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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지혜서 - 하느님의 선물인 지혜,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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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4-04 조회수584 추천수0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지혜서 – 하느님의 선물인 지혜,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

 

 

지혜서는 솔로몬의 작품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솔로몬은 지혜의 임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느님께 지혜를 청하였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참조: 1사무 3,8). 코헬렛의 표현을 빌자면, 솔로몬 임금은 이스라엘의 어느 임금보다 가장 지혜로운 임금이었습니다(참조: 코헬 2,9). 이러한 배경 속에서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은 지혜서를 ‘솔로몬의 지혜서’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유다인의 전통을 담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솔로몬 시대가 아닌 훨씬 후대인 헬레니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의 집필 시기는 솔로몬의 시대가 아닌 훨씬 후대인 기원전 1세기에서 기원전 30년경입니다. 그리고 우리 성경에서는 이 책의 제목을 솔로몬의 이름을 제외한 ‘지혜서’라고 부릅니다.

 

지혜문학의 흐름은 신학의 변화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잠언은 신명기적 가르침과 전통신학을 반영한 격언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어지는 코헬렛과 욥기는 이러한 전통신학의 현실 적용에서 생기는 균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습니다. 고통을 받았던 욥을 잠깐 떠올려 봅니다. 욥은 자신의 자녀와 재산을 잃고, 심지어는 극심한 고통의 질병에 이르렀으나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기에, 그는 다시 하느님께 보상을 받게 됩니다. 종전에 소유하던 것보다 두 배로 상을 받게 되면서 그 수를 다 누리고 죽게 됩니다. 욥기까지는 재산이 많고, 자녀가 많고, 장수하면 그것이 바로 복이었습니다. 그러니, 욥기의 마지막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욥이 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렇듯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인간의 지혜로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지혜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의 지혜로는 죽음 이후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지 못하지만,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지혜를 통해서 인간은 그 앎에, 지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혜서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앞서 언급한 솔로몬도 하느님께 지혜를 받기 전에는 그의 지혜가 뛰어나지 않았습니다(지혜 7,1-6). 그러나 그가 하느님의 선물인 지혜를 받게 되면서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지혜 9장). 그러므로 참된 지혜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도우심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혜서는 아울러 불멸을 이야기합니다. 모진 고통을 견디어 내었던 의인 욥도 결국에는 죽었습니다. 욥은 의로웠기 때문에 보상을 받았습니다. 지혜서에 앞선 욥기는 전통신학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하였지만,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였습니다. 지혜서는 인과응보, 상선벌악의 가르침을 현세 안에서의 것으로만 규정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코헬렛은 ‘지혜로운 이도 어리석은 자와 함께 죽어가지 않는가!’(코헬 2,16) 하면서 탄식을 합니다. 죽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입니다. 이와 달리, 지혜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불멸의 삶에 이르는 길이라고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지혜서는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려줍니다(지혜 3,2.4). 지금까지의 구약성경이 넘지 못했던 죽음의 장벽을 지혜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불멸의 삶이 있음을 선포하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이러한 불멸의 삶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모습대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창세 1,26-27). 하느님의 닮은 꼴, 그것은 외형만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도, 우리의 본질도 하느님과 닮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음으로 우리의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서,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살면 뭐하나? 아무런 보상도 없고, 오히려 그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더 잘되는 것 같은데...’라면서 탄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불멸의 삶은 지상 여정에서 시작됨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혜서의 저자가 우리들에게 일깨워주는 바입니다. 지금의 눈으로는, 지금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바로 하느님께서 다 갚아주신다는 지혜서의 가르침. 오늘을 살아가면서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멋진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요?

 

[2020년 4월 5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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