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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요한의 서간들: 하느님 사랑과 형제 사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2-18 조회수3,706 추천수1

[요한의 서간들] 하느님 사랑과 형제 사랑



머리말 : 1요한 1,1-4

“처음부터 있어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보고 우리 손으로 만져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1요한 1,1). 요한의 첫째 서간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요한 서간의 시작은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고 시작하는 요한 복음의 시작과 내용에서 같습니다. 우리말로는 “처음”과 “한처음”으로 마치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동일한 용어입니다. 그리고 이 용어는 하느님의 세상 창조를 생각하게 합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

요한 복음과 서간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있어온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표현입니다. 요한 1서는 예수 그리스도, 곧 “생명의 말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고 밝힙니다. 이표현 역시 요한 복음의 시작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요한 1서는 이것을 듣고, 보고, 만져보았다고 말합니다. 이 또한 요한 1,14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말씀을 생각하게 합니다.

요한 1서의 시작은 마치 서간 전체의 요약과도 같습니다. 서간에서 다루어질 내용은 생명의 말씀에 관한 것이고 영원한 생명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기쁨이 충만해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위해 저자는 어떠한 방식으로 하느님과의 친교에 머물게 되는지, 또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하느님과의 친교를 위한 첫째 기준

하느님과의 친교 - 빛 속에서 살아감 : 1요한 1,5-2,2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빛 속에서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빛이시기 때문에 우리 역시 빛 안에서 살아갈 때, 하느님과 친교를 나눌 수 있고 아드님을 통해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1요한 1,6-7).

요한 1서 역시 요한 복음처럼 ‘빛과 어둠’을 구분합니다. 하느님은 빛이시고, 하느님의 부재(不在)는 어둠으로 표현됩니다. 이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빛과 어둠, 진리와 거짓말, 죄의 고백과 죄의 부정입니다. 서로 상반된 것들을 통해 저자는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물 것을 강조합니다.

하느님과의 친교에 대해 말하면서 저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 되셨음을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죄를 짓지만 예수님의 피로 그 죄를 용서받습니다. 이 표현은 당시 많은 영향을 주었던 영지(Gnosis)에 관한 기본적인 사상과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영지주의자들은 죄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인간은 이미 창조 때부터 본성상 죄를 짓도록 만들어졌기에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기에 죄에 대한 책임이 인간에게 있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요한 1서에서 반복해서 말하는 ‘죄짓지 않았다.’(1요한 1,8.10)는 표현은 당시에 퍼져있던 영지주의의 생각을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죄를 짓지만,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무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를 용서받는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합니다.

계명의 준수 - 사랑의 실천 : 1요한 2,3-11

‘빛 속에서 살아가라.’는 권고 이후에 요한 1서가 강조하는 것은 ‘형제적 사랑의 실천’입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1요한 2,5-6).

저자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고 하느님 안에 머물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머문다’는 표현은 요한의 작품들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하느님 안에 또는 그리스도 안에 머문다는 것은 요한이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단순히 믿음을 가진 것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역동적인 면을 더 부각시킵니다. 하느님을 믿고, 친교를 맺고 또 믿음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모든 것을 ‘머문다’는 표현을 통해 나타냅니다.

개인적인 믿음을 넘어 그것을 살아가는 것, 곧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그리스도를 통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저자가 바라보는 바른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사람은 빛 속에 머무르고, 그에게는 걸림돌이 없습니다”(1요한 2,10).

여기서도 역시 반복되는 것은 사랑과 미움 그리고 빛과 어둠입니다. 저자가 빛이 없는 것을, 하느님의 부재를 어둠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미움은 마치 사랑이 결여된 것처럼 표현됩니다. 신앙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는 결국 어둠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저자에게 사랑은 그에게 믿음이 있는지 없는지,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인지 아닌지 분별하는 기준이 됩니다. 단지 ‘나는 믿는다.’는 말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형제를 사랑하는 것’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로, 그 바탕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의 죄가 용서받았다는 하느님의 사랑이 자리합니다.

세상과 바른 믿음 : 1요한 2,12-27

저자는 본격적으로 하느님과 세상을 비교합니다. 빛과 어둠처럼, 하느님과 세상은 마치 반대되는 것처럼 묘사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1요한 2,15).

요한 복음과 마찬가지로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을 말하는 것이기보다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거부하는 주체로 이해됩니다. 모든 욕망과 재물에 대한 자만이 세상이 주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이것들은 하느님으로부터 오지 않으며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강변합니다.

하느님과 세상의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1요한 2,17). 세상이 주는 욕망과 재물에 대한 자만을 버리고 온전히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라는 것이 저자가 전해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미 살펴본 내용을 생각한다면, 하느님의 뜻은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무는 것이고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요한 1서에는 종말에 대해 말하면서 “그리스도의 적”이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밝힙니다. “그들은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갔지만 우리에게 속한 자들은 아니었습니다”(1요한 2,19).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과 예수님을 부인하는 이들이라고 말합니다(1요한 2,22).

우리는 이 표현에서 요한의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공동체에 속했던 이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체에서 분리된 이들로,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다른 믿음을 간직하던 이들로 보입니다. 그들의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요한의 공동체는 갈등과 분열을 겪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요한 1서는 우선적으로 이러한 위험에 처해 있던 공동체를 위한 편지일 것입니다. 분열에 맞서, 그리고 잘못된 가르침에 맞서 바른 믿음을 강조하고 반대자들의 잘못을 일깨우는 것이 이 편지의 첫째 목적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하느님과의 친교와 형제적 사랑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그 가르침대로 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

요한 1서의 첫째 부분(1,5-2,28)에서 강조하는 것은 하느님과의 친교와 형제적 사랑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편지의 다른 곳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하느님의 가르침(계명)을 따르고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으라고 권고합니다. 시작에서 말한 ‘빛 속에서 살아가라.’는 권고 역시 이와 동일한 내용입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라는 것은 구약성경에서도 강조되는 내용이며,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전해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가르침입니다(시편 40,9). 그리고 요한 1서에서 그 가르침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보여준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형제적 사랑으로 요약됩니다.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 머무는 이들은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입니다.

* 허규 베네딕토 - 서울대교구 신부. 1999년 사제로 수품, 뮌헨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성서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신약성서 교수로 요한 묵시록과 희랍어를 가르치고 있다.

[경향잡지, 2015년 2월호, 허규 베네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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