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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모세의 소명(탈출 2,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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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5 조회수899 추천수0

[탈출기 함께 읽기] “모세의 소명”(탈출 2,1-4,31)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중재자로서 참된 ‘주님의 종’의 모범이 됩니다. 탈출기 2장은 모세의 탄생과 유년기, 이집트에서 도망치는 이야기를 포함한 중년까지의 80년의 세월을 전합니다. 2장 23-25절은 고역에 짓눌린 이스라엘 자손들이 부르짖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맺으신 당신의 계약을 기억하신 하느님’께서 그들을 살펴보시어 그 처지를 알게 되신 탈출기의 첫 번째 전환점입니다. 탈출기 3장과 4장은 모세의 소명과 사명에 대해 알려주는데, “백성이 믿었다.”(4,31)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모세의 탄생

 

레위의 손자인 아므람과 레위의 딸인 요케벳(‘야훼는 영광이시다’라는 뜻)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6,20 참조). 율법(레위 18,12)에 따르면 고모와의 성관계는 엄격히 금지되는데, 여기서는 모세가 ‘레위 가문’ 출신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물에서 건져내진 모세의 탄생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모세가 “잘 생긴”(2,2) 것은 그의 용모가 준수하고 튼튼하다는 뜻을 넘어, 그가 ‘맡은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목적에 합당한 사람’임을 알려줍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른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석 달 동안 숨겨 키웠으나 더 이상 어렵게 되자 그 어머니는 역청과 송진을 바른 왕골 ‘상자’(노아의 ‘방주’와 같은 단어)에 뉘어 물결에 그를 맡깁니다. 곧 조타장치가 없는 상자를 순전히 하느님의 인도와 보호에만 의지하며 생명을 위협하는 물에 띄어 보낸 것입니다. 목욕하러 강으로 내려온 파라오의 딸이 아기를 발견하였고, 아기의 누이인 미르얌의 안내로 아기는 다시 어머니 품에 안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기에게 히브리인의 정체성이 전해질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자라 젖을 뗄 무렵인 세 살 가량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공주에게 아이를 데려갑니다. 공주는 그 아이를 자신의 아들로 삼고,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 냈다.’하여 모세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탈출기 2장에서 아기의 어머니, 아기의 누이, 파라오의 딸과 같은 힘없는 사람으로 대변되는 여인들이 모세를 보호합니다. 이 사실은 파라오와 여인들 중 과연 누가 더 지혜로운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세의 이집트 탈출

 

모세는 파라오의 궁, 모든 히브리 사내아이를 죽이려던 파라오의 집 안에서 갖가지 지식과 기능을 익히면서 이집트인으로 자랍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히브리인이라는 자기 신원에 대한 인식과 믿음도 굳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기 동포들”(2,11: 자기 형제들)이 있는 데로 나갔다가 강제 노동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았고, 자기 동포 히브리인을 때리는 이집트 사람을 때려죽이고서 모래 속에 묻어 감춥니다. 이튿날 다시 나간 모세는 히브리인끼리 싸우는 모습에 끼어들었다가,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 당신은 이집트인을 죽였듯이 나도 죽일 작정이오?”(2,14)라는 질문과 도전을 받습니다. 모세는 자신을 죽이려는 파라오를 피해 미디안으로 달아납니다. 이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보통사람인 모세의 개인 차원에서의 이집트 탈출(exodos)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개 부족 연맹체로 결성된 미디안족은 아브라함과 크투라 사이에서 난 넷째 아들 미디안(창세 25,2; 1역대 1,32)의 자손들입니다. 유목민에게 있어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는 원천인 우물가에서 모세는 르우엘(2,18: ‘하느님 엘의 친구 또는 친척’이라는 뜻)의 딸들을 돕습니다. 물에서 구해진 모세가 이 물가에서 다시 한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트로(3,1; 4,18; 18,1 이하), 호밥(민수 10,29; 판관 4,11) 등으로 불리는 르우엘은 자신의 딸 치포라(‘새’라는 뜻)를 모세와 혼인시킵니다. 선조 이사악과 야곱의 경우와 매우 비슷하게(창세 24장; 29장 참조) 모세는 그곳에 정착해서 아들 게르솜(“내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었구나.”라는 뜻)까지 얻고 새로운 미래를 일궈갑니다.

 

 

새로운 모세의 삶

 

아울러 하느님의 들으심, 선조들과의 약속을 기억하심, 이스라엘 자손들을 살펴보심, 그리고 처지를 알아차리고 온전히 공감하심을 전합니다. 이것은 40년 동안 미디안에서 머문(사도 7,30 참조) 모세의 삶에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을 암시합니다.

 

동포 히브리인이 제기한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2,14)라는 질문은 모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며, 동시에 적법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탈출기 3-4장에서는 모세의 소명과 사명 이야기를 통해 이스라엘의 합법적 지도자로서의 지위가 부여됨을 알려줍니다. 또한 모세가 만난 ‘주님은 누구이신가?’라는 물음에 답을 제시합니다.

 

①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모세

 

이스라엘 백성의 신음소리를 들으신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탈출기에서 처음으로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당신의 뜻과 계획을 밝히시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전하고 실행할 사람을 택하여 부르십니다. 장인 이트로의 양 떼를 치는 목자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모세는 광야를 지나 “하느님의 산 호렙”(엘로힘계 · 신명기계 표현)으로 갑니다(3,1 참조; 야훼계 · 사제계는 ‘시나이 산’으로 표현). 거기에서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 나타나신 하느님을 만납니다. 주님께서 모세가 오는 것을 보시고 떨기 한가운데서 “모세야, 모세야!”(3,4) 하고 그를 부르십니다. ‘모세야, 모세야!’라고 이름을 두 번씩 부르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긴급함을 나타나며, 삶에 있어서의 커다란 전환을 일러줍니다. 또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모세의 고유함을 인정하며 그와 관계를 맺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시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모세를 찾아오시어 손을 내미십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16). 이제부터 하느님께서 모든 사건과 행동을 주도하실 것입니다.

 

모세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 여기 있습니다.”(3,4)라고 대답합니다. 주님께서는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3,5)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을 뵙는 이곳은 두려운 곳, 거룩한 곳입니다. “진정 주님께서 이곳에 계시는 데도 나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 이 얼마나 두려운 곳인가!”(창세 28,16-17)라고 야곱은 고백합니다. 일반적으로 집에 들어갈 때 신을 벗어야 했는데, 특히 거룩한 장소에 들어갈 때 신을 벗는 것은 신에 대한 마땅한 예의이자 존경의 표시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3,6)라고 당신을 알려주십니다. 이는 하느님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창세기와 탈출기를 이어주는 동시에, 모세가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신원을 분명히 밝히시는 것입니다.

 

② 모세의 첫 번째 소명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당신 백성의 고난을 ‘보았고, 들었고, 알고 있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려고 내려왔으며, 이를 위해 ‘너를 보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일상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들으시며 개입하시는 ‘삶의 자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약속의 땅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환상이나 유토피아가 아니라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어 모든 생명이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땅, 하느님 나라를 뜻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밝히시면서, 이스라엘의 선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실현하고자 하십니다. 이제 모세는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3,10)는 사명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런데 모세는 다섯 차례나 ‘할 만하지 않다(3,11), 하느님의 이름을 모른다(3,13), 백성이 모세를 믿지 않는다(4,1), 말솜씨가 없다(4,10), 다른 이를 보내 달라(4,13)’고 거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함께 계신다(3,12), 이름을 밝히신다(3,14-15), 표징을 주신다(4,2-9),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신다(4,12), 아론을 붙여 주신다(4,14-17)’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3,12; 4,12.15; 10,10; 18,19)고 보호와 약속의 말씀을 건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느 특정 집단이나 이념,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현존하며 일하심으로써 우리 일상의 삶을 거룩하게 만드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집트에서 빠져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이 산에서 당신을 예배하리라고 예고하십니다(3,12). 또 다른 하느님의 약속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나는 있는 나다.”(3,14)라고 당신 이름을 알려주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3,12)는 약속에 근거하여 과거에 선조들을 선택하고 도우며 보호했던 것처럼 현재와 미래에도 늘 당신 백성을 위해 존재하시고, 늘 함께 계시는 하느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하느님이십니다. 아울러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신 주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이것이 영원히 불릴 나의 이름이며, 이것이 대대로 기릴 나의 칭호이다.”(3,15)고 말씀하십니다.

 

③ 모세의 이집트 귀환

 

모세는 하느님의 지시에 따라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인 하느님의 지팡이를 들고, 아내와 아들들을 나귀에 태워 이집트 땅으로 귀환합니다. 모세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하느님의 산으로 온 아론을 만나 주님의 모든 말씀을 들려주고 표징들을 보여주고 함께 이집트로 돌아와서 이스라엘 원로들과 백성에게도 말씀을 들려주고 표징들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믿었고, 자신들의 고난을 살펴보시는 주님께 무릎을 꿇어 경배합니다. 이로써 모세의 첫 번째 소명에 대한 말씀이 마무리되고, 이집트에서의 사명이 시작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1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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