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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유다인의 결혼 풍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788 추천수0

[성서의 풍속] 유다인의 결혼 풍습

 

 

시인 필립 라르킨(Philip Larkin, 1922∼)의 '성령 강림제의 결혼식'이란 작품에 나오는 여인들은 결혼식이 지닌 은밀한 의미를 '행복한 장례식 같은 비밀'이라고 말한다.

 

결혼은 행복한 것인데 뚱딴지같이 장례식에 비유했다. 그런데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드러난다. 결혼식은 처녀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니 처녀 시절의 장례식이며, 또한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속담이 있으니 이 말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리라.

 

특히 유다인들의 결혼 풍습에서 여자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것 같다. 신약성서에 보면 열 처녀에 관한 비유 이야기가 있다.

 

"하늘 나라는 열 처녀가 저마다 등불을 가지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것에 비길 수 있다…"(마태 25, 1-13참조). 그런데 신랑이 밤이 늦도록 오지 않아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 밤중에 '저기 신랑이 온다. 어서들 마중 나가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미련한 처녀들은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없었다.

 

유다인들의 결혼식에서 신부는 집에서 신랑을 기다린다. 신랑이 도착하면 신부의 아버지는 신랑과 신부에게 축복을 빌어주며 신부는 아버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신랑집으로 따라가서 결혼 축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화려한 결혼잔치를 하게 된다.

 

신부를 동반하고 온 축하객들은 잔치가 끝날 때까지 계속 신랑집에 머물러 있으면서 잔치에 참여했다.

 

보통 유다인들의 결혼은 씨족들 간에 이루어졌다. 가족은 씨족의 일부였으며, 조부모, 부모, 형제, 자매와 사촌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유다인들은 일반적으로 조혼을 했다. 여자는 12살 반이 되면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12살이 되면 어린이로 여기지 않았다.

 

6개월간의 사춘기 기간은 딸을 하인으로 보내거나 7년 동안 노예로 팔 수 있도록 아버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12살과 14살 사이에 결혼하였다.

 

부모들은 가정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결혼에 무척 신경을 썼다. 며느리로 삼기 위해 여자를 데려오려면 데려오는 대가로 그 여자 집에 보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 후에 남편이 죽거나 이혼 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돈이 그녀의 몫으로 돌아갔다.

 

약혼 기간은 일년 동안 지속되는데 약혼한 남자는 여자의 의식주를 책임져야 했다. 만약 약혼한 남자가 죽으면 약혼녀는 미망인으로 간주되었다.

 

보통 약혼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는 약 1년 동안 떨어져 각자의 집에서 결혼을 준비하며 지냈다. 그리고 1년 후 신부가 신랑을 맞이하는 예식과 신랑이 신부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는 예식을 거행함으로써 합법적 결혼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결혼식은 가족 전체와 마을, 그리고 손님들과 행인들에게도 베푸는 큰 축제로 이루어졌다. 보통 결혼식 때는 연회, 노래, 춤이 계속해서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결혼식 날 신부는 머리와 드레스를 덮는 긴 면사포를 쓰고 신부의 친구들은 띠로 신부의 겉옷 주위를 묶는다. 그리고 행렬은 연주자들을 선두로 하여 신랑 집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남자들은 음악에 맞춰 앞으로 나가면서 춤을 추었다.

 

아버지가 오고, 장인, 마을의 연장자들이 뒤를 따랐고, 끝으로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신랑이 뒤따라왔다. 신부는 자기 집을 떠나기 전에 가족들과 이별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소리내어 울었다.

 

신부는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집을 떠났다. 여자들이 남자들의 행렬에 합류하게 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신랑의 아버지 집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즐거운 환호소리와 함께 춤과 음악이 다시 시작된다.

 

결혼식 행렬이 신랑의 아버지 집에 도착하면 신랑의 아버지는 신부를 축복하고, 신랑과 신부는 그들의 서약을 교환했다.

 

포도주 한 잔을 축복하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 남편이 먼저 마시고 나서 아내가 마신 다음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결혼식의 축제는 노래와 춤과 함께 계속된다.

 

신부는 손님을 맞이하는 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머물러 있으면서 손님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다가 신랑이 들어오면 신부 친구들은 물러가고 신랑 신부 둘만 남게 된다.

 

그리고 첫날밤에 신랑은 신부의 베일을 벗기고 띠를 풀게 된다. 보통 유다인 여자들은 아이들을 많이 낳기 때문에 빨리 늙었다.

 

그리고 집안일과 밭일 등의 과중한 노동에 시달렸다. 특히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 여성은 멸시를 당했다. 유다인 여인들의 삶은 이래 저래 수난의 연속이었다.

 

[평화신문, 2003년 4월 27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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