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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예수님 이야기85: 빌라도에게 심문받고 헤로데 앞에 서시다(루카 2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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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6 조회수657 추천수0

[이창훈 위원의 예수님 이야기 - 루카복음 중심으로] (85) 빌라도에게 심문받고 헤로데 앞에 서시다(루카 23,1-12)


진실을 외면하고 조롱하는 이들

 

 

빌라도는 예수님이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을 듣고 예수님을 헤로데에게 보낸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조롱한 후 다시 빌라도에게 보낸다. 사진은 예수님 시대의 예루살렘 모형도. 예루살렘 성전 오른쪽 요새처럼 보이는 곳이 빌라도가 예루살렘에서 거처했다는 안토니아 요새(오른쪽 붉은 원)이고 예루살렘 성전 뒷쪽의 탑 있는 곳이 헤로데가 거처한 궁(왼쪽 붉은 원)이었다. 가톨릭평화방송 여행사 제공.

 

 

최고 의회에서 메시아를 자칭했다는 혐의를 쓰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유다 총독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시고 다시 갈릴래아 영주 헤로데에게 조롱을 받으십니다.

 

 

빌라도의 심문(23,1-5)

 

루카 복음사가는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23,1)고 기록합니다. ‘온 무리’는 최고 의회에 있던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뿐 아니라 그들에게 합세한 군중까지 포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23,4 참조) 

 

빌라도는 유다 지방에 파견된 로마 총독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에 팔레스티나 전체 곧 유다와 사마리아와 갈릴래아 지방까지 다스리던 왕은 헤로데 대왕이었습니다. 헤로데 대왕이 기원전 4년에 죽자 팔레스티나는 그의 세 아들이 차지했는데,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은 맏아들 아르켈라오가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르켈라오는 폭정을 일삼다가 기원후 6년에 쫓겨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은 로마에서 파견한 총독이 다스리기 시작했습니다. 빌라도는 제5대 총독으로, 기원후 26년부터 36년까지 유다와 갈릴래아를 통치했습니다. 

 

빌라도는 평소에는 지중해 연안 도시 카이사리아에 머물다 과월절 축제 기간이면 예루살렘에 와서 지냈다고 합니다. 축제의 소란스러운 틈을 타서 폭동이나 소요가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고도 하지요. 

 

최고 의회에서 온 무리가 일어나서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끌고 간 것은 비록 최고 의회라 하더라도 함부로 사형에 처할 권한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습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경우, 그리고 성전의 금지된 구역에 들어간 경우입니다. 하지만 최고 의회에서 예수님에게 뒤집어씌운 죄목은 예수님이 그리스도, 곧 메시아를 자처했다는 것입니다. 그 메시아는 현세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아였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예수님은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든 것이고, 따라서 로마 총독은 당연히 심문해야 합니다. 그것은 총독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온 무리는 총독에게 이렇게 고소합니다. “우리는 이자가 우리 민족을 선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말합니다.”(23,2) 이들의 고소 내용은 사실일까요? 예수님께서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황제에게 조세를 내는 것이 합당하느냐고 묻는 말에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고 말씀하셨을 따름입니다.(루카 20,20-26) 또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부정하지는 않으셨지만, 지난 호(1487호 10월 28일 자)에서 살펴봤듯이, 순전히 현세적인 메시아, 정치적 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들의 고소는 거짓 고소인 셈입니다. 

 

빌라도는 그들의 말을 듣고는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묻고 예수님께서는 최고 의회에서 하신 답변과 똑같이 대답하십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23,3) 예수님의 답변은 똑같았지만,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보인 반응과 빌라도가 보인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서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끌고 왔지만, 빌라도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 죄목도 찾지 못하겠소” 하고 예수님을 고소한 수석사제들과 군중에게 말한 것입니다.(23,4)

 

그러자 그들은 완강히 주장합니다. “이자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이곳에 이르기까지 온 유다 곳곳에서 백성을 가르치며 선동하고 있습니다.”(23,5)

 

 

헤로데 앞에 서심(23,6-12)

 

이 말에 빌라도는 예수님을 마침 예루살렘에 와 있던 헤로데에게 보냅니다. 이 헤로데는 헤로데 대왕의 둘째 아들인 헤로데 안티파스로, 갈릴래아와 요르단강 동쪽 베로이아(페레아)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헤로데에게 보낸 것은 예수님이 갈릴래아 출신이기 때문이었습니다.(23,6-7)

 

루카 복음사가는 헤로데가 예수님을 보고는 매우 기뻐했다고 전합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오래전부터 만나고 싶어 했을 뿐 아니라 소문처럼 예수님께서 놀라운 일들을 일으키는 것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23,8; 참조 9,9)

 

헤로데는 예수님께 이것저것 물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아무런 대답도 않으셨습니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신랄하게 예수님을 고소합니다. 그러자 헤로데는 군사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한 다음 “화려한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냅니다.(23,9-11) 예수님께 화려한 옷을 입힌 것은 예수님을 존경한다는 표시가 아니라 조롱하는 또 다른 행위였습니다.

 

루카는 “전에는 서로 원수로 지내던 헤로데와 빌라도가 바로 그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23,12)고 전합니다. 이들은 왜 서로 원수로 지냈을까요?

 

학자들은 몇 가지 객관적 자료를 제시합니다. 빌라도는 예루살렘에 있는 헤로데 대왕의 궁전에 이교도의 여러 조형물을 세워 놓았는데 이를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더럽히는 행위라고 여긴 유다인들이 반발해 로마 황제에게 사절단을 파견해 빌라도를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헤로데 안티파스가 그 사절단의 일원이었다는 겁니다. 또 빌라도가 예루살렘에 희생제물을 바치러 온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해(루카 13,1-3 참조), 갈릴래아의 영주인 헤로데와 관계가 틀어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1.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없애 버리고자 자기들이 생각하는 메시아상에 예수님을 가두어버립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들은 무죄한 예수님을 죽게 합니다. 혹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틀에 그 사람을 가두어버림으로써 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요? 상대방의 진짜 의도와는 무관하게 나의 선입견으로 상대방을 재단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직간접으로 해를 입히거나 하지는 않는지요?

 

2. 헤로데와 빌라도 모두 예수님이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헤로데는 자기 부하들과 함께 예수님을 업신여기고 조롱했고, 빌라도는 마침내 예수님을 사형에 처합니다. 원수처럼 지내던 두 사람이 옳지 않은 일에 동조함으로써 친구가 된 것입니다. 옳지 않은 일을 하는 데에 하나가 됨으로써 멀어진 사람들이 친하게 되는 것은 인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참된 우정이 아닙니다. 우정인 것처럼 기만하지만 실제로는 점점 더 악에 빠지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1월 4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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