이 네 복음서 중에서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유는 전통적으로 이 복음서가 넷 중에서 가장 먼저 쓰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관 복음 연구, 즉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을 함께 놓고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서 이들의 선후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마태오가 아니라 마르코 복음이 가장 먼저(기원후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사이) 쓰였다는 학설에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태오 복음서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마르코 복음에 비해 내용이 훨씬 풍요로운 마태오 복음은 여전히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에 있어 가장 기초가 되는 중요한 문헌입니다. 마르코 복음이 전하지 않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마태 12장)는 물론이고, 마태 5장에서 7장까지 이어지는 예수님의 산상설교는 –특히 진복팔단, 주님의 기도, 황금률 등-은 우리 신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보물과도 같은 가르침입니다.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마태오 복음은 교부들과 교회 학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복음서입니다. 특별히 교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이에 관한 다양한 전통들을 전해주기 때문에 이 복음서를 ‘교회의 복음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교회”(에클레시아, ἐκκλησία)라는 직접적인 용어를 언급하는 복음서는 마태오 복음서뿐입니다. 이러한 내용적인 풍요로움은 마태오 복음서가 신약의 정경 목록에서 첫째 자리를 차지할 충분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합니다.

 

복음서 본문에는 그 저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마태오에 의한 복음”이라는 제목이 붙기 시작한 것은 이 복음서가 기록되고 한참 뒤인 2세기 후반부터입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마태오가 아람어로 마태오 복음서를 기록했고, 그것이 그리스어로 다시 번역되어 우리에게 내려온 것이라고 전하지만, 오늘날 이를 받아들이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읽고 있는 ‘마태오 복음’이 사도 마태오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가 성령의 영감(靈感)으로 예수님에 관한 복음서를 집필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본문의 내용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저자의 모습을 추측해 본다면, 그는 처음부터 그리스어로 복음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구약의 전통과 유다인들의 관습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유다계 출신의 그리스도인이었을 것이고, 아마도 80~90년경에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에서 유다인들과 이방인들이 혼합된 공동체를 대상으로 이 복음서를 기록했던 것 같습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매우 조직적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수님의 모습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예수님께서 군중들과 제자들 앞에서 장엄하게 설교하시는 장면일 것입니다. 저자는 예수님의 다양한 가르침을 크게 다섯 가지 설교로 묶어서 전하는데, 이들은 모두 마태오 복음의 특징적 표현인 “하늘 나라”라는 주제와 연관됩니다. 하늘 나라의 시작과 행복을 전하는 “산상 설교”(5-7장), 하늘 나라를 선포하는 이들과 관련된 “파견 설교”(10장), 하늘 나라에 대한 “비유 설교”(13장), 하늘 나라의 맏물인 교회를 주제로 하는 “공동체 설교”(18장), 그리고 하늘 나라의 결정적 도래를 주제로 하는 “종말론적 설교”(23-25장)가 복음서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모든 설교는 공통적으로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7,28; 11,1; 13,53; 19,1; 26,1)라는 표현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다섯 설교의 구분은 다섯 권으로 이루어진 구약의 모세 오경(토라)을 본뜬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을 구약의 위대한 인물인 ‘모세’처럼 묘사하는데, 특히 예수님의 산상 설교(5-7장)는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하느님의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모세보다 훨씬 더 위대한 분이시고, 탁월한 권위로 모세가 전한 율법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여 전달하는 종말론적 스승의 모습으로 나타나십니다.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님은 모세와 비교될 수 없는 분, 구약의 모든 가르침을 완성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신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마태 16,16)이십니다.

 

[2020년 6월 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정천 사도 요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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